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역 폐지 밥 그릇 뺏긴 전문건설업계...어쩌나

 

   올해부터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 업무영역 제한이 폐지되면서 전문건설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종합건설기업들이 전문건설업 분야까지 진출하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영세한 전문건설업체들이 일감을 뺏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전문건설업계는 내부 갈등도 생겨 안팎으로 흔들리는 모양새다.

 

전문건설업계 '건설업생산체계 비상대책위원회'가 건설업 생산체계 개편에 따른 업역폐지에 반발해 서울 전문건설협회 중앙회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건설업생산체계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업역 폐지로 종합건설사가 전문공사 휩쓸어” 반발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건설공사는 단일업종만 시공하는 전문건설공사와 복합업종을 함께 시공하는 종합공사로 분리해 발주됐다. 그러나 두 업종의 업역을 폐지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지난 2018년 1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올해 공공부문부터 두 업종 간 상호 사업진출이 가능해졌다. 민간부문은 오는 2022년부터 개방된다.

 

정부가 두 업종의 경계를 허문 것은 경쟁을 통해 건설산업의 생산성을 향상하고, 건설업계에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축소한다는 이유였다. 정부는 종합건설업체가 전문건설공사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시공을 직접 해야 하고, 전문건설업체도 종합건설에 진출하려면 재하도급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상호 영역에 진출할 때 각 업종의 기존 등록기준을 충족하도록 했다. 종합건설업체는 시공에 더욱 더 투자하고, 전문건설업체는 기술능력과 기술자를 더 확보하도록 유도한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건설업계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건설업에 진출하기는 어려운 데 반해, 종합건설업체는 전문건설업에 진출하기가 쉽다는 주장이다.

 

현행법상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공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2개 이상의 전문면허가 필요하다. 또 전문건설업체의 등록 기준은 기술인력 2명과 자본금 1억5000만원인데 비해, 종합공사의 등록기준은 중급기술자 2명을 포함한 기술인력 5∼6명과 자본금 3억5000만∼5억원으로 높다.

 

전문건설업계의 반발이 특히 심한 곳은 전국의 5만여 전문건설업체 중 9100여개 업체가 집중된 경기도 지역이다. 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관계자는 “지난 1~3월 경기도 지역에서 종합건설사가 기존 전문건설공사를 수주한 경우는 모두 184건, 액수로는 560억원 규모”라며 “평균이 3억원인 셈인데, 종합건설사들이 소액사업까지 쓸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전문건설사가 기존 종합공사를 수주한 경우는 22건·총 175억원 규모, 사업당 수주액이 평균 약 8억원으로 이는 중·대형 전문건설업체만이 시장 개방에 따른 효과를 누렸다는 뜻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시작이 반

기술 경쟁력 제고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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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또 “법상 종합공사에 진출하려면 자본금과 면허가 필요한데, 90%가량의 전문건설업체는 면허가 1~2개뿐인 영세사업체라 종합공사에 진출할 길이 원천봉쇄됐다”면서 “하지만 종합건설업체는 별다른 제약 없이 전문건설공사에 진출할 수 있어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2억원 미만 공사에 한해 전문건설업체만 수주할 수 있게 해 보호한다고 하지만, 이는 관급자재 비용을 포함한 금액인데다 그나마 3년 후에는 2억원 액수 제한까지 모두 풀려 전문건설업계가 다 말라 죽게 생겼다”고 했다.

 

경기도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경기도에서 발주된 시선유도봉 등 교통안전물 관련 정비공사는 공사예정금액 2억2714만원 중 관급자재 비용이 1억2814만원에 달했지만, 2억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종합업체가 낙찰받았다. 반면 공사예정금액이 4억9500만원에 달하는 한 마을 쉼터 신축공사의 경우, 입찰자격으로 11개 업종 면허가 필요해 경기 지역의 전문건설업체 중 참여가능한 업체가 한 곳도 없었다.

 

이에 경기도 전문건설업자들이 주축이 된 ‘건설업생산체계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국토교통부와 서울 전문건설협회 중앙회 앞에서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비대위는 또 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회장의 사임과 협회 임·직원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차적으로는 양 업종 간 진입장벽을 불평등하게 만든 정부의 잘못이지만, 중앙회가 업계 간 협의 당시 종합건설업계에 너무 많이 양보하면서 정보 공유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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