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지자체장들 "전액 배상하라"...기록적 폭우에도… 공공관리기관 기강 해이


기록적 폭우에도… 水公은 방심했고, 환경부는 서툴렀다


[하늘만 쳐다보는 물관리] 도마 오른 댐 관리


    섬진강의 섬진강댐과 용담댐, 황강의 합천댐 하류 지역이 댐 방류 후 막대한 홍수 피해를 입은 것은 수자원공사가 댐 수위 조절에 실패해 발생한 인재(人災)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마가 시작된 홍수기에도 수위를 과거보다 15~25m 높게 유지하는 바람에 댐들이 집중 호우에 대비할 능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물 빠진뒤 드러난 처참한 비닐하우스 - 지난 7~8일 폭우로 물난리가 났던 전북 남원시 금지면 귀속리 한 농경지의 모습이다. 장맛비가 빠져나간 자리에 물 폭탄을 맞았던 비닐하우스들이 무너져 있다. /김영근 기자


홍수기 접어들어도 댐 수위 그대로 유지

단적인 예가 용담댐이다. 홍수기(6월 21~9월 20일) 첫날인 6월 21일 수위가 258.9m로 홍수기 제한수위(261.5m)에서 2.6m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집중 호우가 시작된 7월 13~16일에는 수위가 262m 안팎을 기록, 홍수기 제한수위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수위를 낮추지 않아 지난 6일 262m인 상태로 다음 날부터 이틀간 집중호우를 맞았다.




지난 7~8일 폭우로 물난리가 났던 전북 남원시 금지면 귀속리 한 농경지의 모습이다. 장맛비가 빠져나간 자리에 물 폭탄을 맞았던 비닐하우스들이 무너져 있다.


지난 8일 하류 제방이 무너진 섬진강댐도 비슷했다. 섬진강댐의 홍수기 시작 시기 수위는 185.3m로 홍수기 제한수위(196.5m)보다 11m 낮았다. 하지만 7~8월 방류량이 초당 3~30t 수준에 그치면서 점차 수위가 높아져 8월 6일에는 193m까지 올라갔다. 이 상태에서 많은 비가 내리자 허겁지겁 대규모 방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댐 관리는 홍수만 아니라 가뭄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근래 수위를 높여 관리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댐관리규정'은 '홍수기에는 홍수 조절이 다른 용도에 우선한다(7조 1항)'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어긴 셈이다.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2018년 이전까지 수자원공사가 국토부 소속일 때는 홍수 관리가 최우선이었다"며 "이번 치수(治水) 실패는 환경부가 수자원공사를 넘겨받아 처음 맞은 홍수다 보니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용담댐 10년간 홍수기 시작일 수위 변화

수자원공사는 수위 조절 실패를 감추기 위해 사실과 다른 발표까지 했다. 용담댐의 경우 지난 12일 7월 말부터 홍수가 나기 전날인 8월 6일까지 초당 최대 300t 씩 방류하며 미리 수위를 낮추었다고 했지만, 공사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8월 1일과 2일 방류량은 초당 45t에 불과했다.




섬진강댐의 경우는 폭우가 내린 지난 7일과 8일 홍수 조절을 위해 계획방류량(초당 1868t) 이내로 방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사 홈페이지를 보면 8일 오후 4~5시 시간당 평균 방류량이 1869.8 t으로 계획방수량을 1.8t 초과했다.


피해 지자체장들 "전액 배상하라"

전북 남원시·임실·순창군, 전남 광양시·곡성·구례 등 섬진강권 6개 지자체 간부는 13일 대전 수자원공사를 항의 방문해 '방류 참사'에 대한 사과와 피해 전액 배상,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했다.


수해 지자체장들, 수자원공사 찾아가 항의 - 13일 대전 한국수자원공사(수공) 본사에서 황숙주(오른쪽) 전북 순창군수가 박재현(왼쪽) 수공 사장에게 "수자원공사의 부실한 댐 관리 때문에 수해 피해가 커졌다"며 항의하고 있다. 이날 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 전남 광양시·곡성군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6명은 단체로 수공을 방문해 피해 복구와 보상을 요구했다. /신현종 기자


이들은 박재현 수자원공사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집중호우 예보에도 예비 방류 없이 무리하게 방류량을 급격히 늘려 발생한 '인재'"라며 피해 복구와 보상을 촉구했다. 이 6개 지자체에서는 8~10일 폭우 때 주택 2657가구가 물에 잠겼고 농경지 2675㏊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앞서 오전에 환경부도 항의 방문했다.




용담댐 방류 피해를 주장하는 충남 금산군, 충북 영동·옥천군, 전북 무주군 주민들도 조직적으로 보상과 원인 규명을 요구하고 나설 방침이다. 금산군 제원면 저곡리 이장 김상우(61)씨는 "인삼과 약초를 키우던 밭 8000평이 한순간에 물에 잠겨 4억원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면서 "이번 수해 원인은 용담댐의 갑작스러운 방류 때문이므로 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피해 보상 요구 등을 위해 곧 비대위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철 선임기자 김효인 기자 금산=김석모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4/20200814001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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