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의 공정과 정의

 

   건설에는 공종이 있고 공정이 있다. 공종(工種)은 한마디로 공사의 유형별 종류다. 공정(工程)은 공사의 진행 과정이다. 뜬금없이 웬 건설 상식용어? 실은 건설의 공정(公正)에 관한 얘기를 하기 위함이다. 내친김에 건설의 정의(正義)까지. 너무나 당연한 이 두 단어가 새삼스럽게도 세인들의 희망이 되는 현 세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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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에서 공정을 얘기하면 제일 먼저 불공정 하도급이 떠오른다. 원도급의 갑질과 부당특약이다. 참 모질고 질긴 반칙이다. 건설업 업역규제 폐지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전문과 종합 간 불공정을 막기 위한 것이다. 원·하도급의 수직구조를 허물어 공정하고 효율적인 건설생산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올해 공공공사부터 시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불공정 사례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추가조치들로 더 큰 혼란을 막아야 한다. 대부분 영세한 5만여 전문건설업체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무한경쟁에 내몰려서야 되겠는가. 허위의 서류상 회사로 수주를 따내서 하도급 주고 이익을 챙기는 페이퍼컴퍼니도 이참에 뿌리 뽑는 것이 건설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안전을 강조하고 사망사고 발생 시 업체 대표에게 가혹한 처벌을 내리면서 정작 안전관리비는 공사비에 반영시켜주지 않는 것도 불공정한 일이다. 각종 간접비 및 제 수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 비용들은 당연히 공사비에 포함돼야 함에도 직접 시공하는 전문업체들이 부담하고 있다. 이런 불공정은 공사 품질 저하와 각종 편법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다.

 

최근 건설업계에는 공정과 정의를 의심케 하는 일련의 새로운 움직임들이 벌어지고 있다. 건설 관련 공제조합의 관치화와 일부 실적관리업무의 정부 쪽 이관, 그리고 행정사무 민간위탁법 제정 시도 등이다. 건설 관련 공제조합 관치화는 관련 시행령을 고쳐 조합 운영과 의사결정에 정부 영향력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이는 건설보증 시장 안정을 위해 민간에서 만든 자본금 5조원, 6조원 규모의 건설 전문 금융조직들을 정부 기관처럼 만드는 것이다.

 

 

시공실적 관리업무의 이원화도 정의롭지 못한 조치이다. 수십 년 건설 관련 협회에서 잘 수행해오던 시공실적 신고업무 중 유지보수공사를 따로 떼어 사실상 정부 기관인 건설산업정보센터(KISCON)로 이관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업역을 만들어 건설혁신의 판을 깨고 법정 민간단체의 존립 기반을 없애려 한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가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재발의된 행정사무 민간위탁법은 ‘옥상옥’의 중앙 조직을 만들어 모든 수탁 기관들을 일사불란하게 관리·감독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정부가 과연 300만 건설인들을 직접 관리하며 다 먹여 살릴 자신이 있는가. 건설은 자유시장경제를 떠받치는 중추 산업으로서 존중해야 한다. 긴급지원금, 기본소득은 어떤 식으로든 사라지는 돈이다. 하지만 SOC(사회기반시설)는 100년도 가고 1000년도 간다. 건설인들이 묵묵히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건설의 공정이고 정의이다.

[논설주간] koscaj@kos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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