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호주의 구인난과 취업 후기

 

2021-05-24 호주 시드니무역관 정은주

 

IT, 의료, 건설, 농업 등 다양한 직군, 지방도시에 인력난 심화 

2021년 신규 예산안 통해 해외 인력 유입을 위한 

비자 조건 완화안 시행할 지 주목 

 

   호주 내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다. 호주는 임시 비자제도 및 고숙련 기술자 대상 비자제도를 운영해 부족한 인력을 충당해왔으나 코로나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워킹홀리데이 제도가 잠정 중단되는 등 해외로부터의 인력 유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호주에 들어와 있는 유학생 등 임시비자 소지자들에 대한 비자 기한 연장, 거주 요건 완화가 지속 요구되고 있지만 호주 내무부는 이러한 비자제도 변경에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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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발생 직후, 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한국으로 떠나면서 호주 기업들 뿐만 아니라 호주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도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호 간 비즈니스는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한국어에 능통한 적합한 인재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실토한다.

 

2021년 5월 기준, 호주의 고용 현황 및 구인난 현상을 짚어보고 코로나 속에서도 취업에 성공한 신입/경력직 한국인들의 취업 후기를 들어본다.

 

2021년 1분기, 호주의 고용 현황

2020년 하반기, 호주는 경기불황, 실업률 상승의 장기화를 우려했지만 코로나 지역 감염 없이 사회가 안정되면서 신규 고용 및 사무실 근무를 재개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호주 통계청 집계의 2021년 3월 기준, 실업률은 5.6%로 2020년 7월 7.5%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지속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다.

 

호주 실업률 추이(2019~2021년)(단위: %)

자료: 호주 통계청

 

 

호주 통계청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2월 사이 '빈 일자리(job vacancy)'가 14% 증가해 28만9000여 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보다 6만1000여 개 증가한 수치로 2020년 하반기부터 고용주들이 채용을 재개했고 일부 산업군에서는 구인난을 겪고 있는 상황을 반영했다.

 

필요한 인력 대비 채용 가능한 인력이 적은 현실인데 해외에서의 인력 유입이 국경 봉쇄로 급감한 것이 주 요인이다. 건설, 제조, 과학, 첨단 기술, 의료, 사회복지 등의 분야에서는 전문기술을 보유한 인력이 부족하고 소매, 숙박, 외식업의 경우, 워킹홀리데이 등 임시 비자 소지자의 인력이 부족하다.

 

호주의 빈 일자리 현황(2021년 2월 기준)(단위: 천 개)

코로나 이전 호주는 OECD 국가 중 해외 인력 비중이 미국 다음으로 높았으나 코로나 이후 호주가 해외로부터의 입국을 특별한 예외 사항이 아닌 이상 금지시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020년 12월 독립기술이민으로 호주에 입국한 인원은 2720명으로 전년 동기 3만4770명의 10%에 미치지 못했다.

 

 

구인난 심한 호주의 지방 도시와 IT, 의료, 건설, 농업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호주의 지방도시들도 구인난을 겪어왔지만 코로나 이후 그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Regional Australia Institute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호주의 인구 집중 도시들과 그 외 지역 간 일자리 수 변화에 편차가 크다. 2021년 1분기, 호주 지방지역에  6만6200여 개 일자리가 있으며 이러한 일자리들은 농장, 과수원의 일꾼, 요리사, 일반 판매원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회계사, 변호사, 의사 등 다양한 직종의 인력이 부족하다. 그 원인으로는 코로나 이후 해외 인력 유입 저조의 여파가 크며 지방도시 내 기술 훈련, 직업 양성을 위한 교육 서비스에 정부의 투자도 부족하다. 호주 밀레니얼 세대들을 중심으로 삶의 여유와 넓은 주거공간, 재택근무를 선호하면서 변두리 지역으로 이주하는 트렌드가 생겨났지만 아직까지 변두리 지역의 부족한 인력을 채울 만큼은 아니다.

 

호주 지역 간 일자리 수 변화(2020년)

자료: Regional Australia Institute

 

