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 알선 약속 어겼을 때...부동산 계약은 무효되나?

 

  상대방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혹은 계약 내용이 불분명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면 원칙적으로 계약이 없었던 것과 같은 상태로 되돌려야 합니다. 하지만 계약상 사소한 부분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계약 전체를 무효로 할 수 있을까요? 또한 계약 내용을 명확하게 해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을 방지해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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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A는 X로부터 상가 건물을 분양받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하였다. A는 분양 계약에 따라 계약금과 1차 중도금을 지급하였다. 분양계약에 따르면 2차 중도금은 ‘무이자 대출’로 지급하고, 잔금은 입주 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상가 건물은 사용승인을 받았고, X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었다. X는 분양 계약에 따라 2차 중도금과 잔금 지급을 통보하였다. A가 계속해서 2차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하지 않자, X는 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반면 A는 X가 분양계약에서 정한 ‘무이자 중도금 대출’알선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해제를 주장하면서 계약금과 1차 중도금의 반환을 구하는 반소 청구를 하였다.

 

 

일반적으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당해 채무는 계약의 목적 달성에 있어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중요한 부분이어야 합니다. 사소한 부분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없습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에 있어 중도금 지급은 중요한 의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도금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 매도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반면 중도금 지급의 전제 조건인 X의 중도금 대출 알선은 A의 중도금 지급 의무과 동등할 정도로 중요할까요.

 

법원은 X의 중도금 대출 알선은 위반 시 계약 해제를 할 정도로 중요한 의무는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X가 중도금 대출 알선을 하지 않은 채 A의 중도금 미지급을 이유로 분양 계약을 해제하려는 경우 거절할 수 있는 사유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즉 법원은, 중도금 무이자 대출 알선은 주된 채무가 아니기 때문에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사례 2

한의사 B는 Y로부터 건물의 2층부터 4층까지를 임차하기로 하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 당시 B는 Y에게 '병원을 개설하기 위해 정화조와 소방시설 부분을 병원 용도에 적합하게 Y가 책임지고 설치하거나 해결해 달라'라고 요청했고, Y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건물 전부에 대해 의료법상 ‘의원급’ 의료기관은 개설이 가능하지만, ‘병원급’ 의료기관은 개설이 불가능하였다. 이를 알게 된 B는 건물 전부에 ‘병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할 목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인데 불가능하게 되었다며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이미 지급한 보증금과 1개월치 임대료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B와 Y의 계약 내용은, 단지 ‘병원’을 개설하고 정화조와 소방시설 부분을 병원 용도에 적합하게 Y가 책임지고 설치하거나 해결한다는 것뿐이었습니다. B는 병원을 의료법상 ‘병원급’ 의료기관이라고 생각했고, 반면 Y는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 기관 정도로만 생각했을 뿐입니다. B의 생각이 맞는다면 건물 전부에 ‘병원급’ 의료기관 개설이 불가능하므로 계약은 무효가 됩니다. B의 주장이 맞을까요?

 

일반적으로 계약의 내용을 명확하지 않으면 일반인의 관점에서 해석하게 됩니다. 사례의 경우 일반인은 의료 관련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상 ‘의원급’ 의료기관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차이가 무엇이며 어떻게 구분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 목적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계약의 목적을 분명히 밝히는 것은 계약 실패를 막는 아주 중요한 장치다. [사진 pixabay]

Y는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법에서 정한 ‘병원’과 ‘의원’의 차이를 알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Y의 약속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일정한 시설을 갖추고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것이었지, 의료법상 ‘병원급’ 의료기관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반면 B는 의료인이고 ‘병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B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개설 가능 여부를 관할관청이나 건축사 등에 문의하는 방법 등으로 손쉽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료법상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개설 허가받아 사용할 수 있는지,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고, Y에게도 구체적으로 물어보거나 상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B는 계약 목적을 분명하게 밝히지 못해 건물 전부에 ‘병원급’ 의료기관 개설은 계약 내용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B는 건물 전부에 ‘병원급’ 의료기관 개설이 불가능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 무효를 주장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법원도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면서 B에게 패소 판결을 하였습니다.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 목적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은 계약 목적을 계약 내용에 포함시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계약의 목적을 분명히 밝히는 것은 계약 실패를 막는 아주 중요한 장치입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4006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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