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솜방망이 처벌...투기꾼들 웃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 이후 부동산 불법 투기에 대한 국민 눈높이가 더욱 엄격해진 가운데 불법 투기로 인한 수익을 벌금뿐만 아니라 몰수·추징을 통해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6년간 매년 7000건이 넘는 부동산 투기 범죄가 발생했지만 대부분 수십만~수백만 원 벌금형에 그쳐 범죄수익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다.

 

 

분양권 불법 전매로 프리미엄 5000만원을 챙겨도 벌금은 300만원 수준이다. 유사한 사례로 프리미엄 8000만원에 벌금 1400만원, 프리미엄 3000만원에 벌금 300만원 부과가 있다.

 

 

30일 매일경제가 대검찰청에서 받은 '2015~2020년 부동산 관련 범죄 죄명별 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등 부동산 관련 5대 특별법을 위반해 적발된 인원은 7383명이나 됐다. 이 중 실제 재판에 넘겨진 '기소' 인원은 3008명에 달했다.

 

부동산 관련 5대 특별법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 △개발제한구역 지정·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농지법 △주택법으로, 부동산 불법 투기 사건은 대부분 5대 특별법을 위반해 재판에 넘겨진 사례가 가장 흔하다.

 

부동산 불법 투기로 적발된 인원은 2018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2015년 7731명, 2016년 9470명, 2017년 7608명에 이어 2018년 1만426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1만246명, 작년 7383명으로 감소했다.

 

부동산 불법 투기는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는 반면, 농지법 위반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작년 한 해 농지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람은 1423명으로 201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는 전년 1075명보다 32.4%나 증가한 수치다. 농지법 위반은 농지 전용 허가를 받지 않고 토지형질을 변경해 사용하는 '농지 불법 전용'이 대표적이다.

 

 

사동천 홍익대 법학과 교수(한국농업법학회장)는 "농지법은 법안 자체가 허술하고 각종 예외 조항이 많아 투기를 부추긴다"며 "예비 개발지역인 경기도 토지 거래량이 작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농지법 위반 건도 자연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작년 한 해 투기와 탈세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신탁해 적발된 사람은 1479명, 이동식 중개업소 '떴다방'이나 분양권 불법 전매 알선 등 공인중개사법 위반은 1775명,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 구조·시설물 설치 등 개발제한구역 특별법 위반은 980명, 분양권 불법 전매 등 주택법 위반은 1726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LH 사태로 주목받은 농지법 위반의 경우 대부분 수백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A씨는 경기 시흥시 농지 523㎡를 소유하고 있는데 2018년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 A씨는 농지에서 농업경영을 할 계획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농업경영을 할 것처럼 컨테이너를 치우고 채소를 재배하겠다는 내용의 농지 원상복구 계획서가 첨부된 농지취득자격증명 신청서를 제출했다. 결국 A씨는 4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B씨는 경기 화성시 농지 5361㎡를 소유하고 있고, C씨는 이 농지 중 1100㎡에서 고물상을 운영했다. 두 사람은 공모해 2019년 6월 관할 관청의 농지전용허가를 받지 않은 채 B씨가 C씨에게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00만원을 받고 임대했다. 작년 6월 B씨는 1200만원, C씨는 1500만원의 벌금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투기·탈세 목적으로 부동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등록한 부동산실명법 위반도 벌금이 수백만 원 수준이다. 다주택자인 D씨 부부는 보유 중인 서울 성동구 소재 주택을 급히 처분하기로 했다.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때 1가구 1주택 혜택을 받기 위해 딸을 통해 지인 E씨 앞으로 주택 명의를 신탁하기로 공모한다. 딸은 E씨 명의로 주택을 등기하기로 하는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D씨 부부는 해당 주택을 E씨에게 3억4000만원에 매도한다는 허위 매매 계약서를 작성했다. D씨 부부는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아끼려던 양도소득세에 더해 과징금 5000만원을 모두 납부했다는 게 양형 이유였다.

 

 

다만 최근 들어 분양권 불법 전매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는 추세다. 2019년부터 불법 전매로 얻은 수익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면 그 이익의 3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게 됐다. 물론 부동산 불법 투기에 사기, 배임, 부패방지법 위반 등이 추가되면 실형이 나오기도 한다. 손혜원 전 의원 사건이 대표적이다. 손 전 의원은 전남 목포 도시재생사업 계획 관련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부동산을 차명으로 매입한 혐의를 받는다. 손 전 의원은 부패방지법과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부동산 범죄에 대한 형량을 두고 전문가 의견은 다양하다. 다른 범죄와 형평성 문제로 당장 형량을 높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미국은 경제사범을 엄격히 처벌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경제사범에 대해 관대한 것이 사실"이라며 "악의적인 경제사범은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국민의 법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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