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특별법] 30년 삽질에 플러스 30년 더?...

가덕도에 어른대는 ’새만금 특별법'

    지난 3월 2일 전북 김제 심포항(港)에서 올라간 새만금 동서도로. 지난해 11월 25일 개통한 이 도로는 세계 최장 33.9㎞ 새만금방조제 완공과 함께 바다에서 호수로 변한 새만금호(湖)를 동서로 관통하는 도로다. 왕복 4차선 도로 위로 올라가니 양옆으로 바다인지 호수인지 모를 일망무제(一望無際)의 풍광이 ‘모세의 기적’처럼 펼쳐졌다.

 

지난해 11월 25일 개통한 새만금 동서도로. 새만금 종합개발계획에 따르면 이 주위를 다시 토사로 메워 신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photo 김영근 조선일보 기자

신항만·신공항·신도시 사업성 의문

‘새만금 특별법’ 통과와 함께 주무관청이 농림부에서 국토부 산하 외청인 새만금개발청으로 바뀌면서 매립 목적은 신항만·신공항·신도시 조성 등으로 180도 바뀌었다. 당초 사업 목적인 농업용지 확보는 후순위로 밀린 지 오래다.

 



하지만 새만금의 미래가 밝다고 장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항만을 조성하고 고속도로와 철도를 놓고 있지만 한국GM(옛 GM대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등 지역 최대 기업들은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새만금개발청과 새만금개발공사 맞은편의 ‘군산·새만금 비즈니스컨벤션센터(GSCO)와 전시관’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새만금신항에서 차로 30분 거리에는 군산항, 2시간 거리에는 대산항과 평택당진항이 버티고 있다. 군산항·대산항·평택당진항은 모두 무역항으로 지정된 국제항만으로, 오는 2040년까지 총 9선석(船席)의 새만금신항 개항 시 기능조정 문제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새만금에 신공항을 조성한다고 했지만, 새만금신공항 예정부지에서 동쪽으로 1.3㎞ 떨어진 군산공항도 현재 하루에 고작 제주행 항공기 2편만 뜨고 내리는 등 개점휴업 상태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군산공항 이용객은 10만9800명. 군산공항보다 이용객이 적었던 공항은 사천공항(2만7433명), 원주공항(3만7729명), 포항공항(6만5994명) 3곳이 전부였다.

군산공항에서 차로 1시간30분 거리에는 김대중 정부 때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낙점하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개항한 무안국제공항이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말에는 호남고속철(2단계)도 무안공항을 경유하기로 노선이 확정됐다. 하지만 특별법으로 설치된 새만금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월 24일 전북 전주를 찾아 “2028년까지 새만금신공항, 2030년까지 새만금신항만을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새만금 매립지에 신도시를 조성한다고 하지만, 신도시 입주수요가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새만금 인근에서 가장 큰 도시인 군산 인구는 26만명, 김제와 부안의 인구는 각각 8만명과 5만명에 불과하다. 새만금 인근 3개 시군(군산·김제·부안)의 인구를 통틀어 39만명에 그친다.

 

지난 2월 25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앞바다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민주당 대표(왼쪽)가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왼쪽 세 번째)으로부터 가덕도신공항 계획을 보고받고 있다. photo 뉴시스

하지만 새만금개발청이 내건 새만금 매립지에 조성하는 새만금신도시의 총 수용인구는 27만명에 달한다. 오는 2050년이 목표라고 하지만 3개 시군 인구의 절반 이상을 새만금으로 이주시켜야 겨우 맞출 수 있는 숫자다. 결국 새만금 신도시는 노무현 정부 때 지방 곳곳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혁신도시’들이 인근 인구를 흡수해 원도심 공동화를 촉진했듯이 ‘인구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새만금 22조, 가덕도 28조 토건 특수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으로 득을 보는 곳은 따로 있다. 굴착기로 바다에 흙과 돌을 쏟아부으면서 관급공사 실적은 물론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공기업과 토건(土建)업체들이다.

총사업비만 22조원이 책정된 새만금 공사에 관여한 공기업은 한국농어촌공사를 비롯해 공공매립을 주도하는 새만금개발공사(SC),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국가철도공단 등 국내 대부분 공기업을 총망라한다. 각종 관급공사 시공에는 국내 대부분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했다. 방조제 공사에는 현대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 등이, 방수제(강둑) 공사에는 현대산업개발·SK건설·롯데건설·한라 등 국내 12개 대형 건설사가 참여했다.

