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한하려면 사과부터 해라 [추천시글]

 

시진핑 방한하려면 사과부터 해라

2021.05.21

 

새 외교부 장관이 임명된 지 백일이 더 지났습니다만 과문한 탓인지 정부의 외교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외교부는 이번 대통령 임기 시작부터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 시진핑의 방한을 줄기차게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시진핑은 황해를 건너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우리 외교의 기준이 흔들린다는 비난만 들었습니다. 한편에선 미・중에서 어느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줏대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필자는 최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중략)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중략)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이하 생략)”라는 헌법전문을 서너 번 반복해 읽었습니다.

 

 

그때마다 한・중 사이에서 일어났던 몇 가지 일들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꼬였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6・25 때 북한을 도우러 참전했던 것을 대대적으로 기념했습니다. 그들이 즐겨 인용하는 ‘항미원조(抗美援朝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도왔다) 출국작전 70주년’이었습니다. 시진핑은 이날 “(중국지원군) 19만 7,000명이 조국과 인민 및 평화를 위해 소중한 생명을 희생했다”며 “항미원조 전쟁 가운데 북한 노동당과 정부, 인민은 중국지원군을 소중히 생각하고 지원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양국(중공과 북한) 인민과 군은 생사를 함께하면서 피로 위대한 전투적 우정을 맺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이 시작한 6・25 침략전쟁을 내전이라 둘러대었고, 미국이 내전에 무력으로 간섭했다는 억지 발언을 이어 나갔습니다. 그는 이에 앞서 10년 전 같은 행사에서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말해 우리의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중국군의 참전은 참 야비한 짓이었습니다. 참전 중국군 중 약 5만 명이 조선족이었습니다.(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의 『중국 이야기』에서) 조선족을 앞세워 우리 국군을 살상케 한 것입니다. 그러니 6・25 때 죽은 중국군이 그들에게는 영웅이었을지 몰라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용서할 수 없는, 우리의 법통을 훼손할 분명한 의도를 가졌던 적군이었습니다. 시진핑은 ‘평화’가 아니라 침략(전쟁)을 미화했고, 대한민국을 멸망시키기 위해 우리 국군과 연합군을 공격하다가 도리어 죽은 이들을 기렸습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진실 보도를 뭉개고 있습니다. 6・25 남침을 ‘조선내전폭발(朝鲜内战爆发)’이라고 부르며 유엔이 규정한 침략전쟁을 외면합니다.

 

​중국 관민(官民)은 합작하여 대한민국 주권과 국제법상의 상호호혜원칙 등을 깡그리 무시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수교국인 대한민국을 ‘불의한 국가’로 몰아붙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21세기 들어서도 대한민국의 안보를 유린하는 못된 짓을 서슴지 않습니다. 중국(기업)은 우리 군에 납품한 감시 장비에 군사기밀을 빼돌리는 악성코드를 심었다가 군의 보안검열에 적발되었습니다. 우리 방어 장비에 발신 장치를 숨겨두고 우리를 역으로 감시한 것이지요. 중국 기업은 처벌받아야 마땅할 스파이 행위를 했습니다. 심지어 지난 총선 때는 중국산 개표 장비에 악성코드가 심겨 있었으며, 전혀 불필요한-수신자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은-발신 장비가 첨부되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습니다. 중국의 위챗과 틱톡도 중국 정부의 의도에 맞춘 것처럼 움직입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단순히 기업의 일탈로만 치부하기엔 설명이 부족합니다. 중국 기업은 아직도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족처럼 움직입니다. 우리의 순수 방어 장비인 사드와 관련해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 가장 좋은 예입니다. 반도체 관련 기술자를 싣고 갈 삼성의 전세기는 착륙을 불허했고, 군의 감시 장비에 악성코드가 심어진 것을 수입한 기업의 전세기는 우선 착륙을 허용했습니다. 허우대는 판다처럼 크면서 ‘밴댕이 소갈머리’처럼 툭하면 몽니를 부립니다.

 

​얼마 전 배우 김지미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건립 중인 6・25 참전 미군 용사 기념비 사업에 거금을 냈다는 기사가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대한민국을 멸망 직전에서 구하느라 숨진 미군 3만 6,686명(미국의 참전 기념비에는 사망 5만 4,246명. 실종자가 전사로 확인되며 사망자가 늘었음)의 이름이 새겨진답니다. 이 숭고한 이름의 군인들은 시진핑이 희생했다는 자들의 허명(虛名)과 달리 진정한 정의를 위해 세상을 떠난 이들입니다.

 

 

워싱턴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몇 번 가보았습니다. 갈 때마다 정말 숙연합니다.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나의 국적은 어디일까 생각이 들곤 합니다. 기념비에 새겨진 “자유에는 공짜가 없다.(FREEDOM IS NOT FREE)”라는 구절을 볼 때마다 지금 누리는 자유가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현 정부가 바라는 것처럼 시진핑이 만약 방한할 계획이 있다면 한・중 사이에 꼬인 일들을 먼저 사과하고 오는 것이 21세기 두 나라의 외교적 발전을 위한 도리일 겁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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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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