"역시 개미지옥이었어"...개미 등 처먹은 사람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 개인 순매수 60조 원 돌파

개인 순매수 상위종목 연초대비 15%~30% 하락

전문가 "주가 급등 뒤 실적 정점 통과 우려 커져"

 

    올해 초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한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투자금의 10% 정도를 손해보고 보유 주식을 모두 정리했다. A씨는 "지난해 말부터 주가가 크게 오르는걸 보면서 나만 뒤쳐지는거 같아 주식을 시작했고 주린이(주식+어린이)라 증권사 추천주 중에 대형주 위주로 투자했는데 연초보다 오히려 주가가 많이 떨어져 손해를 보고 정리했다"면서 "앞으로 주식은 다시 손대지 않을 생각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개미지옥'이었다"라고 말했다.

 

 

 

 

올해들어 지난 9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만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가 60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며 소위 '동학개미'가 주도하는 주식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한 지난해 같은 기간(33.1조 원)에 비해 2배 가까이 큰 규모다.

 

하지만 급격히 커진 투자규모에 비해 개인 투자자의 수익률은 시원찮은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등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사들인 국내 대형주들의 주가가 연초에 비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들어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25.5조 원에 달한다. 순매수 2, 3위인 삼성전자우(4.5조 원)와 SK하이닉스(3.3조 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규모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 11일 9만 6800원으로 최고점을 찍으며 '10만전자'를 바라봤지만 이후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다 반년 뒤인 지난 7일에는 7만 9400원을 기록하며 다시 '7만전자'로 내려앉았다.

 

 

개인 순매수 10개 상위종목 가운데 5위를 기록한 카카오를 제외한 나머지 9개 종목이 모두 연초 고점에 비해 15~20% 가량 하락했다. 특히 순매수 4위 종목인 현대모비스의 경우 지난 1월 11일 기록한 연고점 대비 무려 32% 가량 하락했다.

 

코스피가 34.73포인트(1.07%) 내린 3,217.95에 마감한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34.73포인트(1.07%) 내린 3,217.95에 마감한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에 주식시장에 유입된 개인 투자자의 경우 여전히 수익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연초에 비해서는 수익률이 크게 낮아졌을 것"이라며 "특히, 연초에 삼성전자 등 대형주가 고점일 때 진입한 투자자는 손실 폭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미국 정권교체 등 호재에 올라타며 대형주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지만 실적장세에 진입한 뒤 향후 기대만큼의 실적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도체와 화학, 철강주에 대한 피크 아웃(peak out, 정점 통과) 논란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반도체 슈퍼호황기인 2018년 3분기 이후 11분기 만에 최대 실적을 내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향후 실적에 우려가 여전히 꺾이지 않으며 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개미 "오른다고 사라더니…기관이 주가 짓눌러"

삼성전자 = 개인 순매수 1위 = 기관 순매도 1위

 

 

코스피가 34.73포인트(1.07%) 내린 3,217.95에 마감한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개인 투자자의 시각은 다르다. 공매도 재개 등 기관과 외국인에게만 유리한 투자환경이 개인이 주로 매수하는 종목의 주가를 누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외국인과 기관은 공매도나 선물 거래 등 위험 헤지 수단이 많아 주가가 하락해도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개인 투자자는 현물 매수 외에 마땅한 헤지 수단이 없다"면서 "공매도 재개 이후 지수가 상승했다고 하지만 개별 주가를 보면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여기다 개인 투자자의 길잡이 역할을 해야할 시장 전문가들의 오락가락 행보가 개인 투자자를 손실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들어 그동안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를 제기한 곳은 극히 일부로 대부분의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주가의 우상향을 예측해왔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대형주 주가가 크게 빠진 지금도 대부분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현 주가 대비 20~30% 가량 높게 잡아놓고 매수를 권하지만 실제 기관 투자자들은 이들 종목을 매도하기 바쁘다"라고 귀뜸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만 기관 투자자의 순매도 규모는 외국인 투자자(19.9조원)의 2배에 육박하는 38.5조원에 달한다. 또, 같은기간 순매도 1위 종목은 삼성전자로 14조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투자자의 순매도 상위 종목 상당수가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종목과 겹친다.

CBS노컷뉴스 임진수 기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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