호주 구인난을 겪고 있는 IT산업은 코로나 이전에도 전문 인력이 부족한 산업군이었지만 코로나 이후 주요 선진국들의 IT 인재 섭외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구인난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한 예로 한국 금융기업과 거래하고 있는 호주 현지 IT 기업은 채용 중 어려움을 겪고 KOTRA 시드니 무역관에 연락해왔다. 한국 고객사 대상 사업을 진행 중으로 호주에서 일할 수 있는 비자를 소지하고 한국어에 능통, 한국 기업 문화에 친숙한 인재 영입을 원했기 때문이다. 팀장급 인사와 고객관리를 담당할 직원을 모집 중인데 호주 현지 채용 에이전시를 통해서는 인재 채용이 어려워 K-MOVE 시드니를 찾았다. 채용 조건은 팀장급은 경력을 갖춘 IT 전문 인력이면서 한국어가 가능해야 하고(스폰서십 불가) 고객관리직은 경력, 전공 무관(마케팅 선호)으로 한국어가 가능하다면 호주 현지 대학 졸업생 등 신입으로도 채용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호주 의료계에서는 의사, 간호사, 노인 요양사들이 부족하다. 코로나로 인해 열악한 지역/지방의 의료 인프라, 노인 요양원들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호주 정부의 대폭 지원 및 개선안이 촉구되고 있다. 현지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서 거주하고 있을 경우, 코로나 관련 의료 현장에서 근무하면 세컨 비자 연장이 가능하다. 호주 건설업은 코로나에도 주택 건설/리모델링과 인프라 건설이 성장 유지하면서 인력 부족현상을 겪었다. 기술 훈련직에서부터 프로젝트 매니저까지 다양한 직위, 다양한 기술을 보유한 인력이 부족하다. 호주 지역 농장에서는 과채를 수확할 노동력이 부족해 신선식품 가격 인상이 우려되고 수확하지 못한 신선 품목들의 폐기 처분이 우려될 정도이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취업 기회를 포착해 신입, 경력직으로 구직에 성공한 2인의 후기를 통해 호주 취업 팁을 들어보았다.

 

 

(취업후기 – 신입) 한국 의료기기 호주 법인의 고객관리직

 

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호주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후, 현재 한국 의료기기 기업의 호주 법인에서 고객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Q. 본인의 취업 준비 과정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A. 저는 졸업 후 바로 취업을 원해서 취업 관련 행사들은 빠짐없이 참가하고 졸업 후 바로 하고 있던 아르바이트도 그만두었습니다. 그런데 졸업 시기에 딱 코로나가 발생했어요. 인턴십, 졸업생 대상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찾아보며 구직활동을 했지만 거의 모든 프로그램들이 무기한 연기 또는 취소되면서 상황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래도 가만히 있기 보다 채용 웹사이트를 매일 확인하고 새로운 구인 공고가 게시된 모든 회사에 지원했습니다. 연락 오는 곳은 한 곳도 없었지만 구직 활동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되었거든요.

 

그러던 중 KOTRA 시드니 무역관 K-MOVE 센터를 알게 되어 글로벌 인재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취업 정보 및 뉴스들을 접할 수 있었죠. 다행히 호주의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서 저의 전공 분야의 일자리들도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K-MOVE 센터를 통해 알게 된 현재의 회사에 지원했고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Q. 코로나로 구직활동에 어떠한 어려움을 겪었나요?

코로나로 3~4개월 취업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취업에 전념하고자 아르바이트까지 그만 뒀는데 코로나가 발생해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오히려 쉬어 가자는 마음으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취미 생활을 하며 동시에 취직에 필요한 스킬들을 개발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Q. 나만의 취업 노하우, 성공 팁이 있다면 공유해 주시겠어요.

A. 무엇보다 구직활동을 멈추지 않은 것이 유효했다고 생각합니다. 호주 영주권, 시민권 자격이 아닌 졸업생 신분으로 포기하고 낙담할 수 있었지만 계속 두드려 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했습니다. 현실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계속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력서와 커버 레터로 서류 심사를 통과했다면 마지막 인터뷰가 취업 성공의 당락을 좌우합니다. 1차 합격에 너무 기뻐하는 것도 잠시, 인터뷰 전에 자신의 이력서를 바탕으로 예상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변을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호주 내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졸업생들에게 K-MOVE 센터를 추천합니다. K-MOVE 센터에서 뉴스레터로 보내오는 취업 정보들도 얻을 수 있고 관련 취업 행사에도 참석하면서 네트워크도 쌓을 수 있어 혼자 구직활동을 할 때보다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취업 후기 - 경력) 호주 모 은행의 시니어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호주에 유학을 와서 IT와 회계를 전공했습니다. 현재에는 호주 현지 은행에서 Senior Business Analyst로 재직 중이며 금융팀 회계 관련 프로젝트 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주로 하는 업무는 데이터 및 리포트 프로세스 모델링, 데이터 리스크 관리입니다.

