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권식 괴상한 군가

 

김태훈 논설위원

 

   논산 훈련병 시절, 일과를 마치고 막사로 돌아갈 때면 교관들이 군가 ‘팔도 사나이’를 시켰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두 다리 쭉 펴면 고향의 안방/ 얼싸 좋다 훈련병~’ 얼싸 좋지는 않았지만 노래를 부르면 기운이 났다. 이래서 군가를 부르는구나 싶었다. 훈련 상황에 맞춰 다양한 군가가 있다는 것도 입대 후 알았다. 구보 때는 손뼉을 치며 고함치듯 부르는 ‘멋진 사나이’가 제격이었다. 열두 시간 행군하던 날엔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행군의 아침’을 불렀다.

 

군가는 연미복 입고 부르는 성악이 아니다. 음치도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쉬워야 한다. 박자는 씩씩한 군인정신을 강조하는 4박자 행진곡풍이 대세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로 시작하는 ‘이등병의 편지’는 군가가 될 수 없다. 애국심과 웅장한 기상을 노래하다 보니 국가(國歌)로 발전한 곡도 꽤 된다. 미국의 ‘스타 스팽글드 배너’가 대표적이다. 1814년 발표된 시 ‘맥헨리 요새 방어전’에서 가사를 따왔고 1931년 국가로 지정됐다. 프랑스와 베트남 국가도 처음엔 군가였다.

 

 

멸공의 횃불' ‘빨간 마후라’ ‘전선을 간다’는 시대를 초월해 불리는 군가다. 대한민국 남자면 누구나 안다. 노래방 선곡표에도 오를 정도다. 변화를 겪는 군가도 있다. ‘육군가’는 ‘화랑의 핏줄 타고 자라난 남아’에서 ‘남아’가 ‘우리’로 바뀌었다. ‘여군 1만명’ 시대를 반영했다. 군가의 대표곡이던 ‘진짜 사나이’는 “사나이만 군인이냐”는 지적이 많아 이젠 잘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세태의 변화다.

 

육군이 지난달 새 군가 ‘육군, 위(we) 육군’을 선보였다. 들어보니 낯선 8분의 12박자에 쉼표, 셋잇단음표로 지나치게 기교를 부려 따라 부르기가 어려웠다. 가사도 정권 홍보곡 같다는 지적을 받는다. ‘아미 타이거’는 이 정부 100대 과제인 4차 산업혁명 관련 내용의 영어 약자다. ‘워리어 플랫폼’ ‘AI 드론봇’ 등 가사 내용엔 실소가 나왔다. 육군 유튜브엔 혹평 일색이다. ‘육군 가려 했는데 이 노래 듣고 해병대 가기로 했다’는 댓글엔 공감 표시가 줄줄이 붙었다.

 

2절 가사엔 ′독립군의 후예답게 이 강산을 내가 지킨다'고 돼 있다. 일본이 잠재적 적대 세력일 수는 있지만 현실에서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눈앞의 적은 아니다. 그 적은 모두가 알다시피 핵무장까지 한 북한 집단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에 아부해 진급하려는 장군들은 북의 눈치를 본다. ‘군사력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한다. 그러더니 괴상한 군가까지 만들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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