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어쩌나 !가뜩이나 사람없는데..주52시간 특근 사라져 고참직원들 퇴직 사태

中企, 특근 사라지자 베테랑들 줄사표… 외국인 근로자도 안들어와


[주52시간 신음하는 中企] [上] 엎친데 덮친 인력난


   경기도의 한 금속표면처리업체에선 작년 하반기에만 정직원 70명 중 17명이 그만뒀다. 직원 4분의 1이 나간 것이다. 이 회사는 ‘주 52시간제' 적용을 앞두고 작년 7월부터 야근·주말 근무를 대폭 줄였다. 각종 수당이 사라지면서 직원 1인당 평균 임금도 20%가량 줄었다. 결국 일 잘한다는 베테랑들은 노사 합의로 주 52시간제를 연기할 수 있는 30인 미만 공장으로 옮겼다. “양식장에서 일하겠다” “고깃배를 타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주 52시간제를 위해 ‘2조2교대’를 ‘3조2교대’로 바꾸려면 최소 90명은 돼야 한다. 갑자기 부족해진 일손은 인력업체를 통해 겨우 메웠지만, 신입 직원이 숙련공을 대체할 순 없었다. 일이 서툴러 제품 불량률이 치솟았다. 이 회사 대표는 “임금이 줄어 1년 열두 달 구인 광고를 해도 숙련공은 구하기 어렵다”며 “중대재해법까지 시행되면 이제 감옥 갈 각오를 하고 신입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처리할 일손 없어… 쌓여만 가는 제품들 - 충청도에 있는 한 볼트·너트 제작업체 대표가 지난달 30일 창고에 쌓여 있는 제품을 바라보고 있다. 작년엔 코로나에도 수출 물량이 많아 그럭저럭 버텼다. 하지만 올해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서 직원들이 잇따라 이탈하는 바람에, 생산 물량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 업체 대표는 “가뜩이나 사람 뽑기 힘든데 앞으로 주문이 들어와도 납기를 어떻게 맞출지 걱정”이라고 했다. /신현종 기자




중소 제조업계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젊은 구직자들이 배달원 등 서비스업을 선호하는 반면 제조 현장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52시간제의 전면적 시행이 중기 인력난에 직격탄이 됐다. 중소 제조업체의 핵심 경쟁력인 숙련공의 몸값은 오르고 그마저도 확보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주 52시간제 시행 두 달 전인 작년 11월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주 52시간을 준비 못 한 이유로 중소기업들은 ‘추가 채용 비용 부담’(52.3%)과 ‘구인난’(38.5%) 등을 꼽았다. 퇴직금 감소를 우려하는 직원들이 퇴직금 중간 정산을 요구하면서 기업들은 예상 못 한 자금난까지 겪고 있다.


52시간제 후 中企 ‘인력 이탈’ 비상

작업 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들, 특히 비수도권 지방 기업의 인력 구하기는 처절한 수준이다. 대부분 낮은 시급(時給)을 장시간 근무로 보전해 주던 곳들이다. 강원도에 있는 한 석회석 가공업체의 45인승 통근버스는 1시간을 달려 충북 제천에서부터 직원을 태워 나르고 있다. 강원 지역에서는 도저히 인력을 찾을 수 없어서다. 청·장년층을 못 구해 83세 노인을 고용할 정도였다. 이 업체 대표는 “사람 못 구하면 주 52시간제를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다”며 “공장 멈추면 석회석 쓰는 제철소, 화력발전소 다 멈추는데 그때 가면 정부가 알아서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경남의 한 금속열처리업체 대표는 용역업체 사람들에게 식사 대접하는 게 요즘 중요한 일과다. 작년 말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며 40명 추가 인력이 필요해졌고, 부족한 일손을 하루하루 용역업체를 통해 보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대표는 “용역업체에 잘 보여야 그나마 비슷한 일을 해본 근로자를 보내준다”고 했다. 용역업체에서 ‘초짜’를 보내주면 일도 못 시키고 사고 위험만 높아진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의 인건비 부담은 10% 넘게 늘었는데 직원 평균 월급은 20% 줄고 불량률은 곱절이 됐다”고 말했다.


중소제조업계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젊은 구직자들이 배달원 등 서비스업을 선호하는 반면 제조 현장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 52시간제의 전면적 시행이 중기 인력난에 직격탄이 됐다.중소 제조업체의 핵심 경쟁력인 숙련공의 몸값은 오르고 그마저도 확보하기 어렵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도금업체 모습./장련성 기자




신입 늘자 불량률 치솟고 안전사고 위험도

작년 하반기부터 중소기업 중에선 뜻하지 않게 직원들의 ‘퇴직금 중간정산’ 요구에 직면한 경우도 많았다. 퇴직금은 퇴사 직전 3개월 동안 지급한 평균 월급액이 산정 기준이 된다. 직원들이 52시간제로 월급이 줄면 퇴직금까지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경남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A대표는 최근 전 직원 70여명에게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줬다. 10억원이 훨씬 넘게 들었다고 한다. A대표는 “직원들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코로나 때문에 가뜩이나 자금 사정이 빡빡한데 퇴직금 마련하느라 애 먹었다”고 했다.



숙련공 이탈과 신입 급증은 생산성 발목을 잡고 안전사고 위험도 높이고 있다. 




한 조선업 협력업체 대표는 “최근 작업장에서 안전벨트를 걸지 않거나 맨홀 구멍에 빠지는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늘고 있다”고 했다. 잦은 인력 교체로 신입 근로자가 늘고, 돈을 더 벌려고 밤에 아르바이트를 뛰는 사람이 많아지다보니 생긴 현상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 장석주 상무는 “숙련공이 줄면 생산성도 떨어지고 안전사고 위험은 커지는 연쇄 도미노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며 “결국 조선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전현석 기자 최원우 기자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economy/smb-venture/2021/01/11/5S746NRHTJG6XBBDXKN7GF2T7U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