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꼭지?...금융업계 부동산 매물 잇따라 나오기 시작


금융이 품었던 부동산 속속 시장에… "보유 부담 커졌다. 비쌀 때 팔자"


    금융업계가 보유해온 부동산이 시중에 잇따라 나오고 있다.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부동산 보유에 따른 부담이 커진 영향인데,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10만583㎡짜리 현대해상강남사옥을 3605억원에 한국토지신탁으로 넘겼다. 신한생명은 서울 중구 장교동 신한 L타워 신사옥을 내놨다. 메리츠화재는 작년 여의도 사옥을 베스타즈자산운용에 1200억원에 매각했다. 삼성생명은 BNK자산운용에 여의도 빌딩을 2700억원 가량에 넘겼다.


신한생명이 사옥으로 쓰고 있는 서울 중구 ‘신한 L 타워’. /조선DB


금융기관들이 부동산을 매각하는 주된 이유로는 2023년 시행 예정인 신(新)국제회계기준(IFRS17)과 이에 따른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이 꼽힌다. IFRS17은 전세계 보험사의 재무 상황을 동일한 기준에 따라 평가·비교하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제정한 원칙이다.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는 것이 골자다.





IFRS17을 도입하면 보험부채 평가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 되면서 그에 따른 요구자본도 늘어날 전망이다. 보험사는 보유한 부동산 자산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기존보다 더 많은 준비금을 적립해야한다. 쉽게 말하면, 현재 100억원의 부동산 자산 보유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금이 6억~9억원 수준인데, 신지급여력제도에서는 이 준비금이 25억원으로 늘어난다.


보유 부동산 자산이 많은 보험사일수록 더 많은 자본금을 확충해야하는 부담이 따르다보니 부동산 정리에 나서는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물론 건물 매각을 통한 시세차익과 현금화를 통한 유동성 확보 목적도 깔려있다. 이지스자산운용과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서울 오피스 매매가격지수는 364.1포인트(p)로 직전 분기인 1분기 보다 3.4% 상승했다. 오피스 매매가격지수는 2001년 1분기 가격수준을 100으로 보고 현재의 가격을 지수화한 것이다. 역사상 최저 금리가 지속되면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매매가격을 끌어올렸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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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거래를 주로 하는 한 외국계 부동산컨설팅업체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신지급여력제도의 영향으로 보험사들의 부동산 매입은 주춤한 한편 매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 건물을 남겨두고 지방 등 그 외 사옥을 매각 정리하고, 비대면 체제 확산의 영향으로 이용면적을 줄이는 다운사이징도 함께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부동산을 파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국민연금은 리츠를 통해 보유해온 잠실 시그마타워 매각작업에 돌입했다. 이번 매각 시도는 2014년과 2017년에 이은 세 번째다. 앞선 두차례 시도에서는 매각을 성사하지는 못했는데, 과거와 달리 부동산 실물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예금보험공사도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 등 29개 부동산을 17일부터 매각한다. 매물로 나온 29개 부동산에는 서울 영등포구 오피스텔과 충북 음성군 골프장 등을 비롯해 토지, 상가, 상업시설, 아파트, 골프장 등이 포함됐다. 파산한 저축은행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가 취득한 자산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는 금융사들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게 특수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보험사나 은행이 부동산을 직접 보유해야할 필요성이 줄었다"면서 "사옥 등 부동산을 직접 보유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을 따지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에 따라 직접투자(매입)보다는 계열사를 통한 부동산 펀드 및 리츠 등 간접투자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지윤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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