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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6형제’ 이야기

2020.09.14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콕’하는 시간이 늘며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어 생기는 지루함과 눈의 피로를 풀어보고자 거의 매일 한 시간 이상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산책로는 아파트 단지의 쪽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마주하는 매봉산 둘레길이나 10분 정도 걸으면 갈 수 있는 양재천변길입니다.

태풍 ‘바비’와 ‘마이삭’ 그리고 ‘하이선’이 지나가고 나서 매봉산 산책길을 걷다보니 산책로와 숲 안쪽 바닥에 평소보다 더 많이 떨어져 있는 도토리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참나무 가지를 집어 들어 예쁜 도토리 모양을 보며 “산골짝에 다람쥐 아기 다람쥐 /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 다람쥐야~ 다람쥐야 재주나 한번 넘으렴 / 파~알딱 파~알딱~ 팔딱 날도 참말 좋구나”라는 ‘다람쥐’ 동요 가사와 함께 ’도토리 6형제‘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도토리 6형제’는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대표적 낙엽성식물로 참나무과 참나무속(Quercus)에 속하는 갈참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등 6종의 참나무를 일컫는 말로 ‘참나무 6형제’라고도 부릅니다. 식물도감에 없는 ‘참나무’란 명칭은 한 종(種)의 식물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이들 참나무 6형제를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산책길은 물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토리 6형제들은 열매인 도토리를 싸고 있는 깍정이를 일컫는 각두(殼斗)와 잎의 모양이나 잎자루의 유무 등에 따라 구분이 됩니다.

참나무 6형제를 통칭해 참나무라 일컫는 이유는 이들이 같은 속 식물로 유전적으로 매우 가깝기 때문입니다. 형제끼리 서로 연을 맺기도 하는데, 한 실례로 떡갈나무와 신갈나무 사이에 연이 맺어지면 떡신갈나무로 불리는 아종(亞種)이 생겨납니다.

도토리는 숙성해서 나무에서 떨어지기 전까지 털모자 모양과 뚜껑모자 모양으로 구분이 되는 깍정이로 덮여있습니다<그림 1>. 6형제 중 굴참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3형제의 각두는 털모자 모양이며,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의 깍정이 색깔은 연두색인데 비해 떡갈나무 깍정이는 갈색(혹은 주황색)입니다. 뚜껑모자 모양의 각두로 덮인 다른 3형제인 갈참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에서 신갈나무의 뚜껑모자 비늘은 울퉁불퉁하며, 졸참나무의 도토리는 가늘고 길쭉한 모양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림 1> A; 털모자를 쓴 떡갈나무 열매, B; 뚜껑모자를 쓴 신갈나무 열매, C; 뚜껑모자를 쓴 길쭉한 모양의 졸참나무 열매

잎의 모양을 비교해 보면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3형제의 잎은 폭이 넓고 넓적한 모양입니다. 잎자루가 없는 떡갈나무와 신갈나무 잎의 가장자리는 둥근 물결 모양인 데 비해 신갈나무 잎 가장자리의 물결은 좀 더 급한 물살 모양입니다. 다른 3형제 잎의 가장자리는 톱니 모양입니다<그림 2>. 졸참나무 잎에 비해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의 잎은 폭이 더 좁고 길며, 잎 가장자리에 뾰족한 침이 돋아 있습니다. 굴참나무의 침은 녹색이고, 상수리나무의 침은 흰색으로 구분이 됩니다.

참나무 6형제 중 갈참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에는 참나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에는 참나무란 말이 없는데, 이렇게 다양한 참나무 명칭에는 나름 사연이 있습니다.

참나무 이름이 붙어 있는 형제들 중 갈참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가을 늦게까지 잎이 달려있어 붙여진 ‘가을참나무’에서 유래되었으며, 졸참나무는 잎도 작은 편이지만 도토리 크기가 가장 작아 ‘졸(卒)’이 붙여진 것입니다. 굴참나무는 두꺼운 껍질이 코르크 재료로 이용이 되는데, 이런 줄기에 세로로 골이 깊게 파여 있어 ‘골참나무’로 불리다가 굴참나무로 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나무란 말이 없는 형제들 중 신갈나무의 이름은 짚신을 신던 시절 짚신을 갈아 신을 때 이 나무의 잎을 깔고 신었다고 해서 붙여졌으며, 떡갈나무는 떡을 찔 때 이 나무 잎을 바닥에 깔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림 2> A; 둥근 물결 모양의 떡갈나무 잎, B; 톱니 모양의 굴참나무 잎

상수리나무에는 더 진지한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상수리나무의 원래 이름은 ‘토리’였는데,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난 간 선조가 제대로 먹을 음식이 없어 토리나무의 열매 토리로 만든 묵을 먹었다고 합니다. 묵을 맛있게 먹고 배고픔을 견뎌낸 선조는 왜란이 끝나고 왕궁으로 돌아온 후에도 토리로 만든 묵을 즐겨 찾아 토리묵이 상시(常時) 수라상에 오르게 되어 ‘상수라’로 불렸다가 ‘상수리’로 불리게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개밥에 도토리’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개가 밥에 있는 도토리를 먹지 않고 남기는 데서 유래한 속담입니다. 하잘것없는 재주를 가지고 서로 낫다고 다투는 것을 비유한 ‘도토리 키 재기’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집콕’에서 벗어나 주변 숲길을 산책하면서 재미 삼아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살펴보며 ‘도토리 6형제’ 이야기와 함께 ‘개밥에 도토리’나 ‘도토리 키 재기’라는 속담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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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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