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 이후 경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

 

보선 이후 경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

2021.04.07

 

오늘 보궐선거가 끝나면 세상이 좀 조용해질까 했지만 허튼 희망인 듯합니다. 내일부터 내년 대선의 계절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낮은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정부와 여당의 경기부양 시도가 자칫 경제 불안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정책 대결은 빈 약속이 되고 ‘거짓말이야!’ 외침이 난무하며 끝났습니다.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과 서울의 재건축 규제완화와 같이 통 크게 의견을 모은 예도 있어 사정을 모르는 외국에서는 한국에서 여야가 협치하는 줄 알지 모릅니다. 두 가지 모두 문제가 많습니다. 가덕도 신공항은 엄청난 예산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정부 내부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 여야는 협력하여 일사천리로 관련법을 국회에서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이 앞으로 광고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반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낮추는 부정적 효과는 확실합니다.

 

 

서울의 재건축 규제완화도 만만치 않습니다. 임기응변 대책 돌려막기가 되풀이되며 난맥상이 드러난 부동산 정책은 현 정부 무능을 보여주는 대표적 분야입니다. 그런데 여야 후보 다 결정권이 있는 중앙정부의 기조와 다른 공약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내년 대선에서도 서울에서 지지를 얻기 위해 후보들이 재건축 규제완화를 약속하며 이번 시장 선거와 비슷한 입장을 취할 공산이 큽니다. 이 또한 정부의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선거 후 경제를 생각해봅니다. 정부·여당은 지지도 회복에 매진할 것입니다. 두 가지가 중요한 분야가 될 듯합니다. 첫째, LH사태로 드러난 내부정보를 이용한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에 대한 사후적 대책과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강화입니다. 이는 줄곧 ‘적폐청산“을 외쳐온 현 정부가 초기에 했어야 될 일이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시각입니다. 코앞의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은 적폐 청산과 제도 개선은 우리 사회를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일이 될 것입니다.

 

둘째, 대선 전 지지도를 회복하기 위해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는 것입니다. 공정의 전도사 대신 공무원 출신들이 청와대 경제팀에 기용되며 재정 지출을 늘리기 위한 정부 부처와의 협조도 더 용이해졌지요.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여당은 재정지출 늘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수출 호조세도 경제 지표 관리에 순풍이 될 것입니다. 주요 시장인 선진국들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으나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전되며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정상적인 생활과 경제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2년 가까이 억눌렸던 소비수요가 풀리면 선진국 경제의 강한 반등세가 기대됩니다. 특히 미국의 현재 진행 중인 1.9조 달러 코로나19 경기부양을 위한 지출, 그리고 바이든 정부가 추진 중인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위한 지출은 미국과 선진국 경제 반등의 듬직한 불쏘시개가 될 것입니다. 우리 수출에는 호재이지요.

 

하지만 경제 반등에 찬물을 끼얹을 요인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백신 접종 지연으로 인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 지속과 인플레이션입니다. K방역을 그리 자랑하던 정부가 웬일인지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은 최소 1회 접종률이 30%를 넘어선 미국뿐만 아닙니다. 관련 인터넷 사이트(ourworldindata.org/covid-vaccinations)에 따르면 이스라엘(60%), 칠레(36%), 우루과이(21%), 터키(11%) 등 소득 수준이 우리와 비슷하거나 낮은 나라들의 접종률도 2% 미만인 우리보다 높습니다. 대대적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기까지 지금과 같은 ‘거리두기-자영업 피해-긴급지원’의 악순환이 지속될 것입니다. 수출호조에도 내수의 지지부진이 길어지겠지요,

 

이어서 인플레이션도 정부와 가계의 빚이 많은 작금의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한 위협요인입니다. 세계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그 여파로 국내 물가 및 생활비가 오르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정부는 인위적으로 막으려 하겠지요. 최근 한전이 발전비용 증가로 전기료 인상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정부의 압력으로 인상을 못했습니다. 이런 식의 물가 누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 큰 부정적 효과는 물가 상승에 따라 금리가 오르는 것입니다. 점진적 정책 금리 인상으로 상승세를 다스려야 할 텐데 경기부양에 목을 건 정부가 눈을 부라리고 있어 한국은행은 감히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중 금리는 국내외 자금수요의 영향으로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정부의 부채,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부담도 늘기 시작합니다. 국채 이자부담 증가보다는 대출상환부담 증가로 인한 가계 부실화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으로 불똥이 튀며 불안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정책금리가 시중금리에 비해 격차가 커지는 상황이 길어지면 뒤늦게 가파른 인상이 불가피해집니다. 두 금리의 격차가 커지면 금융시장 불안을 키울 것입니다.

 

이렇게 걱정스러운 정치적 경기순환 악화 시나리오가 버티고 있지만 정치권은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는 태도인 듯합니다. 국회·자치단체 의원들을 포함한 공직자들의 부정한 부동산 투기가 있었는지,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져 공직을 이용하여 파렴치하게 사적 이득을 취한 공직자들이 추방되는 일이라도 제대로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적폐청산이야말로 나라가 나아지기 위해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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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허찬국

1989년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연지준과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에서 각각 십년 넘게 근무했고, 2010년부터 2019년 초까지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다양한 국내외 경제 현상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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