 

Q. 본인의 취업 준비 과정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A. 대학 졸업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지원해서 개발자로 근무하다가 다시 대학원 공부를 하고 군대에 다녀온 뒤에 회계사 준비를 했는데 시간이 지체되다 보니 경력 단절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금전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타지에서 생활비가 너무 급해 일용직 일도 찾아 하고 때로는 눈물도 나오더군요. 그럴 때마다 '이 끝에는 웃는 내 자신이 서 있을 것이다'라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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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3개월간 900곳 이상 이력서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인터뷰도 많이 다니고 리쿠르터들도 많이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터뷰에 대한 거부감, 두려움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그중에는 지금도 연락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리쿠르터가 있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현재 근무하는 은행에서 먼저 연락을 해왔습니다. 제가 IT와 회계, 2개 전공을 공부한 것에 흥미를 갖고 관련 매니저분들이 연락을 해와서 미팅을 했는데 바로 다음날 채용 결과를 통보 받았습니다.

 

Q. 나만의 취업 노하우, 성공 팁이 있다면 공유해 주시겠어요.

A. 먼저 이력서와 커버레터는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 이력서 작성 클라스 등을 찾아 듣고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고 다니면서 생각날 때마다 수정과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이력서 상 경력 부분을 작성할 때는 제가 가고자 하는 포지션을 구직사이트에서 검색해 요구하는 경력을 선별한 후 제 경험에 맞게 다시 고쳐 썼습니다. 결국 인사 담당자나 이력서 프로그램들은 키워드 위주로 검색하기 때문에 일단 그 관문을 통과할 수 있게 만들어야 인터뷰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면접의 경우, 가장 먼저 본인 이력서에 작성한 내용과 예상 질문, 답변은 모두 숙지하고 연습한 후 면접에 임해야 합니다. 자기 소개하는 5분 동안은 정말 모든 걸 함축적으로 본인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그 동안 수많은 인터뷰를 하고 나니 면접관들 대부분이 이력서를 들어오기 직전에 보기 때문에 이미 다 읽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었습니다.

 

면접하는 자신도 그 회사와 면접관을 인터뷰한다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면접 후반부에 면접관이 질문 있냐고 했을 때, 정말 좋은 질문을 하는게 면접의 승패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면접관이 질문하는 시간이 15분이면 이 마지막 내가 던지는 질문을 통해 45분간 인터뷰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강한 인상을 심어주게 되어서 조금 부족해도 열정이 있구나 해서 뽑게 된다고도 합니다.

 

Q. 해외 취업을 위해서 학교 공부나 어학 공부 외에 특별히 기울인 노력이 있다면요?

A. 본인을 가꾸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처음 취업 준비할 때는 정말 몸과 마음이 망가져서 그게 얼굴에 다 드러나는 것도 몰랐어요. 그래서 마지막 취업준비를 할 때에는 규칙적인 생활패턴 유지 및 운동 등 자기 관리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눈이 더 가기 마련인 것은 한국이나 호주가 같다고 생각합니다.

 

 

구직 활동은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제가 항상 제 자신에게 했던 질문 중 하나가 “내가 뭘 잘하는지 나는 알고있는가? 나도 나를 모르는데 내가 나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이 가능할까?” 에 대한 답을 어느정도 할 수 있을 때 그 때 하고싶은 일이 찾아 왔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존감도 키우고 자신감도 키우는 일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자세입니다. 모두 파이팅 하셔서 꼭 원하는 회사에 원하는 포지션으로 취업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시사점

아래 표는 2018/19, 2019/20 회계연도 이민 카테고리별 할당되었던 계획안과 실제 이민자 수를 보여준다. 2020/21 회계연도에는 전년 대비 총 이민자 수는 16만 명으로 유지하되 코로나 영향으로 고용주 스폰서, 독립 기술, 지역/지방 이민자 수를 줄이고 파트너 비자, 사업/투자 프로그램, 글로벌 인재 프로그램의 비중을 높였다. 

 

호주 이민 카테고리 별 계획안과 실제 이민자 수(2018~2021)

자료: 호주 내무부

 

2021년 5월 호주의 신규 예산안 발표 시 이민/비자 관련 정책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호주 구인난을 겪는 산업계와 지방 도시들이 지속적으로 호주 정부를 압박하며 해외로부터의 인력 유입을 위해 비자 제한 완화, 입국 및 격리 조치 완화를 요청해왔다. 호주 교육계는 유학생 감소로 일부 비인기, 소수 등록 학과들을 축소, 폐지하기 시작했고 호주 서비스 업뿐만 아니라 주요 국가 기반 산업계는 인력난이 각 산업 성장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1년, 호주 내에서 경력이 단절돼 있던 구직자, 2020년 코로나로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던 졸업생, 다른 직종, 직군으로 이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취업 기회가 있다. 반면, 해외에서 호주로 취업을 준비한다면 지금 당장은 현실적으로 입국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호주의 인력난 해소에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바, 입국/비자 완화 조치 및 현지 취업 동향에 주목하면서 자기 계발에 힘써 미래 다가올 기회에 대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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