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 싫어하니 군 훈련 말자는 나라"

[사설] 敵이 싫어하니 軍 훈련 말자는 나라가 한국 말고 있을까


    범여권 의원 35명은 북한이 반발하니 내달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라고 했다. 이들은 “김정은 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한반도 대화 국면 조성과 코로나 방역을 위해 한·미 연합훈련의 연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 세상에 적(敵)이 싫어한다고 군 훈련을 하지 말자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2016년 3월 16일 경기도 이천 도하훈련장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소부대 도하훈련에서 한국 7공병여단과 미국 2전투항공여단 공병대대가 함께 훈련하고있다./박상훈 기자


김정은은 지난달 노동당 대회에서 36차례나 핵을 언급했다. 남한을 공격할 전술핵과 핵 추진 잠수함, 극초음속 무기 개발도 공언했다. 열병식에선 우리를 겨냥한 신무기들을 줄줄이 선보였다. 그런 김정은이 요구한다고 한·미 훈련을 연기하자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이 할 소리를 여당 의원들이 버젓이 성명까지 내서 주장한다.




한·미 연합훈련은 북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북의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대표 축구팀도 훈련하지 않으면 동네 축구팀이 되고 마는 것처럼 군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3대 한·미 연합 훈련은 2018년 트럼프와 김정은의 ‘싱가포르 쇼’ 이후 전부 중단됐다. 연대급 이하 소규모 훈련도 실탄 한번 쏘지 않는 컴퓨터 게임으로 진행됐다. 북한 눈치를 보느라 훈련 이름도 붙이지 못해 ‘홍길동 훈련’이란 말까지 나왔다. 해외서 열리는 다국적 대잠수함 훈련에도 불참했다. 그 사이 북핵과 북 군사력은 쉬지 않고 증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문제를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이 “합동 군사훈련을 중지하라”고 한 데 대한 응답이었다. 적의 위협에 대한 방어 훈련을 적과 협의하겠다고 한 것이다. 초보적인 경계 임무 하나 수행하지 못하는 군은 북한이 신형 미사일을 쏘자 위협이 아니라고 하더니, 한·미 훈련을 연기해도 대응 태세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훈련을 하지 않는 군대는 군대가 아니다. 훈련 없는 동맹은 껍데기다. 미 국방부는 “한반도보다 더 훈련이 중요한 곳은 없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이런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더니 이제 ‘김정은이 화내니 군 훈련 하지 말자'는 성명까지 낸다. 김정은을 화나게 하는 근본 문제는 한·미 훈련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와 번영이다. 김정은이 하라고 하면 뭐든지 할 이 정권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든다.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1/02/27/65ENNM7G2RGOPBTTPKLDTOFV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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