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해체 건물 붕괴 사고] 전문가가 분석한 흙이 미친 영향은?

 

   지난 6월 9일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 해체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면서 정차 중이던 버스를 덮쳐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물의 붕괴 원인에 대해서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필자는 공사 중 건물 뒤쪽에 쌓은 흙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광주 재개발 붕괴 사고 현장 TBS edited by kcontents

 

우선 필자가 해당 건물의 모든 제원을 알 수 없으므로 비교를 통한 분석을 진행했다. 즉. 당초 설계 하중과 흙이 쌓였을 때의 작용하는 하중을 비교하는 방법이다.  

 

 

건물의 제원은 건축물대장에 기록되어있는 높이 18.75m를, 위성사진에서 폭을 20m로  깊이를 10m(5층부), 10m(2층부)로 가정했다. 건물의 모양은 앞쪽이 5층, 뒤쪽이 2층인 형태다. 18.5m의 전체 높이를 5층으로 나누면 한 층의 높이는 3.75m가 된다. 지하층의 높이는 3.0m로 가정했다.[그림1]

 

 

 

언론에 공개된 사진들을 통해 건물 뒤에 쌓인 흙의 높이를  4층 바닥 즉 3층 상단까지 쌓인 것으로 보인다. 지면부터 높이는 약 11.25m가 되며 지하층의 높이까지 고려하면 흙이 쌓인 높이는 14.25m가량 된다.

 

벽체를 철거하지 않고 흙을 쌓았을 경우 왼쪽 [그림2]처럼 될 것이다. 하지만 보통 건물을 해체할 때는 벽을 허물고 뼈대만 남겨놓고 해체작업을 진행한다. 벽을 허물은 상태에서 흙을 쌓았다면 [그림3]처럼 될 것이다. 흙은 그냥 쌓으면 어느 정도 기울기를 유지하게 된다. 안식각이라고 하는데 그 기울기는 보통 수평거리 1.5에 높이 1.0정도다. 각도로는 33.7도 정도다. 

 

건물의 바닥은  슬래브와 거더로 이루어진 시스템이다. 바닥 구조는 설계할 때 자기 무게와 바닥에 올라가는 하중들을 고려하여 설계하는데 사무실 용도인 경우 가장 무겁게 고려하는 하중이 문서보관실로 면적당 500kg이다. 

 

이 하중과 흙의 무게를 비교해보면 시공 당시 바닥 구조의 안전성을 판단해볼 수 있다. 흙의 무게는 체적(m3) 당 1.9톤(1900kg) 정도다. 이다. 따라서 흙이 바닥 위에 한 층 높이 만큼 쌓이면 면적 당 7.125톤(7125kg)이다.

 

이 무게는 문서보관실 하중인 500kg의 14.3배에 달한다. 보통의 구조 부재 안전률은 2.0 이내다. 따라서 바닥은 설계 하중의 14.3배를 버티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흙을 쌓는 과정에서 바닥이 파괴됐을 확률이 높다. 바닥이 파괴됐다면 시공 단계별로 [그림4][그림5][그림6] 처럼 될 수 있다. 그림에서 점선은 손상 또는 파괴를 나타낸다. 

 

언론 보도에 나온 포크레인이 저층부에 진입을 시도 했다는 것은 아마도 작업자들이 붕괴된 1층 바닥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거나 1층 슬래브 붕괴를 보고 2층 바닥의 붕괴를 막기 위해 2층 바닥의 철거를 시도했을 수도 있다.

 

 

바닥의 붕괴 또는 철거는 두 가지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바닥이 붕괴되면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기둥에 손상이 갈 수 있다. 또한 구조 공학적으로는 기둥의 비지지 길이가 늘어나 구조적으로 불리해진다. 건물과 같은 뼈대 구조는 수평 부재와 수직 부재들이 연결되어 힘을 나눠 받으며 외부의 힘에 저항하는데 바닥구조가 사라지면 그만큼 구조물이 불안정해진다. 

 

건물 뒤쪽에 쌓은 흙이 건물 내부의 바닥에 쌓이면 건물은 도로 쪽으로 밀린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건물 뒤쪽을 누르면 건물이 뒤쪽으로 기울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뼈대구조에 비대칭의 수직하중이 작용하면 하중이 없는 쪽으로 밀린다.[그림A] 이를 가로흔들림(Sidesway)라고 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온 흙이 바닥을 파괴시키거나 도로 쪽으로 가로흔들림 효과만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흙이 직접 건물을 도로 쪽으로 밀기도 한다. 흙을 쌓으면 자기 무게의 30~40%가량 옆으로 미는 힘이 생긴다. 흙의 무게는 체적당 1900kg 정도다. 지하층부터 4층 바닥까지 흙을 쌓으면 높이는 14.25m이고 흙의 무게는 면적당 27.1 톤이다. 여기에 토압계수 40%를 적용하면 지하층 바닥에서 수평으로 미는 힘은 10.8톤/m2이다. 토압계수는 느슨한 흙일 수록 크다. 

 

벽체를 철거한 상태라면 이 힘이 건물의 폭 전체에 작용하지 않고 기둥의 폭(80cm 정도)에만 작용한다. 기둥 폭에 작용하는 하중은  8.6톤/m이다. 이 크기는 지하 바닥에서의 크기이고 흙이 쌓인 맨 위의 하중은 0 이므로 삼각형의 면적이 전체 수평 하중이 된다.  이를 계산하면 61.3톤이다. 이 하중을 설계 당시의 바람하중과 비교해보자. 바람 하중을 면적 당 300kg 정도로 가정하고 가운데 기둥이 부담하는 건물 폭의 반(10m)을 고려하고 지상 부분의 높이를 고려하면 0.3x10.0x18.75=56.3톤이다. 80cm 폭의 기둥에 작용하는 수평 토압하중(61.3톤)이 10m 폭에 작용하는 바람하중(56.3톤)보다 더 크다. 

 

더군다나 바람 하중은 2층부가 있어 앞뒤 폭도 넓고(20m) 하중을 받는 기둥의 높이는 층고 3.75m다. 이에 비해 토압 하중은 2층부가 없어 앞뒤 폭이 좁고(10m) 기둥의 높이 또한 층고의 2~3배가 되기 때문에(바닥이 손상 또는 파괴됐으므로) 바람 하중보다 훨씬 큰 휨이 발생했을 확률이 높다. 일반적으로 휨의 크기는 부재 길의 제곱에 비례한다. [그림B]

 

이상에서 건물 뒤에 쌓은 흙이 건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정리하면 바닥이 해체되지 않은 상태에서 흙을 쌓았을 경우 바닥에 설계하중을 훨씬 초과하는 흙 하중이 수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바닥의 파괴 또는 상당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바닥의 파괴 또는 손상은 바닥과 연결되어있는 기둥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 또한 바닥이 붕괴 또는 손상된 경우 뼈대구조의 하중 전달 체계가 원활하지 않게 되고 기둥의 비지지 길이가 늘어나면서 기둥의 안전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또한 건물 뒤에 쌓인 흙이 건물을 수평으로 밀 수 있는데 이는 설계당시 풍하중보다 큰 하중일 수 있으며 풍하중 재하시보다 폭이 좁고 기둥이 길어 기둥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 주 : 본 검토는 하중 비교 검토로 해당 구조물의 정량적 검토는 아님

이석종 기자 기술인

 

https://www.gisulin.kr/news/view.html?section=1&no=22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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