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압서방 '방배동' 1만가구 재건축 꿈틀

 

  과거 '압(구정)·서(초)·방(배)'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방배동은 강남권에서도 최고 부촌이었다. 성북동, 한남동과 같이 고급 단독주택으로 구성돼 기업가, 전문직 등이 모여 살았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방배동은 강남권 다른 지역에 밀리는 듯한 인상을 주기 시작한다. 재건축이 진행돼 대규모 민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반포·대치 등과 달리 소규모 아파트와 단독주택 위주인 약점이 드러났던 것이다. 고소득층이 점점 빠져나가면서 동네 이름값도 점점 퇴색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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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배동 일대가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옛 명성을 되찾을지 주목받고 있다. 7개의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이 사업을 진행 중인데 한 곳이 입주를 끝냈고, 4개 구역이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도 상당수라 신규 아파트촌은 훨씬 넓어질 전망이다.

 

 

방배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세도 최근 상승 분위기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방배동 아파트 시세는 2.28% 올랐다. 같은 기간 개포동(1.47%) 반포동(1.03%) 서초동(0.91%) 도곡동(0.65%) 등을 압도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피한 단지 많아

방배동의 최대 특징은 단독주택·다가구주택·다세대주택(빌라) 등을 중심으로 재건축이 진행되는 곳이 많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단독주택 정비사업은 '재개발'을 떠올리지만 도로 등 기반시설이 양호한 곳은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노후 주택가를 대상으로 해 재개발과 비슷하지만 단독주택 재건축은 주택만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저밀도 아파트 단지 재건축 사업과 비교하면 노후도 등 일정 요건을 만족하면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아도 돼 사업 속도를 빨리 내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방배동은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단지가 상당수라 관심이 높다. 2017년 12월 31일 이전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었는데, 5·6·13·14구역이 신청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거래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원은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1가구 1주택 10년 보유, 5년 거주 △조합설립 이후 3년간 사업시행인가 미신청 △사업시행인가 이후 3년간 미착공 등 일부 조건에 해당되면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공교롭게도 방배 5·6·13·14구역은 모두 사업시행인가 이후 3년간 착공을 못하고 있어 거래가 일시적으로 풀린 상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투자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초과이익환수제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인데 방배동에는 이를 회피할 수 있는 곳이 많아 수요자들 관심이 은근히 많다"고 설명했다.

 

최대 규모 5구역이 대장

현재 재건축을 진행 중인 단독주택 구역 중에서 '대장주'는 단연 5구역이다. 방배동에선 가장 큰 규모인 3080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고, 현대건설이 고급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적용할 예정이다.

 

5구역은 규모 외에 입지도 우수하다. 이수역(4·7호선)과 내방역(7호선) 사이에 위치하고, 2호선 방배역도 걸어서 접근하기에 무리가 없다. 방배초등학교, 이수초등학교, 이수중학교 등 학교도 주변에 상당히 많다. 강남 테헤란로까지 직선으로 연결하는 서초대로를 끼고 있어 도로 교통도 좋다.

 

 

1131가구 아파트 단지를 짓기로 한 6구역은DL이앤씨가 시공사다. '아크로파크브릿지'라는 이름으로 재건축된다. 역시 내방역과 이수역 사이에 위치했고, 서문여중·서문여고가 가깝다. 재건축 구역 중 속도가 가장 빠른 곳으로 철거를 거의 마쳐 10월 일반분양이 목표다.

 

 

원래 5구역의 일부였던 14구역은 조합원 간 의견 차이로 5구역에서 분리돼 따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469가구로 지어질 예정인데 하반기 이주가 목표다.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개발업계에선 고급 브랜드인 '르엘'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5구역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사실에서 유추할 수 있듯 입지가 상당히 좋다. 2호선 방배역과 걸어서 5~6분 거리로 이수동산, 방배근린공원 등 녹지공간이 많다. 방배동 재건축 중에선 작은 규모지만 '알짜'로 꼽힌다.

 

'방배포레스트자이'로 재건축되는 방배13구역은 하반기 이주를 준비 중이다. 사당역(2·4호선)과 방배역(2호선) 사이에 위치해 있고, 동덕여고 등이 가깝다. 재건축 후 2296가구로 탈바꿈한다.

 

방배동 단독주택가에선 이들 구역 외에도 2개 구역이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리풀공원을 배후에 둔 7구역은 올해 1월 조합이 설립돼 아파트 276가구를 짓기로 했다. 내방역이 걸어서 2분 거리이고, 서리풀터널이 지척이다. 재건축 계획 규모가 1497가구에 달하는 15구역은 정비구역 지정을 기대한다. 재건축 초기단계로 사업이 엎어질 수 있어 투자할 때 조심해야 하지만, 반대로 투자금이 가장 낮아 사업이 성공한다면 가장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방배삼익·삼호 등 아파트 재건축도 상당수

방배동에서는 단독주택 재건축 외에도 지어진 지 30년을 넘긴 아파트 재건축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방배삼익'(1981년 입주) '방배삼호 1·2·3차'(1975~1976년 입주)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파트로 유명한 방배 삼익아파트는 지난해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현재 관리처분인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는 점이 부담이다.

