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기발한 세금이 다 있네요 [김홍묵]




www.freecolumn.co.kr

별별 기발한 세금이 다 있네요

2021.02.01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허경영 국민혁명당 대표가 시장이 되면 월 20만 원씩 ‘연애수당’을 주겠다고 뜬금없는 소리를 했습니다. 경남 창원시는 ‘인구 100만 명 사수’를 위해 ‘결혼드림론’ 제도를 추진 중입니다. 결혼하는 부부에게 최대 1억 원을 저리로 빌려주고, 10년 안에 세 자녀를 낳으면 대출금 전액을 탕감해 준다는 인구 유인책입니다. 경기도는 전 도민(외국인 포함 1,339만 명)에게 코로나 피해 지원금 10만원 씩(1조4,,000억 원 상당)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모두 주머닛돈이 아닌 국민의 세금으로.

연초부터 융단 폭격처럼 세금폭탄이 덮칠 기세입니다. 가렴주구(苛斂誅求: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하고, 강제로 재물을 빼앗음)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 준민고택(浚民膏澤: 백성의 재물을 몹시 착취하여 괴롭힘)이 옛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장 갚기 싫은 빚이 세금이라고 합니다. 죽어서도 피할 수 없다는 ‘빚 내림’이자 ‘이승사자’인 세금에 얽힌 고사를 더듬어 보았습니다.

□ 미국 뉴욕시는 코로나 경기침체로 인한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죄악세(sin tax) 신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죄악세란 술·담배·도박·마약·매춘 등 ‘죄악 소비’에 물리는 세금입니다. ‘악행세’라고도 합니다. 죄악 소비는 실업이 늘고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면 욕구가 더 커지고, 그만큼 조세저항도 낮다고 합니다. 이미 다른 주에서는 자신의 벗은 몸매를 찍어 파는 ‘디지털 매춘’ 판매자들에게 과세(세율 15.3%)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덕성이 강한 우리 정부는 엄두도 못 낼 일입니다.

□ 예카테리나 2세(1729~1796)는 러시아의 근대화와 농노 해방으로 유명한 여제(女帝)입니다. 한번은 농민들이 면세를 원하는 진정서를 가지고 왔습니다. 여왕은 피터 대제 때는 이런 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아보도록 했습니다. 피터는 농민들에게 “성가시다. 내 불알이나 떼 가라”며 화를 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다음 날 여왕은 농민들을 불러 피터제의 고사를 전하고 일갈했습니다.
“짐에게는 (너희들에게 떼 줄) 그것조차 없다.”

왕과 세리(稅吏)는 고혈(膏血) 짜낼 궁리만

□ 피터 대제(1672~1725)는 러시아를 유럽과 같은 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해 먼저 긴 수염부터 자르도록 하라고 정무대신에게 명했습니다. 대신은 긴 수염은 귀족들 자부심의 상징이라며 명령 철회를 간청했습니다. 대제는 오히려 수염세(최고 100루블)를 내도록 강제했습니다. 세금 부담 때문에 7년 만에 귀족들의 턱수염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빨래세 모자세 같은 기발한 명목의 혹세(酷稅)정책에도 피터 대제는 러시아 근대화를 이룩한 황제로 추앙받고 있습니다.(2016년 8월 18일 자유칼럼 <김홍묵 촌철> 참조)

□ 미국 플로리다 주는 유명한 오렌지 생산지입니다. 오렌지는 그냥 먹기도 하지만 즙을 낸 주스가 더 맛이 있습니다. 어느 도시가 오렌지 즙 짜기 대회를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린 소녀, 다음은 중학생, 그리고는 근육질의 프로레슬링 선수가 나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오렌지 즙을 짜냈습니다. 이제 더 나올 즙이 없을 거라고 여기고 있던 차에, 안경 낀 파리한 사내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오렌지 부스러기를 마른 걸레 짜듯 해서 제법 많은 즙을 받아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남자는 국세청 직원이었다고 합니다.

□ 18세기 영국의 초대 총리 월폴(재임 기간 1721~1742)은 부잣집 벽난로에 물리던 난로세를 없애고 창문세를 신설했습니다. 집 안의 난로보다 창문은 집 밖에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어서입니다. 이 바람에 부자들은 창문을 널빤지로 가리거나 아예 벽돌로 막아버렸습니다.
영국보다 앞서 창문세를 도입했던 프랑스에서는 창문 가로 크기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겼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는 창문이 없는 집, 프랑스에서는 세로로 긴 창문 건물 등 새로운 건축문화가 생겨났습니다.

□ 프랑스의 루이 15세(1710~1774)는 재정 확보 명분으로 공기세 부과를 검토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에티엔 드 실루엣의 착안이었습니다. 그는 절약제일주의자로 초상화도 검은색만 쓰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실루엣은 강한 조세저항으로 넉 달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나고 공기세도 흐지부지되었습니다.
오늘날 흔히 쓰는 실루엣(silhouette)이라는 말은 실루엣 장관의 쓸쓸한 퇴임 모습이 검정색 초상화 같았다고 한 데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中 아편전쟁, 美 독립전쟁도 세금이 발단

□ 에스토니아에서는 소를 키우면 방귀세를 물어야 합니다. 반추동물인 소는 먹이를 되새김질하면서 방귀나 트림으로 이산화탄소보다 23배나 강력한 온실효과의 주범 메탄을 배출합니다. 식량농업기구(FAO)는 2016년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18%를 차지하고, 이는 세계 모든 교통수단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발표했습니다.
뉴질랜드·덴마크 등 축산 국가들은 메탄이 적게 나오는 사료 개발, 소의 소화 메커니즘 연구 등 ‘친환경 방귀’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 차와 전쟁- 미국의 독립전쟁, 중국의 아편전쟁은 홍차(紅茶)에 매긴 세금이 발단입니다. 홍차를 애호하는 영국에 중국이 수출하는 찻값은 엄청나 운반선 한 척이 들어오면 세금으로 배 한 척을 건조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합니다. 결제 수단인 은(銀)이 동나 국고가 빈 영국이 중국에 아편을 밀매하면서 벌어진 것이 아편전쟁(1840~1842)입니다.
영국의 과도한 홍차세 부과에 반발한 1773년의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은 미국 독립전쟁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 위정자가 고안해낸 세금의 종류는 조세저항으로 빚어진 민란(民亂) 횟수보다 훨씬 많다고 합니다. 태양세(스페인 마요르카 섬) 호흡세(베네수엘라) 체류세(프랑스) 설탕세(핀란드) 이혼세(호주) 매춘세(프랑스) 독신세(이탈리아 무솔리니 시절) 오줌세(고대 로마)….
그러나 모든 세금이 입안자의 목적과 의도대로 순기능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세금의 집행 결과에 따라 물(백성)이 배(군주)를 띄우거나 뒤집기도 했듯이.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Copyright ⓒ 2006 자유칼럼그룹.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freecolumn.co.kr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