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취지가 무색한 정부의 건설 정책

 

 

예비타당성조사(예타)란?

대규모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기획재정부에서 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 중립적 기준에 따라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다. 예산 낭비와 사업 부실화를 방지하고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주관부처가 아닌 기획재정부가 ‘객관적인 기준’으로 ‘공정’하게 조사한다. 조사결과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예산 편성이 가능하다.

* 예비타당성 조사 (기획재정부 훈령 제435호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 제1장 제2조) : 국가재정법 제38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의 규정에 따라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한 예산 편성 및 기금운용 계획을 수립하기 위하여 기획재정부장관 주관으로 실시하는 사전적인 타당성 검증·평가를 말한다.

 

(자료=기획재정부)

 

예타는 대규모 재정사업의 신규투자를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하도록 하는 목적이 크다. 사업의 향후 추진여부, 적정 사업시기, 사업규모 등에 대한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각 부처가 수립한 사업계획의 타당성 및 대안, 사업추진과정에서 고려할 점 등을 검토한다. 사업의 경제성, 정책성(사업추진 여건, 정책효과 등), 기술성, 지역균형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하고 있다.

https://www.korea.kr/special/policyCurationView.do?newsId=148865960

 

 

   최근 여당 주도로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조항을 담은 특별법이 통과된 가운데 이번에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예타 결과를 국회에서 심사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사업을 국회에서 검증하겠다는 법안이다. 예타 투명성 확보를 법안 추진의 배경으로 들고 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업성이 갖춰지지 않은 선심성 지역 사업을 정치권의 마음대로 종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 예타 조사 결과 심사권을 부여하고 정부에 재조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25일 발의한다고 밝혔다. 법안에 따르면 국회는 △예타 조사 과정에서 법령 위반 △정부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 거부 또는 허위 자료 제출 △예타 조사 자료 내용 또는 분석 방법의 타당성이 결여 △지역 균형발전·긴급한 경제사회적 대응 등 국가 정책적 관점에서 타당성이 결여된 경우 정부에 재조사, 제도 개선, 예산 조정 등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표면적 내용은 국회가 보기에 석연치 않은 이유로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사업을 국회가 심사해 정부에 재조사 또는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양 의원은 "국가 균형발전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예타 제도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회가 국민에게 부여받은 국가예산심사 권한을 충분히 행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예타 결과를 `검열`하는 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행정학회장을 지낸 이원희 한경대 교수는 "예타는 국민 경제적 관점에서 각 부처 사업이 의미 있는 것인지를 예산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검증하는 과정"이라며 "검증을 하게 되면 실무를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담당하게 될 텐데 국회의원들 영향권에서 독립성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기획재정위원회는 27일 예타 기능 분산을 위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에 열리는 예타 공청회에서는 `김두관법`으로 불리는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논의된다. 해당 법안은 예타 주체를 현재 기재부 장관에서 각 중앙부처 장으로 변경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의 경우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예타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재부에 독점된 예타 기능을 분산시키겠다는 것이 골자다. 국회 기재위에는 또 홍성국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예타 기준 상향법`도 계류돼 있다. 홍 의원 안은 사회간접자본(SOC)의 예타 면제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이미 현 정부 들어 국책사업과 지역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가 남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예타 면제 사업은 총 12건, 17조6421억원에서 작년 31건, 30조215억원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예타 수행 주체 변경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박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재위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예타 수행 주체를 변경하려는 시도는 예타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변화이며 독립평가를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하는 예타의 존립 당위성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윤지원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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