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장 임명, 법이 무너지다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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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장 임명, 법이 무너지다

2020.08.20

       
대통령은 8월 14일 특허청장을 포함하여 차관급 9명의 인사를 발표했습니다. 특허청장의 인사를 짚어봅니다.

먼저 특허청의 위치를 살펴보면, 특허청은 관련 법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라 적습니다.)의 외청입니다. 정부조직법 37조에 산업부는 ‘특허ㆍ실용신안ㆍ디자인 및 상표에 관한 사무와 이에 대한 심사ㆍ심판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장관 소속으로 특허청을 둔다.’고 돼 있습니다. 특허청은 산업재판권에 관한 사무와 심사, 심판 사무를 관장하는 정부 조직입니다. 그리고 특허청은 '책임운영기관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책임운영기관입니다. 중앙행정기관으로는 오직 특허청 한 곳입니다.

책임운영기관은 인사·예산 등 운영에서 대폭으로 자율성을 가진 집행 성격 행정기관입니다. 책임운영기관에서는 소속 직원의 신분이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보통의 행정기관과 같지만, 기관 운영을 하는 데 상당한 자율성을 갖는다는 점에 차이가 있습니다. 책임운영기관의 장은 일반적으로 공개경쟁채용 과정을 거쳐 계약제로 임명되며, 기관장은 해당 부처 장관과 사업 목표 등에 관한 성과계약을 체결하고 그 사업의 실적에 따라 책임을 집니다.

책임운영기관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책임운영기관장은 공개모집 절차에 따라 선발하고, 근무기간은 5년 범위에서 최소 2년 이상으로 합니다(법 7조). 특허청은 산업재산권에 관한 사무, 심사, 심판을 관장하므로 산업재산권의 특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된 것으로 이해합니다.

이번에 임명된 사람을 인터넷 인물정보에서 찾아보니 전력 전자기기 가스산업 분야를 거쳐 소재부품산업정책관, 에너지산업정책관, 통상정책관, 산업혁신성장실장을 맡았었던 것으로 나옵니다. 특허청의 상위 조직이라 할 수 있는 산업부 소속이었다는 점을 빼고는 특허청의 소관 업무와는 상관이 없었던 분으로 보입니다.

특허 분야에 지식이나 경륜이 없던 사람도 업무를 파악하고, 지식재산권의 원리를 공부하여 그 사람이 지닌 역량과 결합하여 잘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헌법 7조에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 뜻을 새기면 적합한 인물을 적절한 자리에 임명하는 것은 임명권자의 의무입니다.

특허청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한 취지를 생각하면 특허청장은 민간에서 전문가를 찾거나, 아니면 특허청 내부자에서 찾아 승진시키는 것이 좋은 자리입니다. 공고를 내어 지원자를 찾지도 않았고, 업무 관련성도 찾기 어려운 사람을 산업부에서 내려 보내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이런 것을 낙하산 인사라 하겠지요.

낙하산 인사는, 해당 기관의 직무에 대한 능력이나 자질, 전문성과 관계없이 권력자가 특정인을 중요 직책에 임명하는 것을 말합니다. 권력자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사람을 임명한다는 의미에서 "코드 인사"로도 불린다고 풀이하더군요.

특허 신청 건수로 볼 때, 우리 특허청은 산업재산권 관련 정부기구에서 세계 4~5위로 중요도가 높은 기관입니다. 우리 정부 기구에서 이 정도 위상이 되는 기관이 있습니까? 우리 특허청장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자리입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기관인데, 특허청장을 법 규정을 무시하고 임명했습니다. 특허청장의 중요성, 세계 속의 위상을 고려하여 특허청장도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자리로 제도를 바꾸는 게 좋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세계 각국이 지켜보는 자리여서 할 일이 참 많을 것입니다. 이럴 자리일 수록 임명 절차를 지켜야합니다. 인사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법에서 정한 임명 절차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법이 무너졌습니다. 유감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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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1981)와 박사과정을 수료(2003)했으며, 변리사와 기술사 자격(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가 있습니다.
대한변리사회 회장, 대한기술사회 회장, 과실연 공동대표, 서울중앙지법 민사조정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서울중앙지검 형사조정위원과 검찰시민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원 감정인입니다. 현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와 ㈜성건엔지니어링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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