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철근 값, 장마 덕에 급격히 하락세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철근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장마철에 진입하면서 건설현장의 철근 수요가 줄어든 반면, 철강사들은 생산설비를 최대치로 돌리며 철근 공급을 늘렸기 때문이다.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유통가 기준 철근 가격은 지난 2일 톤당 107만원을 기록하며 1주일만에 13%(16만원)가량 하락했다. 지난 5월말부터 지난달 초까지 톤당 135만원을 기록하던 것과 비교하면 한달새 20.7%(28만원) 내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계절적 요인과 생산자들의 증산, 수입산 철근의 유입 등으로 시장 가격이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철근 가격 하락의 일차적 원인으로는 ‘장마’가 꼽힌다. 장마부터 혹서기까지 건설현장의 공사 진행이 더뎌지는 만큼 철근 수요도 줄어든다. 특히 지난 5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비가 자주 내리면서 대형 현장을 중심으로 철근 재고가 쌓이기도 했다. 철근 가격이 더 오를 것을 우려해 나타났던 ‘사재기’ 현상이 사라지게 된 셈이다.

 

공급량도 뛰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철근 생산량은 90만5000톤을 기록했다. 지난 4월 91만1000톤에 이어 두달 연속 90만톤을 넘었다. 201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건설현장의 철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현대제철 (53,500원 ▼ 700 -1.29%)과 동국제강 (21,750원 ▼ 100 -0.46%) 등 주요 철강사가 철근 생산량을 늘린 결과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철근공장이 지난 5월 27일부터 작업중지명령이 해제됐던 만큼 6월 생산량도 90만톤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크다.

 

수입 물량도 풀렸다. 5월 계약분 중국산 철근 10만톤이 지난달부터 들어오면서 수입 철근 재고가 3개월만에 늘었다. 수입 철근 가격도 지난달 초 톤당 140만원에서 한달새 106만원까지 24.3%(34만원) 내렸다.

 

 

철근 가격 상승세가 일단 꺾였지만 혹서기 휴가가 끝나는 다음달 중순 이후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는다. 건설 수요가 다시 불이 붙으면 기존처럼 ‘사재기’와 맞물려 유통가도 기형적으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철강재 내수 물량 확보를 강조하고 있어 수입 물량도 일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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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원자재인 철스크랩(고철) 가격이 연초보다 40%가량 오르기도 했다. 대형 건설·유통사들과 3개월 단위로 공급계약을 맺는 기준가격은 이미 지난 1일부터 톤당 86만2000원으로 기존보다 2%(1만7000원) 올랐다.

 

무엇보다 안전사고 문제가 불거지면 언제든지 공장이 멈출 수 있어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지난 5월 철근값이 급등했던 것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나자 철근공장까지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안전을 생각하면 철근을 설비 최대치로 생산하는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지금처럼 수급이 빡빡한 상황에서 어느 업체 공장이라도 멈추면 다시 철근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권오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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