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은 코로나와의 동행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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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은 코로나와의 동행

2021.02.09

바다 건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소식이 전해진 지 일 년이 지났네요. 그때는 그렇고 그런 돌림병인가 했습니다. 그러다 말겠지…. 사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하루 확진자가 500명 아래 선에 머물러 있지만 불안하기만 합니다. 올 설 연휴엔 직계가족이라도 5인 이상 모일 경우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은 데 따른 정부의 조치입니다. 억지로라도 ‘가족 수를 줄여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지금도 가시지 않았지만 코로나와의 1년은 돌이키기도 끔찍합니다. 하루하루를 어렵사리 나며 여러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휩싸였어요. 새삼 느낀 것이 있습니다. 내가 얼마나 허랑방탕하게 살았나 하는 것입니다. 술 기운이 가시지 않은 채 나 자신을 찾겠다며 2차, 3차 이 구석 저 구석 싸돌아다니다가 매번 나를 잃곤 하였지요. 그 작태를 ‘시간과 공간의 틈새로 숨는다’고 그럴듯하게 포장하기도 했지만요. 깊이 뉘우치며 통렬하게 반성합니다.

코로나 상황을 맞아 들어보지 못한 낯선 말들이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집콕, 홈트, 언택트, 뉴 노멀, 팬데믹, 자가격리, 화상 회의, 랜선 강의…. 일, 만남, 약속, 운동, 회식 등등 익숙했던 본디 일상은 뒷전으로 물러났죠. 코로나가 준 선물 아닌 선물도 있습니다. 무기력증, 우울증, 상실감. 무기력증과 우울증은 부정적인 측면에서 서로 보완관계인 데다 오래전 회사를 그만둔 후부터 있어온 것이니 한편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지만 상실감은 왜? 특별히 잃어버릴 만한 것을 가진 적도 없는데 말이에요.

신조어 중에는 ‘코로나 블루’도 있군요. 코로나 상황을 맞은 우울증을 뜻합니다. 푸른색이 떠오르는 블루(blue)라는 말에 ‘우울한’이란 뜻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대학생 때인 1960년대 후반 폴 모리아(Paul Mauriat) 악단이 연주한 <러브 이즈 블루>를 통해서였습니다. <이사도라> <에게해의 진주> <진주조개잡이> <시바의 여왕> 같은 곡을 발표해 이지 리스닝 계열의 팝 음악을 평정한 그 풀 모리아 악단 말예요. 우리나라도 몇 차례 방문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Blue, blue My world is blue/Blue is my world now I'm without you’
(우울해요 내 세상은 우울해요/이제 그대가 없어 내 세상은 우울해요)

이야기가 좀 애상적으로 흘렀네요. 코로나 상황을 맞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화도 있습니다. 그날은 무슨 일로 문밖출입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3월 하순쯤으로 기억하니 코로나가 막 세를 넓히려는 초기 단계였고, 생년 월 끝자리에 의한 5부제 공적 마스크 구입을 하러 나갔나 봅니다. 물품을 구하지 못해 이 약국 저 약국 돌다 지친 터에 못 보던 줄이 있어 옳다구나 나도 무리에 섞였지요. 잠깐 한눈파는 사이 사람들이 앞, 뒤 가리지 않고 뭉텅이로 빠지고 나만 남았습니다. 잠시 후 나 역시 얼굴을 붉히며 그곳을 떠났지요. 누군가 나를 지켜본 듯해 착잡했답니다. 그곳은 복주머니 로고가 ‘치사찬란하게’ 나붙은 ‘복권판매점’이었거든요.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습니다. 며느리도, 시어머니도 모릅니다. TV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하는 전문가들은 더더구나 모르고요. 당분간은 코로나와 ‘원치 않은 동행(with corona)’을 할 수밖에 없겠지요. 기약 없는 코로나 상황을 슬기롭게 나는 방법에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한 예로 주위를 돌아보며 이웃에게 먼저 다가서면 어떨는지요? 모르는 척 데면데면 지내온 주민이나, 환경미화원, 택배기사, 음식배달원, 콜센터직원에게 먼저 인사하기, 따뜻한 위로의 말 건네기, 고개 끄덕여 공감 표시하기…. 그 같은 소소한 행위가 실은 나의 기쁨을 위한 일일지 모르지만 안 하는 거보단 낫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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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창식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수필가, 문화평론가.
<한국산문> <시에> <시에티카> <문학청춘> 심사위원.
흑구문학상, 조경희 수필문학상,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상 수상.
수필집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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