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아파트 얘기만 나오면 남편과 싸워요"

"당신 때문에 벼락거지 됐잖아" 부동산 정책 실패가 부부 싸움 불렀다


부부싸움 유발 '부동산 블루'

올해는 백신 나올까


[초보엄마 잡학사전-135] "뉴스에서 아파트 얘기만 나오면 남편과 싸워요. 그때 왜 안 샀냐, 그때 왜 말렸냐. 서로 힐난하고 후회하고…. 이젠 화가 나다 못해 슬퍼요."


최근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집값 급등으로 무주택자의 박탈감이 심해지면서 부부끼리 대화하다가도 부동산 얘기만 나오면 부부싸움으로 번지기 일쑤다. 작년 11월에는 부동산 매입 자금 문제로 다투다 아내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진 목동부부의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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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적당히 올라야 되는데 단기간에 몇 억원씩 올라버리니 집집마다 부부싸움에 우울증에 난리도 아니에요." 반복되는 싸움에 지친 부부는 '집포족'(집 구매를 포기하는 사람)이 되거나 더러 '패닉바잉'(공황매수)을 하기도 한다. 월급을 열심히 모아 집을 사려고 했더니 집값이 너무 오른 데다 대출마저 막혀 '벼락거지'가 됐다고 자조하는 사람들도 있다. 벼락거지는 갑자기 큰돈을 번 '벼락부자'와 달리 본인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뛰는 바람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무주택자를 일컫는 말이다.


'부동산 블루'는 비단 무주택자만의 일이 아니다. 1주택자와 다주택자도 각자 처한 상황에서 집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낀다. 다주택자는 세금이 급등해서, 1주택자는 대출 규제로 '갈아타기'를 못해서 괴롭다. 공시가격이 높아지고 세금 부담이 늘면서 주택 소유자들의 종합부동산세가 1년 사이 두 배씩 뛰는 경우도 허다하다.


신혼부부도 집 때문에 우울하다. '로또 분양'에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당첨 확률이 확 줄었고, 전세가격도 폭등해 집을 구하고 사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파트값이 껑충 뛰면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하는 아파트에 가점이 높은 사람들이 몰려 당첨 확률이 낮아졌고, 작년 7월 말 임대차2법(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전셋값도 크게 올랐다.


아이를 둔 부모의 부동산 블루는 말할 것도 없다. 자녀 초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자주 이사다닐 수도 없는데 그렇다고 집값이 오르고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쉽게 집을 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부모들끼리 만나 조금 친해졌다 하면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부동산으로 흐른다. 무주택자라면 동병상련을, 1주택자나 다주택자라면 부동산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정부가 지난 4일 공기업에 주도하는 개발 방식으로 서울에 32만3000가구, 전국에 83만6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신규 주택 용지를 2025년까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역세권이나 준공업지역에서 면적 5000㎡ 이하 규모로 이뤄지는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해서는 11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최근엔 광명 시흥지구를 3기 신도시로 선정했다. 무주택자들은 주택공급이 늘면 청약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5~10년간 또 '희망고문'을 받아야 하냐며 복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부터 신혼부부 청약 소득자격도 완화돼 청약에 더 도전해볼지, 지금이라도 '패닉바잉'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사람이 많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도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 블루에 이어 부동산 블루까지, 국민 모두가 지쳤다. 대출 규제로 패닉바잉조차 어려워 주택담보대출비율(LTV)가 70%까지 가능한 '아파텔'(중대형 오피스텔)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도 늘었다.


코로나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단독주택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지만, 단지 내 놀이터와 녹지 등 주거환경과 안전을 위해 영·유아를 둔 가정은 아파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신축 아파트 대부분은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는다. 빌라 밀집지역에 놀이터와 공원 등 녹지를 확보하고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안전한 환경을 만든다면 아파트 수요가 일부 분산될 수 있다. 5~10년 후 공급도 좋지만 당장 주거환경을 개선해 어떻게 하면 주택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을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26일 노원구 상계요양원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부동산 백신도 올해 안에 맞을 수 있을까. 코로나 확진자가 사라질 때 신조어 '벼락거지'도 백신 접종과 함께 사라지길 고대한다.

[권한울 기자] 매일경제 


https://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21/02/29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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