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인 형성 몽골 인류의 6000년 변천사 밝혀져

동아시아인 형성 핵심 몽골 인류의 6000년 변천사 밝혔다


정충원 서울대 교수팀-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팀 게놈 연구


    몽골과 만주에 사는 동아시아인의 복잡한 형성 과정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각각 6600년 전 유라시아 동부의 심장부인 지금의 몽골 지역에 살던 인류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로, 한반도 조상의 이웃들이 유라시아에 살던 다양한 현생인류 집단과 역동적으로 만나고 섞이며 형성됐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역사 속 '흉노'와 몽골제국 등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천했는지도 자세히 밝혀졌다.


몽골을 중심으로 고대 현생인류 유골 200여 구의 게놈을 해독한 연구 결과 고대 동아시아 인류가 6600년 전부터 다양한 인류집단과 매우 복잡하게 만나고 섞여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은 초원지대에서 인류의 이동성을 높인 주요 수단 중 하나인 말을 묻은 무덤과 사슴 모양이 그려진 '사슴돌'의 모습이다. 몽골 중부지역에서 촬영했다.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 제공




6500년 전 유라시아 심장부 몽골이 복잡한 인구 교류를 밝히다

정충원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 몽골과학원 고고학연구소 연구팀은 지금의 몽골과 그 주변부에서 발굴된 인골 214구에서 채취한 DNA를 해독했다. 연구팀은 발굴된 DNA가 얼마나 서로 다른지를 정량적으로 비교해 지역과 시대별 인류집단의 이동을 추정했다. 그 결과 6600년 전부터 600년 전까지 약 6000년 동안의 몽골 지역에서 활동한 흉노와 몽골제국을 세운 인구집단이 언제 어떻게 형성됐는지 밝히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6일자에 발표됐다.


유라시아는 아프리카 밖으로 진출한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가 처음 진출해 퍼진 지역이다. 면적이 넓고 초원(스텝)이 넓게 트인 지역이 펼쳐져 있어 각지에 대단히 다양한 인구집단이 형성됐다. 이런 과정에서 수만 년 동안 매우 복잡하게 이동하고 만나 섞이는 과정을 반복하며 현재의 각지 인류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 교수와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팀은 2017년 몽골의 85개 지역과 러시아 3개 지역에서 발굴한 인골 214구에서 시료를 채취해 약 1년 반에 걸쳐 게놈(유전체)을 추출했다. 가장 오래된 DNA는 청동기시대 이전인 약 6600년 전에 살았던 수렵채집인으로 나타났다. DNA 가운데 가장 최근 시료의 주인은 약 600년 전에 살았던 사람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게놈 데이터를 서로 비교해 몽골 각 지역에 살던 인류집단이 시기 별로 어떤 유전적 특성을 지니는지 분석했다.


원래 몽골 지역에는 수렵채집인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약 5000년 전 3000km 서쪽인 흑해 지역에서 유래한 인류집단이 들어오면서 약 3500년 전 이후인 후기청동기시대에는 목축업이 널리 유행한 것으로 이번 분석 결과 확인됐다. 몽골 동남쪽과 북서쪽, 서쪽에 세 개의 인류집단이 형성됐고, 이들은 서로 지리적으로 격리된 채 1000년 이상 독립적으로 살았다.


몽골 주변에서 발굴한 인골의 게놈을 해독해 유전적 특징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한 결과다. A는 청동기 이전부터 청동기 초기까지의 수렵채집인 시기다. 동쪽에 고대북동아시아인(ANA)가, 북쪽에는 ANA에 고대북유라시아인(ANE)가 섞여든 인류가, 서쪽에는 유럽에서 온 인류가 발견된다. 이들은 서로 섞이지 않은 채 1000년 이상 격리 상태를 유지했다. 중후기 청동기시대(B)와 초기 철기시대(C)에도 지역별 특성 차이가 뚜렷하다. 하지만 흉노 제국이 형성되던 철기 끝무렵부터 섞임 현상이 등장하며 지역별 구분이 희미해졌다(D). 흉노 멸망 이후 위구르와 돌궐 등이 과거 흉노 제국의 지역 일부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 등 남쪽에서 사르마티아인(황토색) 유전자가 유입되면서 다시 유전적 특성이 변했다(E). 중세 말기에는 동아시아인인 한족의 비중이 늘면서 서유라시아인의 DNA 비중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F). 셀 논문 캡쳐




