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몰아다 준 불면증 [황경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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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몰아다 준 불면증

2021.02.17

2021년 새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벌써 달포 이상 흘러 우리 민속 고유 명절 설 연휴도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소동 속에 후딱 지나갔습니다. 이제 열흘 뒤엔 하는 일 없는 이 늙은이의 97회 생일이 돌아옵니다. 참으로 비정한 세월입니다.

지난해는 비교적 편안하게 지냈습니다. 지병인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왼쪽 다리 불편으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다른 큰 병 없이 한 해를 보냈습니다. 다만 나이에 걸맞지 않은 불섭생(不攝生)으로 불면증에 시달려 작년 말부터 생활 습관에 많은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직장이 있어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을 해야 하는 몸도 아닌데 무슨 큰 걱정을 하느냐고 가족들은 마음 편하게 말하고 있으나 당하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몇 차례 경험한 바가 있어 불면증으로 인한 일상 생활리듬의 변화에 짜증만 내며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현역생활에서 은퇴한 이후 30여 년 동안 비교적 자랑스럽게 계속해온 일상생활 규칙이 있습니다. 밤 11시에 취침하여 아침 6시에 기상하는 단조로운 습관에, 아침 7시 반, 오후 1시, 저녁 6시 반의 세 끼 식사시간을 기본으로 한 간단한 일정입니다.

아이들이 다 장성하여 독립해 있기 때문에 집사람과 둘만의 단출한 생활이니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2018년 5월 집사람이 떠난 뒤에는 같은 건물에 홀로 살며 직장에 다니고 있던 딸이 옮겨와 스케줄은 변경 없이 계속되었습니다. 요양보호사가 주말을 빼고 하루 3시간 점심시간을 중심으로 일하는 때 외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니 이 일정은 쉽게 그대로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었습니다. 국제적 큰 사건이 제 잠자는 시간에 일어날 때는 예외로 취침 시간을 조정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불면증에 시달렸기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이런 예외는 줄이고 살아왔습니다. 그 좋은 예가 2016년의 미국 대통령선거였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보도되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제 생전 마지막 미국 대통령선거라 생각하여 미국 TV 중계방송을 자정 넘게까지 시청하였습니다.

이 선거는 힐러리가 예상 외로 패배하는 대역전극으로 바뀌어 도저히 방송 시청을 중단할 수 없어 저 개인적으로 상당한 무리를 했습니다. 그 후 얼마동안 불면증에 시달린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동안 불면증 때문에 몇 번 고생을 하면서 저 나름대로의 불면증 대처 방안도 많이 연구했습니다. 여러 의사들의 의견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정해 놓은 취침시간을 잘 지키며 절대 무리하지 않는 것임을 몇 번이고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는 더욱 규칙적인 취침시간 엄수에 신경을 써왔습니다.

그러나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가 또 문제였습니다. 그야말로 제 생애 마지막이 될 큰 사건인 데다 4년 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 큰 변화를 가져온 트럼프 대통령의 당락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결과를 직접 보기 위해 다시 미국 TV의 선거 중계방송을 자정 넘은 시간까지 시청하는 일이 지난 연말부터 자주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끝까지 패배를 승복하지 않아 여러 가지 충격적인 일이 많았습니다. 미 의회 상하 양원 합동회의가 선거 결과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금년 1월 6일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과격 당원 일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소동까지 벌어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1월 20일까지 긴장이 연속된 미국 초유의 정권 교체였습니다.

이 여러 가지 뉴스를 실시간에 보겠다는 욕심 때문에 제 일상생활의 리듬은 완전히 희생되었습니다. 그 결과 다시 얻게 된 불면증이니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 이 나이에 아직도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리고 있는 저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 뿐입니다.   ^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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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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