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택배기사·캐디에도 실업급여...고용보험 고갈?


내년 택배기사·캐디도 실업급여… 고용보험 이르면 2년뒤 적자난다


정부,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추진

실업급여 등 지출 갈수록 늘어나


     내년부터 특수 고용 근로자(특고)들을 고용보험에 의무 가입시키면 이르면 2년 뒤, 늦어도 4년 뒤부터는 이들이 연간 낸 보험료보다 실업급여 등으로 지출하는 금액이 더 많아진다는 정부 추계가 나왔다. 이 추계대로라면 결국 일반 근로자들과 기업들이 낸 보험료로 특고의 고용보험 적자를 메워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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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고, 내는 보험료보다 실업급여 갈수록 더 많이 수급

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택배 기사, 음식 배달원, 골프장 캐디 등 특고를 고용보험 의무 가입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특고 노동자는 형식상으론 실적에 따라 소득을 올리는 개인 사업자이지만, 사업주와 계약을 체결하는 임금 근로자 성격도 있다.


고용보험은 근로자가 실직했을 때 생활 안정을 위해 일정 기간 급여를 주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는 특고를 포함해 ‘전(全) 국민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2021년 고용부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정부가 지난 9월 특고를 고용보험에 가입시키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첨부한 ‘2021~2025년 재정 추계’를 인용했다. 정부 추계의 첫째 시나리오는 기존 산재보험에 가입한 9업종 특고 노동자들이 평균 이직한 비율, 보험료를 일정 기간 내서 수급 자격을 갖춘 비율 등을 통해 추산했다. 그랬더니 특고 고용보험 제도의 수입(보험료)에서 지출(실업급여·출산전후급여)을 뺀 금액이 2021년 1897억원, 2022년 2146억원으로 2년간 늘다가 2023년 470억원, 2024년 162억원으로 크게 줄고 2025년에는 -176억원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엔 보험료가 쌓이지만, 갈수록 실업급여 등 지출이 급증해 결국 보험료보다 받아 가는 실업급여가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둘째로, 특고 노동자가 일반 근로자들만큼 실업급여를 신청해 받는다고 가정하고 추산했더니,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지는 시점이 2023년으로 당겨졌다.


고용부는 “5년간 전체로 보면 적자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영계는 이 추세대로 실업급여 지출이 늘어나면 적자가 심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일반 근로자들의 보험료로 특고의 적자를 메워줘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고, 일반 근로자와 너무 달라 한 제도로는 위험”

경영계는 “특고 노동자는 일반 근로자와 성격이 너무 다른데, 정부가 이런 부분을 제대로 설명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않고, 급하게 제도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예컨대, 특고에게 고용보험료를 부과하려면 소득을 알아야 하는데, 이들은 소득 파악부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최근 국세청 등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특고 노동자들의 소득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방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골프장 캐디같이 손님과 현금을 주고받기도 하는 직종은 사실상 파악이 어렵다.


특수 고용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 시 재정 추계


또 정부는 일반 근로자는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을 때만 실업급여를 주지만, 특고는 소득이 줄었을 때도 실업급여를 줄 계획이다. 자발적으로 일을 쉬어도 소득이 줄었다는 것을 입증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특고는 코로나 사태 같은 고용 위기 상황에서 실업 위험이 가장 큰 직종이기 때문에, 지금도 적자 운영되고 있는 고용보험 기금의 재정 안정성에 지나치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보험 적립금은 2017년 10조원에 달했지만, 작년 경기 불황으로 3조원이나 지급돼 7조원대로 줄었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아예 기금이 바닥나, 정부는 일반 예산과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 적자를 메웠다. 정부는 내년에도 공공기금에서 3조2000억원 등을 빌려 고용보험에 투입할 계획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2021년 고용부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향후 고용보험 가입 대상 확대, 빌린 기금을 갚는 비용 등 지출이 늘어난다. 고용보험 기금의 정상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고용 취약 계층인 특고 노동자들에게도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주는 것은 맞는 방향이지만, 이들은 일하는 방식 등이 일반 근로자들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별도로 기금을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일반 근로자들의 보험료가 특고들에게 돌아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연주 기자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2020/11/11/AQYFQFAOBRF2JDSDNKPSUUGVM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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