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럭 부실시공 고발한다

 

서울 ‘세종대로 사람숲길’ 일부 구간, 

울퉁불퉁·삐뚤빼뚤해 재공사

 

   지난 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 광화문빌딩 앞 보도. 공사 인부 5~6명이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광화문광장을 서쪽으로 확장하는 ‘광장 재구조화’ 공사와 서울역~세종대로사거리 보도를 넓히는 ‘세종대로 사람숲길’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광화문빌딩 앞쪽 넓힌 보도에 보도블록을 까는 공사를 끝낸 것은 지난 12월 말. 공사를 마친 지 3개월밖에 안 됐는데 다시 공사를 하는 것이었다. 한 현장 작업자는 “보도블록이 줄이 맞지 않고 높낮이가 제각각인 부분이 있어서 걷어내고 다시 깔고 있다”고 했다.

 

전국 보도블록 현장 시공 엉망

시간 지나면 50%이상은 울퉁불퉁

시공업자 선정에 문제 개선해야

(케이콘텐츠 편집자주)

 

 

왜 도시 곳곳에서 보도블록 공사는 이렇게 자주 벌어질까.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까지 건설하는 한국 토목·건설이 왜 보도블록 하나 제대로 깔지 못해 수시로 파헤치고 다시 까는 작업을 반복할까. 많은 사람이 부실하게 깐 보도블록 때문에 겪은 불쾌한 경험을 한두 번씩은 갖고 있다. 비 오는 날 덜컥거리는 보도블록을 잘못 디뎠다가 흙탕물이 튀어 바지를 더럽혔거나, 아귀가 맞지 않는 보도블록의 성근 틈 사이에 하이힐 굽이 끼어 발목을 삐끗한 여성들도 많다. 이 때문에 박원순 전 시장은 2012년 “보도블록이야말로 ‘행정의 쇼윈도’”라며 “보도블록 공사를 제대로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도심 보도블록 상태는 엉망인 곳이 수두룩하다.

 

 

수시로 파헤쳐지는 보도블록은 부실한 시공, 전문성 없는 현장 작업자, 스스로 만든 규정조차 지키지 않는 발주 당국 등 복합적 요인이 겹친 탓이었다.

 

보도블록 공사는 보통 지반 위에 자갈과 모래 등을 혼합한 골재로 기층을 쌓고 그 위에 모래를 한 층 더 깐 뒤 보도블록을 올리는 ‘연성공법’(건식)과, 지반 위에 기층을 쌓고 그 위에 시멘트와 모래, 물을 배합한 ‘붙임 모르타르’를 깔아 보도블록을 아예 바닥에 고정하는 ‘강성공법’(습식)으로 진행된다.

 

세종대로 광화문빌딩 앞 보도블록은 연성공법으로 시공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공법은 현장 작업자의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블록을 바닥에 고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작업자가 블록 간 간격을 균일하게 유지해야 한다. 특히 세종대로같이 넓은 공간에서 작업할 경우는 곳곳에서 생기는 미세한 차이가 결국 전체 줄이 크게 흐트러지는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그러자면 블록을 깔기 전 기층과 그 위 모래층을 고르고 평탄하게 다져야 하는 게 필수다. 광화문빌딩 앞에선 애초에 이런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현장 작업자들이 그 정도 전문성이나 실력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 보도블록 공사를 맡은 A사 한 관계자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그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첫 공사 완료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보도블록 줄이나 높낮이가 삐뚤빼뚤하게 된 사태가 벌어졌다. A사는 결국 작업자를 모두 교체해 재공사를 했다. 박대근 서울기술연구원 박사는 “보도 상태가 좋기로 유명한 일본은 보도 공사 전문 업체도 많고 30~40대 중심의 전문 인력이 포진해 있다”면서 “국내는 공사 현장에서 여러 일을 돌아가며 하는 인부가 보도 공사도 하고 처우도 좋지 않아 전문 인력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부족하다”고 했다.

 

 

엉터리 보행도로, 시민 통행 ‘불편’

대전 중구 목동 인근 보도블록 ‘부실시공’ 흔적, 주민 불편

 

인도(人道) 보도블록 곳곳이 유실되면서 아스팔트로 매꿔놓았지만, 보수된 아스팔트 마저 구멍이 생기면서 보행자들의 부상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대전시 중구 목동 인근 인도(人道) 보도블록 곳곳이 부실 시공돼 보행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충청헤럴드 대전=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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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스스로 세운 원칙을 깬 것도 부실 시공을 불렀다. 서울시는 2012년 ‘클로징11’을 선언했다. 겨울철(11~2월) 공사는 부실 시공이나 사고 우려가 크기 때문에, 11월 이후에는 재해나 사고 등으로 인한 긴급 공사나 생활에 불가결한 소규모 공사를 제외한 모든 보도 공사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이 공사는 예외가 됐다. 시 관계자는 “통행량이 많은 보도인데 공사 장비를 쌓아두거나 파헤친 상태가 길어지면 오가는 시민들이 불편할까봐 예외로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도블록 공사가 반복되면서 시민들은 더 불편을 겪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토목업체 관계자는 “겨울에 언 흙이 봄에 녹으면 땅이 가라앉기 때문에 겨울에 만든 보도는 일부분이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다”며 “겨울에는 보도 공사를 안 하는 게 정석”이라고 말했다.

 

 

행정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가뜩이나 작년 말 서울역~광화문 일대가 대형 공사판이 된 모습을 보면서 적지 않은 시민들이 “연말 남은 예산을 쓰기 위해 지자체가 또 보도블록을 뒤엎는다”고 의심했다. 그런 상황에서 한 번 깔았던 보도블록을 다시 까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불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시 관계자는 “사람숲길 공사는 아직 완전히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곳곳에서 부족한 부분을 고치고 있다”면서 “임시 개통 때 실수를 바로잡은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정한국 기자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1/04/09/HI7GYTKT6NCDPAEC34FFZSL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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