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공거사, 다른 해결책 없나? [추천시글]

 

지공거사, 다른 해결책 없나?

2021.05.20

 

지공거사란 말을 들어보셨죠?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사람이란 뜻이라 합니다. 저도 지공거사가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습니다. 65살이 꽉 차면 나라가 온갖 혜택을 준다니 참 고맙습니다. 어떤 혜택이 생기는지 꼼꼼히 정리해 알려주는 유튜브도 있더군요(https://www.youtube.com/watch?v=jkP77uF4F3c). 혜택이 서른 가지나 된다 하니 나이를 먹어가는 게 뿌듯하기도 합니다. 지공거사는 서른 가지 혜택 가운데 하나입니다. 돈을 내지 않고 지하철을 맘껏 탈 수 있다니 참 반갑습니다. 그 공짜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는지, 그 공짜의 영향은 어떤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지하철 문에 “지하철은 공공교통 / 노인, 장애인, 국가 유공자 교통복지 비용은 정부가 책임져야 합니다.”라고 적은 인쇄물을 붙여놨습니다. 거기에서는 무임수송비용으로 지하철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노인인구는 날이 갈수록 더욱더 늘어날 것이고, 지하철의 비용 부담도 계속 늘어날 것이어서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우선, 국가가 부담해야 할 복지비용을 공기업에 떠넘기는 게 부당합니다. 공기업은 결국 국민의 돈으로 굴러갑니다. 공기업에 비용을 떠넘기면 공기업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것에 변명거리를 줍니다. 공기업이 얼마나 방만하게 운영되는지는 여러 사례에서 나타납니다. 공기업은 신의 직장으로 불리듯이 공기업이 적자투성이가 되더라도 경영자와 직원은 별로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책임 경영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지공거사 무임승차제가 공사의 부실 경영에 면죄부를 주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겠습니다. 무임승차라는 핑계를 없애주어서 경영 실적에 책임을 제대로 묻는 게 낫겠습니다. 둘째, 지하철이 있는 대도시와 없는 중소도시 사이에 복지 격차가 생깁니다. 수도권은 지하철이 잘 돼 있으니, 수도권에 사는 어르신은 혜택을 많이 누립니다. 무임승차제가 대도시와 다른 곳 격차를 더 벌리는 수단이 되면 곤란합니다. 셋째, 복지는 필요한 사람에게 선별 지원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65살이 넘었더라도 돈을 벌고 있는 사람에게도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는 게 복지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는 사람에게는 혜택을 주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야 꼭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갑니다. 넷째, 어르신에게 공짜 혜택을 주면 많이 움직이고, 그러면 건강상태가 좋아져서 의료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주장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의료비가 줄어드는 이익을 누리는 건강보험공단이 차비를 부담하는 방안도 찾아봐야겠습니다.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교통비는 소득이 일정 금액에 못 미치는 전국 어르신을 대상으로 현금이나 교통카드로 주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야 무분별하게 다니는 것도 줄이고, 꼭 필요한 범위에서 지하철 또는 버스, 나아가 택시까지 갖가지 교통수단을 활용하게 하면,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도 줄이고, 불필요한 이동량을 줄여서 교통 효율이 더 좋아져 더 쾌적해질 것 같습니다. 이를 핑계로 경영 부실을 덮으려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지하철 요금을 올려야겠다는 소리를 미리 막지 않을까요? 공짜 핑계를 주는 제도는 원칙에 맞게 고쳐는 게 좋겠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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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1981)와 박사과정을 수료(2003)했으며, 변리사와 기술사 자격(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가 있습니다.

대한변리사회 회장, 대한기술사회 회장, 과실연 공동대표, 서울중앙지법 민사조정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서울중앙지검 형사조정위원과 검찰시민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원 감정인입니다. 현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와 ㈜성건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mymail@patinfo.com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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