 

 

삼익아파트 주변은 방배역 역세권이고, 주변에 상문고 등이 가까워 전통적인 부촌으로 분류됐다. 이곳 주변에 신동아아파트(1982년 입주), 방배 임광1·2차(1985년), 방배 임광3차(1988년) 등도 재건축 과정을 진행 중이다. 신동아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조합이 설립됐고, 935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임광1·2차는 정비구역 지정고시가 났고, 가장 속도가 느린 3차는 1차 안전진단을 지난달 통과했다.

 

서래마을에서 가까운 방배 신삼호아파트는 2019년 사업 추진 15년 만에 조합이 설립됐다. 삼호아파트는 한국토지신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해 조합이 없는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 마친 새 아파트 30평대가 20억 후반

방배동엔 이미 재건축을 마친 새 아파트가 몇 개 들어서 있다. 속도가 가장 빨랐던 방배3구역은 353가구의 '방배 아트자이'로 탈바꿈해 2018년 10월 입주를 마쳤다. 방배동엔 2012년 방배2-6구역을 재건축한 '롯데캐슬 아르떼'(744가구) 이후 아파트 공급이 없었다.

 

 

올 7월엔 방배 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한 '방배 그랑자이'(758가구)가 입주한다. 현재 전매제한이 풀리지 않아 시세를 정확히 측정하긴 어렵지만 근처 공인중개업소에선 전용 84㎡ 시세가 27억~29억원에 달한다고 전망한다.

 

현재 방배동 재건축의 대장주인 5구역 전용 84㎡ 배정매물은 시세가 21억원 안팎이다. 추가분담금은 4억원 안팎으로 추정돼 총 매매가격은 25억원 선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방배그랑자이와 단순 비교만 해도 방배동 일대, 특히 5·6·13·14구역은 투자성이 꽤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강남권 진입을 노린다면 고려할 만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7개 단독주택 구역과 방배3동 일대 아파트가 모두 재건축을 마무리할 경우 방배동 일대엔 1만가구에 육박하는 아파트가 새로 들어선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방배동에 제대로 들어선다면 다른 강남 지역 못지않은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 방배동이 그동안 집값 상승을 주도할 아파트 단지가 없어 상대적으로 가격 측면에서 낮게 평가받았던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배동은 전체 주택 가운데 아파트 비율이 51%(2018년 기준)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서초구 안에 있는 서초동과 반포동은 아파트 비율이 각각 81%, 84%다.

 

 

서리풀터널 개통 2년…갑갑했던 생활권 뻥 뚫렸다

 

교통·개발 추가 호재는

 

정보사 용지에 오피스타운

스타트업 대거 입주 기대

사당 복합환승센터도 탄력

내방역 일대 용도변경 관심

 

서울 서초구 방배동은 예전엔 강남권에서 교통이 썩 좋지 않다고 평가받았다. 방배동과 강남 중심부 사이를 서리풀공원이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7호선 내방역에서 1.4㎞ 떨어진 2호선 서초역으로 가려면 북쪽의 고속터미널역이나 남쪽의 방배역으로 우회해야 해 25분이나 걸렸다.

 

 

하지만 2019년 4월 옛 정보사 용지를 지하로 관통하는 서리풀터널이 뚫리면서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을 비롯한 강남 중심부로 이동이 훨씬 쉬워졌다. 방배동에서 강남역을 거쳐 삼성역, 멀게는 잠실까지 직선으로 이동이 가능해진 셈이다. 일례로 터널이 완공된 뒤 내방역에서 서초역까지 이동 시간은 6~7분 남짓으로 단축됐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리풀터널 개통으로 교통 여건이 개선되면서 방배동이 명실상부한 '강남 생활권'으로 편입됐다"고 분석했다.

 

방배동 주변으로는 개발 호재도 꽤 많다. 우선 정보사 용지 개발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서울시는 올 3월 대법원 및 대검찰청과 맞닿아 있는 이 지역 세부 개발계획안을 통과시켰다. 한강~서리풀공원~우면산으로 이어지는 녹지 축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정보사 용지는 법조타운과 국립중앙도서관·예술의전당 등 서울의 대표 문화시설을 인근에 끼고 있다. 이 땅에는 주거시설을 짓지 않는 대신 바이오·금융 등 첨단산업 분야 기업과 스타트업이 입주할 수 있는 오피스 타운이 들어설 계획이다. 개발업계에선 이 오피스 타운을 통해 일자리 3만여 개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정보사 용지 개발을 맡은 부동산 개발업체 엠디엠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를 국내에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사당역 인근 복합환승센터 개발 사업도 방배동 남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당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사업은 방배동 사당주차장 용지에 복합환승센터를 짓는 사업이다. 2009년 개발계획 발표 후 민간사업으로 추진됐지만 기존 개발업자가 부도나면서 10년 가까이 공전됐다. 하지만 2018년 공공개발로 사업 형태가 전환되면서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예전에 작성된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복합환승센터는 지하 9층~지상 26층, 전체 면적 29만㎡로 계획됐다. 높이는 100m, 용적률은 930%다. 당시 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는 환승센터가 완공되면 버스와 지하철 간 환승 시간이 1.1분 줄고, 사당역 사거리의 지체 시간은 차량 1대당 13.9초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복합환승센터는 기존 환승시설에 상업·업무·문화·주거 기능을 더한 시설로 2016년 문을 연 동대구 복합환승센터가 대표 사례다. 정부는 2019년 5월 수도권주택공급 방안에 이 사업을 포함시키면서 이곳에 주택 1200가구를 짓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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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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