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알면서도 없앤다는 정부...도대체 왜


[단독] 보 개방땐 수질 악화… 이걸 알면서도 없앤다는 정부


정부 물관리위, 금강·영산강 3년 조사… 5곳 수질 29% 나빠져


    정부가 수질 개선, 자연성 회복 등을 이유로 지난 3년간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洑) 수문을 열었지만 예상과는 반대로 수질이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일반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지난 18일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열어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해체,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을 전격 결정했다. 보에 담긴 물을 빼니 수질이 나빠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 기능을 무력화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금강 백제보./신현종 기자


이 같은 사실은 본지가 26일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환경부의 ‘금강·영산강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환경부는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보 상시 개방’ 지시에 따라 2018년 1월~2020년 6월까지 금강·영산강 5개 보를 개방한 뒤 수질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측정·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5개 보별로 클로로필a(엽록소),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 TP(인 함량) 등 6가지 수질값을 측정한 결과, 공주·백제·승촌·죽산보에선 6개 항목의 수질이 수문 개방 이전(2013~2016년)에 비해 모두 나빠졌다. 세종보 역시 수질이 개선된 것은 클로로필a 한 항목에 그쳤다. 정부가 보 수문을 완전히 열거나 부분적으로 개방한 지난 3년간 5개 보에서 측정한 총 30개 수질 측정값 가운데 28개(93%)가 보에 물을 가득 담아 정상적으로 운영하던 시기에 비해 나빠진 반면 좋아진 것은 1개(3%) 뿐이라는 것이다. 수질이 나빠진 28개 측정값은 평균 29%, 많게는 85%까지 수치가 상승했다.


그런데도 정부와 물관리위원회 등은 보 해체 결정을 내린 당일 보도 자료를 내면서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윤두현 의원은 “정부가 보 개방 후 수질이 나빠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 해체, 상시 개방 결정을 내린 것은 큰 문제”라고 했다.


금강·영산강, 보에 물 차 있을 때 수질 가장 좋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4대강 보의 수문 개방을 지시했다.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 업무지시 6호’라며 “4대강 보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녹조 발생 등 수질 악화의 요인”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금강·영산강 5개 보를 2018년부터 3년간 수문을 완전히 열거나 부분 개방해 수질을 측정해 보니, 보에 물을 담아 정상 운영한 2013~2016년보다 되레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 초기에 밝힌 보 해체, 상시 개방 논리가 완전히 허물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2개 보(죽산·세종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2개 보(백제·승촌보) 상시 개방을 결정해 ‘앞뒤가 안 맞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의 ‘금강·영산강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는 작년 8월 작성됐다. 여기엔 ①보 건설 이전(2007~2009년) ②보 건설 후(2013~2016년) 그리고 ③보 개방 이후(2018~2020년 6월 30일)로 시기를 나눠 5개 보의 수질을 6개 지표로 측정한 결과가 담겼다. 6개 수질 지표는 클로로필a(엽록소),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 TP(인 함량), TN(질소 함량), SS(부유 물질) 등이다.




시기별 수질 평균값은 5개 보 모두가 보 건설 후 수문을 닫은 상태로 운영할 때(②)가 가장 좋았다. 5개 보, 6개 수질 지표 등 측정값 총 30개 가운데 보 건설 이전(①)보다 27개가 개선됐고, 악화는 2개, 동일은 1개였다. 이렇듯 좋아진 수질이 2018년부터 보를 개방한 이후(③) 다시 나빠진 것이다. 보를 정상 운영한 시기(②)에 비해 측정값 30개 중 28개가 ‘악화’했고, 개선은 1개뿐이었다. 예컨대 공주보의 부유 물질은 보 개방 이후 85%, TP는 41%, COD는 9%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어느 정도 나빠졌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5개 보 모두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보에 물을 가득 채우면 수량이 많아져 오염 물질 희석과 분해가 쉬워진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라고 했다.



보 건설 후 수질이 좋아졌다는 분석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8년 감사원의 감사에서도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영산강 수질이 개선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감사원 용역을 수행한 대한환경공학회는 조사 대상 보의 수질이 44%는 개선된 반면 악화는 14%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같은 과학적인 분석 결과는 외면한 채 지난 18일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열어 보 해체라는 정반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은 “보를 해체하면 수질이 나빠지고 인근 농민들에게도 피해를 주는데 정부가 자기 지지 세력만 바라보고 환경과 국익을 해치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보 개방으로 수질이 나빠졌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18일 보 해체를 결정하면서 5개 보의 수질 측정 결과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조차 않았다. 그 대신 보 개방 이후 일부 희귀 생물이 관측됐다는 등 보 해체에 유리한 결과만 보도자료에 담아 배포했다. 보 한 개 건설에 세금 수천억이 들어갔지만 보 해체 결정을 내리면서는 사전 예고도, 언론 상대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관련 부처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보도자료에서 기술적인 부분은 환경부가 작성했다”고 했고, 환경부는 “물관리위원회 결정 당일 브리핑을 생략하고 보도자료만 내기로 한 것은 우리가 결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물관리위가 그동안 수질 문제를 제대로 검토했는지도 의문이다. 물관리위는 정세균 총리가 민간 측 인사와 공동 위원장을 맡아 1년 5개월간 운영됐다. 4대강 반대론자 등 민간 위원들이 이 위원회에 대거 참여하는 바람에 ‘보 존치’ 주장은 위원회 내에서 나오기 힘든 구조였다고 한다. 한 민간 위원은 “이번 보 해체 결정에는 환경론자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면서 “민간 위원들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보 해체 반대를 대놓고 얘기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그동안 측정한 수질 데이터는 물관리위 위원들이 요구할 경우 제공했다”면서 “수질 측정 결과를 일부러 숨긴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선정민 기자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transport-environment/2021/01/27/3CIK3YA2MVA23EQVNDLIGISJ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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