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금 안 주면 집 못 뺀다"… 임대차3법에 뒤바뀐 '甲乙'


<계약갱신요구권이 빚은 혼란>


'갱신 요구한다'는 메시지 보내고 연락두절

배째라식 임차인에 이도저도 못하는 임대인


국토부 "임차인과 합의 여부 기준으로"

뒤늦은 수습 나섰지만 사례마다 모호한 해석 여지 남아있어


    전세를 놓았던 서울 노원구의 집을 팔고 다른 집을 구매하려던 김씨는 임차인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겠다"는 메시지만 보낸 채 연락 두절 상태이기 때문이다. 내용증명까지 보냈지만 그마저도 수취인 부재로 전달되지 않았다. 세 놓은 집에 일정 기간 실거주한후 매도하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이 역시 "말을 바꾸느냐"며 임차인이 버틴 탓이다.



김씨는 "8년간 거주하다 사정상 전세를 줬던 집을 이제는 팔지도 못하고 들어가 살지도 못하게 됐다"며 "정부의 무리한 입법에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계약갱신요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둘러싼 분쟁이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후 임대차 계약의 갑을관계가 뒤바뀌며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의 '선(先) 시행, 후(後) 대응'이 모호한 법률 해석을 양산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갑작스러운 임차인의 변심에 따른 분쟁이다. 집주인이 직접 임차 주택에 들어가 살거나,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제3자에게 매도하는 과정에서 집을 비워주기로 했던 세입자가 말을 바꾸고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을 경우다. 국토교통부는 임차인과의 합의를 기준으로 삼겠다며 뒤늦은 수습에 나섰지만 개별 사안마다 다양한 유권해석이 나오다 보니 혼란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계약갱신요구권을 앞세워 '위로금'을 요구하는 임차인까지 나타나는 실정이다. 50대 이모씨는 오는 11월 전세 만기인 집을 팔 예정이다. 임차인과는 만기 때 나가기로 합의하고 이사 갈 집을 구하라고 보증금 일부를 미리 빼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계약갱신요구기간 중 매매계약이 이뤄질 경우 갱신요구 가능 여부가 모호하다는 해석이 나오자 임차인의 태도는 돌변했다. 이사 갈 집의 중개수수료와 이사비에 더해 전세대출 이자까지 내놓지 않으면 집을 비워줄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씨는 "최소한 임차인이 말을 번복하는 건 막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법을 만들었으면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발 책임 좀 져달라"고 하소연했다.





임차인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신혼부부인 최모씨는 거주중인 전세집에서 2년 더 살 생각이었지만 내쫓길 상황이다. 집주인이 실거주 매수인에게 팔 테니 나가달라고 한 것이다. 분쟁조정위원회에 문의했지만 담당자는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집을 살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모호한 답변만 돌아왔다.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국토부가 늦게나마 정리에 나섰지만 여전히 쏟아지는 다양한 분쟁 사례를 해결하는 답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계약갱신 가능 여부는 매매계약 과정에서 임대인과 임차인간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배포한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서 중. 사전에 계약갱신요구를 하지 않기로 약정할 경우 이는 무효라는 해석이 담겼다. (제공=국토교통부)


국토부 관계자는 "최초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시 임대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갱신 여부가 판단된다는 원칙은 유지된다"면서도 "다만 실거주 매수인에게 판다는 것을 임차인과 합의한 후에 임차인이 갑작스레 변심하는 경우 갱신거절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임차인과의 신뢰에 근거해 계약이 진행되고 있었던 만큼 임차인의 신뢰에 반한 행위까지 보호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임대인과 임차인간 합의 여부를 입증하기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 합의가 구두(口頭)로 이뤄지는 관행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기본적으로 법률 해석 과정에서 세입자 보호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집주인으로서는 임차인의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할 경우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마포구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나눈 대화를 모두 녹음하거나 문자로 남기지 않으면 분쟁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아시아경제] 


'서민 삶' 파괴하기 시작한 임대차 3법 후폭풍 [여기는 논설실]


   경제학계에서는 "한 도시를 완벽하게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폭격이 아니라 임대료 통제 "라는 말이 유명하다. 약 100년 전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 도입한 임대료 통제정책이 대실패로 끝난 뒤부터 인용빈도가 높아진 경구다. 당시 ‘서민 주거복지를 위한다’며 도입한 오스트리아 집권 사회민주당의 임대료 통제정책은 집주인의 관리 외면과 신축주택 감소를 불러 세입자 고통과 도시의 슬럼화를 촉발했다. 탁월한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이 사례를 분석해 1931년에 "임대료 통제가 오스트리아 경제의 지옥 문을 열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무솔리니의 이탈리아, 히틀러의 독일과 함께 3대 전체주의 정권으로도 불렸던 오스트리아 좌파세력의 무지가 부른 참사였다.