 



가덕도신공항이 특별법으로 추진되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또 한 번 토건 특수를 누릴 전망이다. 규모 면에서 새만금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가덕도 인근 해상의 평균 수심은 17m로 새만금호 평균 수심(5m)보다도 훨씬 깊다. 부산시가 추산한 가덕도신공항의 사업비는 활주로 1본(本) 기준으로 7조5400억원이지만, 국토부가 재추산한 사업비는 활주로 1본 기준으로 12조8000억원, 2본 기준으로 15조8000억원에 달한다. 군(軍)공항과 국제선, 국내선까지 모두 이전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최대 28조6000억원으로 새만금(22조원)보다 많은 사업비가 들어갈 전망이다.

막대한 사업비에 따른 사업성 논란은 두 사업 모두 끊임없이 제기된다. 특별법으로 신공항·신항만·신도시 등을 조성해본들 올 사람과 기업이 있느냐는 문제다. 하지만 약 8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새만금신공항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9년 1월 각 지역별로 할당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필요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삽입된 특별법으로 추진되는 가덕도신공항과 판박이다.

공유수면 매립, 환경파괴 우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역시 지난 2월 26일 국회 본회의 통과에도 불구하고, 해상매립에 따른 환경파괴는 물론 막대한 국비 투입에 따른 사업성, 신공항 건설 이후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국토부·해수부 등 정부 부처 내에서 계속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2016년 세계 3대 공항설계전문그룹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사전타당성 조사를 거쳐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던 국책사업(김해공항 확장)을 통째로 뒤엎었다는 점에서 더욱 악성이다. 새만금 특별법은 사업을 주관하는 행정관청과 용지의 사용목적만 바꿨을 뿐, 용지 자체를 뒤엎는 결정은 내리지 않았었다.

무분별한 공유수면 매립에 따른 환경파괴와 토지수용에 따른 재산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판박이다. 30년 전 시작된 새만금 사업 때는 방조제 조성과 해상매립에 따른 환경파괴와 생태계 교란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환경단체의 각종 소송 끝에 2006년 대법원으로부터 “투입된 공사비용 등을 고려해 새만금 사업을 취소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최종 승소 판결을 받기까지 지루한 환경파괴 논란은 계속됐다.

 



동진강에서 흘러나온 강물을 새만금방조제 바깥쪽으로 빼내는 가력배수갑문이 설치된 전북 부안 가력항에는 인근 어민들과 청년단체들이 새만금개발청과 송하진 전북지사 등을 상대로 ‘새만금 해수유통’을 요구하는 현수막들이 어지럽게 내걸려 있었다. 가력도가 있는 전북 부안의 명물인 백합죽을 끓여내는 백합(白蛤)조개는 새만금방조제가 강물을 막으면서 어획량이 급감했다고 한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새만금방조제 건설로 사라진 백합양식장은 283㎢에 달한다.

 

가덕도 공항 입지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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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따라 신공항이 조성되면 당장 집과 토지가 수용되고, 해상매립에 따른 환경 훼손과 어획량 피해가 예상되는 가덕도 대항항 일대도 가력항 인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월 25일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이 가덕도 앞바다 선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게 보고한 가덕도신공항 계획대로라면 대항항은 완전히 수용돼 활주로로 바뀐다.

 



가덕도 일대는 조선시대 때부터 왕실어장이 있었던 겨울철 대구의 주산지다. 가덕도 바로 북쪽의 강서구 명지시장에서 해마다 열리는 전어축제에 등장하는 떡전어 역시 가덕도 인근에서 잡히는 어종이다. 대항항 일대에는 일찌감치 대항어촌계에서 내건 신공항 반대 현수막이 내걸렸다. ‘가덕도 신공항 반대 대항동 주민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가덕도 대항동 대부분 주민은 대대손손 바다에 터를 잡고 어업활동을 주된 생계수단으로 살아왔다”며 “지난 15년 동안 선거철만 되면 고개 드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여론으로 정신적·물질적 고통을 받아왔다”고 호소했다.

경부고속도로 이래로 새만금 사업, 4대강 사업 등 각종 국토개발 사업이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했던 국토부에서조차 가덕도신공항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사실 국토부로서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시작하면 예산과 자리를 늘릴 기회가 더 많아진다. 대표적인 4대강 사업 반대론자였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 2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발사업이라면 두 손 들고 환영하던 주무부처가 신공항 문제 있다고 말한다면 이 말은 들어야 한다”며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새만금=이동훈 기자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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