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한미 장교 부부 나왔다...하형주 여식

“우리 만남, 최고의 행운”

세계 최초 다국적 혼성 

 

2015년 출범한 ‘한미연합사단’에 지난달 경사가 났다. 이 부대 소속 한국 육군 하늘(31·육사71기) 대위와 미 육군 마일스 가브리엘슨(30·웨스트포인트 2013년 졸업) 대위가 백년가약을 맺은 것이다. 

 

아내 하늘·남편 가브리엘슨 대위

하늘씨 부친은 ‘올림픽 金’ 하형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선례를 찾던 두 사람은 “우리가 ‘1호 한미 현역 장교 부부’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지난달 20일 부산 범일성당에서 식을 올린 직후 성사된 미 국무·국방장관의 동시 방한(17~19일)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신혼 초를 보낸 두 사람은 본지와 이메일로 만나 “우리 만남은 개인적 선택이었지만, 한미 동맹과 연합사단이 아니었으면 이런 행운은 오지 않았을 것이기에 항상 감사하게 여기며 살겠다”고 했다.

 

 

각각 자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임관한 두 사람은 지난해 한미연합사단 내 토의 자료 작성 실무자로 만나 안면을 텄다. 두 사람 집안 어른들은 스피드와 판단력이 중요한 일에 종사했다. 신랑 가브리엘슨 대위는 아버지(마취과 전문의 조지 가브리엘슨 박사)와 할아버지(2차 대전 군의관)가 모두 의사였다. 신부 하늘 대위의 아버지는 1984년 LA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하형주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다. 가풍 때문이었을까. 두 사람의 연애·결혼 과정은 군더더기 없이 스피디하게 전개됐다.

 

한미연합사단서 만나 백년가약

“결혼 기념 양가 가족여행도 했죠”

 

가브리엘슨 대위로부터 좋아한다는 고백을 듣고 첫 데이트를 하던 날 하늘 대위는 “나는 너랑 연애만 할 수 없다. 나랑 연애하려면 결혼까지 해야 한다”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가브리엘슨 대위가 바로 “그러면 결혼하자”고 답했다. “나는 앞으로 사회생활도 계속 해야 하고 내조도 못할 수 있고, 오히려 네가 내 전투화 닦고 외조해야 할 수도 있는데 괜찮냐”고 반문했지만 “그래도 좋다”는 대답만 연신 돌아왔다. 프러포즈인 듯 프러포즈 아닌 당시를 회상하며 가브리엘슨 대위는 “성급한 결정처럼 보일지 몰라도 포착한 기회를 적시에 잡는 것은 군인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초스피드로 양가 허락 받고 결혼 준비하면서 가브리엘슨 대위는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던 장인의 ‘과거’를 알게 됐다. “처음 뵈었을 때 바짝 긴장했는데 자상하게 잘 대해주셨어요. 남자로서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 분입니다. 주변에 장인어른 경기 유튜브 동영상 보여주고 자랑하면 다들 걱정해요. ‘너 진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요.” 사관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것 말고도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자랐고, 가족과 결혼에 대한 책임감 등 서로 공유하는 가치가 같았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지난 2월 20일 부산 범일성당에서 하늘대위와 마일스 가브리엘슨 대위가 혼인 성사를 마친 뒤 양가 부모와 함께 찍은 가족 사진. 맨 왼쪽은 LA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하형주 동아대 교수. 

두 사람은 신혼여행 대신 양가 가족과 함께 경남 일대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미 동부 코네티컷에서 날아와 2주 격리 기간까지 거쳤던 시부모·시동생이 식만 올리고 바로 떠나는 게 마음에 걸렸던 신부 아이디어로 성사된 여행이었다. 두 가족은 신부 집안인 진양 하씨 시조이자 고려 무신인 하공진을 기리는 사당 ‘경절사’를 견학했고, 신부 조부모 묘소도 찾았다. 여행 코스를 직접 짠 하형주 교수는 “새롭게 무인 집안을 이룬 두 사람에게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집안 조상들의 기를 받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직장 동료지만 향후 인사 발령에 따라 멀리,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연애 초반부터 기본 계획과 우발적 상황, 대응 계획까지 세워뒀어요. 앞으로 어떤 임지에 가게 될지는 저희 소관이 아니기에 이런 불확실함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가브리엘슨) “그때그때 맞춰 선택을 할 텐데, 좋은 선택을 최고로 만드는 것은 그 순간이 아니라 선택한 뒤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그리 나쁠 것 같지 않습니다.”(하늘) 앞으로 태어날 2세의 국적 문제에 대해 두 사람은 어느 정도까지 이야기를 나눴을까. 신부가 똑 부러지게 말했다. “저희가 결정할 부분이 아니라 환경과 배움에 따라 본인이 결정하게 될 겁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역사책을 많이 읽게 할 겁니다.”

정지섭 기자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people/2021/03/19/XAEKLE5UCNDPJIDPPXKJOBF7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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