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전문가 판치는 ‘정부 탈원전 방송’

[시론] 가짜 전문가 판치는 ‘정부 탈원전 방송’

주한규 교수·서울대 원자핵공학과


‘KTV’로 알려진 한국정책방송원이 있다. 정부 정책 홍보를 주로 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이다. 최근 월성 원전 삼중수소 문제가 불거지자 KTV는 탈원전 정책의 일환인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당위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KTV 사옥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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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관인 KTV가 정책을 홍보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가짜 전문가들의 허위 주장을 증폭해 국민에게 전파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며칠 전 ‘최고수다’라는 KTV 프로그램에 원자력 관련 한 사설 단체의 대표와 정의당 전 사무총장을 지낸 모 변호사가 나와 대담했다. 그 대표는 탈원전 찬성론자들에게 전문가로 통한다. 그가 월성 주민의 몸에서 매년 1g씩 삼중수소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월성 주민이 2000명 정도 되니 매년 2kg의 엄청난 삼중수소가 나온다고 했다. 너무나 황당한 말이다.


삼중수소 1g에는 약 2x10의 23승개의 원자가 있다. 이만큼의 삼중수소에서는 초당 방사선 360조개가 나온다. 국제보건기구가 정한 음용수 기준 삼중수소 방사선 방출률은 물 1리터당 매초 1만개다. 즉 삼중수소 1g은 그런 물 3600만 톤에 해당되는 엄청난 양이다. 얼마나 무지한 주장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방사선 위험을 과장하고 싶었던 그는 월성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타 지역의 2.5배나 된다고 했다. 삼중수소가 몸 조직의 일부가 돼 오래 남아 있을 수 있어 바로 배출되는 칼륨과 달리 아주 위험하다고도 했다. 원전 인근 주민 1인당 암 발병률이 유독 여성 갑상선암만 다른 지역의 2.5배라는 주장은 2010년 발간된 한 보고서 내용이다. 그러나 이 수치와 원전과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은 한 고리 주민과 한수원 간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인정된 바 있다. KTV의 다른 프로그램 ‘정말 Live’에서 한 여성 변호사가 이 소송에서 주민이 승소했다고 말했지만 이는 대법원 판결을 모르는 몰지각한 주장이다.

 

 



삼중수소가 유기 결합을 통해 몸에 오래 체류하며 큰 위해를 끼친다는 주장은 크리스 버스비라는 유럽의 한 사설 방사선 단체 인사가 한 것이다.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법원은 크리스 버스비에 대해 방사선 전문가로서 더 이상 증언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이 일방적인 주장이 계속 전파된다. KTV의 ‘정말 Live’에 출연해 월성 1호기 문제를 얘기한 모 대학 교수도 이런 주장을 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방사성 핵종마다 방출하는 방사선의 종류와 에너지, 한 번 섭취했을 때 몸 안에 머무는 시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사선 방출률(베크렐)’과 ‘인체 위해도(시버트)’ 간의 환산 인자를 공표해 국제적으로 통용한다. 여기에 따르면 삼중수소의 위해도는 칼륨의 340분의 1에 불과하다. 삼중수소 방사선의 투과력과 에너지가 낮기 때문이다.

14일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본부 홍보관 앞에서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원들이 탈원전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한편, 모 변호사는 월성 1호기가 불법적으로 연장 운영되어 왔던 것을 안전성을 감안해 조기 폐쇄시킨 것이라 주장했다. 적법한 과정을 거친 월성 1호기 계속 운전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도 몰지각한 주장이다. 이는 2017년 7월 서울고등법원이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허가 처분 집행정지 소송을 기각한 일을 통해서도 객관적으로 입증된다.

‘삼중수소 1g’ 방송 내용이 문제가 될 것 같자, KTV는 그 방송을 유튜브에서 삭제했다. 정부 관할 KTV는 공영방송이다. 아무리 국정 홍보가 중요하더라도 사실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허위 발언이나 일방적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국민 인식의 부당한 호도를 넘어 국격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opinion/contribution/2021/01/30/RRSIWUYN4RF23AW47575AVNY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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