사진=연합뉴스


'임대차 3법' 이후 매물 줄고 '미친 전세값'

한국에서도 지난 7월말 '임대차 2법'이 시행된 뒤 주택시장에서 파괴적 변화들이 적잖다. '도시의 파괴'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서민 삶 파괴'로 치닫는 징후가 만만찮다. 가을 이사철을 맞은 수도권 일대에서는 매물이 실종되고 가격이 급등해 최악의 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월 한달 서울의 전월세 거래량은 8200건으로 2011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다. 재건축 실거주요건이 강화된 상황에서 7월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생신청구권제가 시행되자 전세매물 잠김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매물감소는 전세값 상승으로 이어져 1~2억 오른 집이 속출해 '미친 전세값'이라는 말이 돌 정도다. 서울아파트 전세가는 62주째 상승세다.


전세감소는 전세와 월세를 혼합한 반전세 확대를 부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반전세 비중은 7월 9.9%에서 8월 13.9%로 급증했다.7월에 보증금 6억원,월세 90만원이던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이던 시세는 8월에는 보증금 6억원,월세 140만원으로 월세가 50만원이나 높아졌다.




경기권 사정도 다르지 않다. 8월중 경기권 아파트의 전월세 거래건수 역시 1만1280건으로 최저를 기록했다.하남 등 3기 신도시 예정지 일대에는 전세매물이 전무한 아파트 단지도 잇따라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심심찮다. 치솟는 전세값을 따라잡지 못한 세입자들이 싼 집을 찾다보니 빌라 전세값까지 동반급등중이다. 서울의 전월세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서울 외곽이나 경기권으로 밀려나는 '전세시장의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분석이 많다. 결국 '서민주거안정을 위한다'며 시행한 임대차 3법 등장 이후 전세매물이 줄고 가격이 요동치며 서민주거환경이 극도로 불안정해지는 모습이 뚜렷하다는 게 현장의 이구동성이다.


'서민 주거복지' 앞세웠지만 더 고단해진 서민 삶

서민 주거의 핵심이 전세시장이 혼돈 속으로 빨려드는 데도 정부당국자들은 "시장이 안정적"이라고 주장한다.몇몇 급매매 사례를 선택적으로 제시하며 정책효과를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집값이 한달새 4억이나 떨어졌다"며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예시한 서울 반포동 '반포 자이' 85㎡는 법인 대표가 가족에게 판 예외적인 거래였다.


부총리의 말처럼 매매가격이 얼마간 떨어진 곳이 있다 하더라도 10억,20억원대 아파트 시세는 서민 삶과 무관하다. 선별적 통계도 제시하기 어려워서였던지 부총리는 전세값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당국자들이 작은 전공을 부풀리기에 급급한 뒷켠에서 가족과 고단한 몸을 누일수 있는 작은 전세집을 찾아 헤매는 서민들의 눈물이 쌓여가고 있다.




스물 세번의 규제를 밀어붙이며 역사에 기록될만한 정책실패를 자초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현실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쏟아지는 비난을 피해 발언을 자제하는가 싶더니 편파방송으로 이름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등장해 "서울 집값이 하락 안정세"라며 예의 엉뚱한 발언을 되풀이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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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삶은 파괴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규제대책인 부동산거래 감시기구 설립이 구체화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만 있다는 통제기구의 등장이 또 얼마나 시장을 왜곡하고 그 결과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게될 지 걱정이 앞선다.


일련의 시장동향과 당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정부 부동산정책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회의가 밀려든다. '시장 안정'과 '서민 주거복지'가 정책목적이라면 지금은 부작용 대책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점점 더 센 규제카드를 꺼내 들고 시장참가자들에게 호통치기에 급급하다. 엉터리 통계를 선별인용하며 실상을 왜곡하고, 시장 제압을 무리에 무리를 더해가는 모습이다. 패닉에 빠져 '영끌'에 나선 중산층·서민·청년들을 투기꾼으로 몰며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도 빠지지 않는다. 이런 정황을 놓고 보면 정부의 목표가 시장안정·서민주거생활 향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짙어진다. 정책당국자들의 시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게임에 몰두중인 정치권의 심기살피기로 향하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다. 이래저래 '전세 찾아 삼만리' 대열은 점점 길어지고 시장의 좌절과 분노도 높아만 간다. 서민 파괴가 도시파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쓰나미가 덮칠까 조마조마하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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