하지만 2900~2300년 전인 철기시대 끝무렵 갑자기 변화가 일어났다. 정 교수는 “몽골 고비사막 동남쪽에는 판석묘를 쓰는 '고대북동아시아' 인류집단이, 북서쪽 바이칼호 부근에는 판석묘를 쓰는 고대북동아시아인과 그보다 훨씬 이전에 유라시아 북부에 살던 '고대북유라시아인' 유전자가 섞인 인류집단이, 마지막으로 몽골 서쪽 알타이산맥 부근에는 유럽지역에서 스텝을 거쳐 온 전차를 사용하는 인류집단이 각각 살고 있었다”며 “1000년간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았는데 이 시기에 갑자기 섞였다는 사실이 게놈 분석 결과로 처음 확인됐다”고 말했다.


역사가들은 이 시기에 스텝을 통해 들어온 유럽 인류집단이 카자흐스탄까지 들어와 있을 정도로 융성해 몽골 역시 비슷한 인류가 들어와 있는 단순한 구성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과거의 예상이 틀린 이론이며 생각보다 동아시아 인류의 역사가 복잡하고 역동적이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흉노 제국을 이룬 사람들 

이 시기는 공교롭게도 최초의 스텝(초원) 제국인 흉노 제국이 형성된 시기(약 2200년 전)와 일치한다. 정 교수는 “동쪽 지역에서 서쪽 지역(유럽) 인류의 유전적 특성을 지닌 사람이 발견되는 등 섞임 현상이 두드러졌다”라며 “이에 따라 흉노는 매우 다양한 유전적 특징을 지니게 됐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마치 오늘날의 미국처럼 유전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여 살았던 것이다.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정 교수는 “말타기 보급에 따른 이동성의 증가나 기후변화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은 가설이며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충원 서울대 교수는 독일 막스플랑크, 몽골과학원 등과 공동으로 오늘날의 몽골 및 그 주변의 인골 DNA를 분석해 약 6600년 전 이후 인류집단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밝혔다. 윤신영 기자




이때 형성된 인류는 지금의 동아시아인과는 많이 다르다.  300년 뒤 흉노가 멸망한 뒤에도 유전적 특징은 계속 변했다. 이 시기에 돌궐과 위구르, 선비 등 인구집단이 흉노가 사라진 지역을 부분적으로 차지했는데, 같은 시기에 이란 등 남동쪽에서 유입한 인류가 유입되면서 이들 사이에 서로 밀접한 교류가 일어났다. 


현대 동아시아인과 비슷한 유전적 특성이 형성된 것은 지금부터 약 800년 전인 13세기 초에 이 지역에 몽골제국이 세워진 이후였다. 다시 동쪽 유라시아인 유전자가 많이 섞여들면서 서쪽 유라시아인의 유전자 비중은 줄었고, 그 결과 비로소 현재의 몽골인과 유전적 특성이 비슷한 인류가 나타났다.


몽골 지역은 5000년에 걸쳐 낙농업이 유행했고 지금도 다량의 유제품을 섭취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낙농업지역과 달리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에게선 유당(락토스)을 분해하는 유전자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장내미생물 등에 의한 다른 적응을 통해 유제품 소화가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한반도에 사는 인류집단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다만 6000년간 동아시아 내륙에 살던 인류의 복잡한 이동과 만남을 세세하게 밝혔다는 의의가 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후기청동기 이전과 흉노 이후 거란과 여진 등 중세시대 후기의 유골 시료를 더 확보해 추가연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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