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람들... ‘보 해체’ 뒤집힐까봐… 정부, 2년전 수치 갖다 적용

[단독] ‘보 해체’ 뒤집힐까봐… 정부, 2년전 수치 갖다 써


‘보 연뒤 수질 악화’ 결과 보완안해


    정부가 보를 없애면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지레 가정하고 작성한 2019년 초의 경제성 평가 결과를 아무런 수정, 보완 없이 그대로 인용해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洑)에 대한 해체, 상시 개방 결정을 내린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19일 오전 수문이 모두 열린 충남 공주시 공주보 모습.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금강 세종보, 영산강 죽산보는 전면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하기로 했다. /신현종 기자





현 정부 들어 지난 3년간 보 수문을 개방한 결과 5개 보 전체의 수질은 오히려 크게 악화했다. 이런 실상을 정부가 확인하고도, 보 폐기를 밀어붙이기 위해 2년 전 경제성 평가 자료를 갖다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를 개방한 이후 수질이 나빠진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면 5개 보는 해체가 아니라 ‘존치’ 결정이 나올 수밖에 없어, 과거 무리하게 이뤄진 경제성 평가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지난 18일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 폐기 등을 결정하는 데 토대가 된 경제성 평가 자료는 2019년 초 환경부가 발표한 경제성 평가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물관리위원회에 2년 전 평가 자료를 제공했고, 이후에도 보 해체와 관련한 경제성 평가가 이뤄진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앞서 2019년 2월 한국재정학회는 환경부가 발주한 보 해체 경제성 평가 용역에서 ‘보를 철거하면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 기준으로 수질이 보 건설 이전(2007~2009년)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전제 아래 경제성을 분석했다. 예를 들어, 영산강 죽산보를 철거하면 수질이 29%, 승촌보 8% 등으로 개선된다는 것이다. 죽산보 철거에 따른 수질 편익은 1033억원에 이르고 공주보(300억원), 승촌보(250억원), 세종보(113억원) 등도 철거가 이득이라는 게 당시 용역 결과였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환경부가 2018년 1월~2020년 6월까지 5개 보의 수질을 측정해보니, COD 값이 많게는 30~40%씩 되레 악화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수질이 29% 개선될 것이라던 죽산보 수질이 실제로는 40% 악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나머지 보들도 보를 개방한 결과 줄줄이 ‘수질 악화’로 돌아섰다. 한 통계 전문가는 “실제 보 개방에서 수질이 악화했기 때문에 2019년 실시한 환경부 경제성 평가는 잘못된 전제로 평가한 것”이라며 “보 해체가 아니라 보를 계속 두는 것이 경제성이 더 뛰어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환경부는 지난 3년간 보 개방 이후 수질이 개선된 사실을 내부적으로 확인했다. 그런데도 2년 전 ‘수질 악화’를 전제로 분석한 경제성 평가 자료를 수정하지 않은 채 국가물관리위에 그대로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관리위도 이에 대해 별다른 수정이나 보완 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물관리위 측은 “보 개방 후 수질 변화는 생태 복원이나 보 해체를 둘러싼 주민 의견 등과 함께 참고해야 될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했고, 환경부는 “과거 경제성 평가 때 참고한 수치들을 통해 보 철거 이후의 장기적인 경제성을 추산했다”고 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해 금강·영산강 보의 수질 악화 사실을 윗선에 보고했지만 정작 언론 보도자료에서는 이 내용을 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에 따르면, 환경부 실무자는 작년 8월 ‘금강·영산강 보 개방·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 담긴 ‘수질 악화’ 내용을 요약해 간부급을 통해 윗선에 보고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그로부터 2주가량 지난 작년 9월 10일 모니터링 결과에 대해 발표하면서 수질 악화 내용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보도자료에 ‘금강 세종·공주보, 완전 개방으로 생태계 개선 효과 뚜렷’이라는 제목을 달아 개천에 서식하는 일부 희귀 생물 관측 등 유리한 내용을 집중 부각시켰다. 물관리위 측도 지난 18일 보 폐기를 발표하면서 수질 악화 내용은 빼고 여름철 일시적인 녹조 등 유리한 결과만 부각시켰다. 윤두현 의원은 “정부가 실제 수질 악화를 확인하고도 정해진 보 폐기 결론에 불리하다고 판단해 이를 숨긴 것”이라고 했다.

선정민 기자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transport-environment/2021/01/28/PMJLQO7A4VFVNFHATOOLZXXI4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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