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경제전망 한국 내년 '최하위'


'17위→1위→34위'…한국 경제성장률 순위에 숨겨진 비밀


OECD 경제전망 "韓 올해 성장 1위"…내년 전망치 최하위로 추락

지난해 성장 저조해 생긴 기저효과…하반기 경기반등 쉽지 않아

상반기 성장후퇴폭 점점 커져…3·4분기 2%대 연속 성장가능할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예상했다. 지난 6월 전망치(-1.2%)보다 0.4%p 상향한 것이다. 연일 쏟아지는 암울한 경제전망 속에 모처럼 희소식이다.


정부는 들뜬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OECD 발표가 나기 전부터 "한국이 1위로 예상된다"고 결과를 미리 말했을 정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방역성공과 경제선방"이라고 평가했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바깥에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는지 알려드리고자 한다"고 따로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눈을 감고 있다.ⓒ박성원 사진기자


문 대통령과 홍 부총리 말처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OECD 37개국 중 1위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역성장일지라도 1위는 1위다. 아직 6월에 발표된 전세계 경제전망 이후 2차 조정된 보고서가 나온 국가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슬로베니아, 그리스 등 4개 국가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국가들의 추가 보고서가 나온다 해도 1위 전망치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2위권 국가들과의 격차가 4%p 이상 나기 때문이다.




17위→1위→34위 들쑥날쑥 순위… 왜?

정부는 1위라는 타이틀을 강조하며 자화자찬하지만 사실 국가간 성장률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 나라마다 경제규모와 성장률의 기준이 되는 전년 성장실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경제성장 2%를 기록하며 OECD 17위였다. 경제규모 세계 1위 미국의 2.3% 성장이나 헝가리(4.9%), 포루투갈(2.2%), 뉴질랜드(2.2%), 스페인(2.0%) 등 주요 경쟁국보다 저조한 실적을 냈다. 그마나 2.0% 성장중 1.5%는 정부재정이 떠받쳤을 정도로 지난해 성장률도 억지로 끌어올린 측면이 강하다. 그런 한국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 1위를 한 것은 지난해 성장이 그만큼 저조했다는 얘기기도 하다.


OECD는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차 쇼크가 없다는 전제 하에 3.1% 성장으로 내다봤다. 이 수치는 37개국중 34위다. 정부는 이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보다 성장률 전망치가 낮은 국가는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2.1%)과 북유럽 복지국가 스웨덴(1.7%), 지난해부터 유일한 역성장을 기록중인 멕시코(3.0%) 뿐이다.


올해 1위 성장이 전망되는 한국이 내년에는 최하위 수준인 34위까지 떨어지는 까닭은 올해 역성장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덜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기저효과다. 성장률이 지난해 덜 올랐기 때문에 올해 덜 떨어지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내년에는 더 많이 오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 경제연구기관 관계자는 "어떤 국가도 국가별 성장률을 놓고 순위를 매기진 않는다"며 "국가마다 경제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성장률을 분석할때는 특정 국가의 연도별 변화를 보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분기 -1.3% 2분기 -3.3%… OECD 전망 -0.8% 달성하려면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속보치)은 -1.3%, 2분기는 -3.3%였다. 2분기 -3.3% 감소는 -2%대를 예상했던 한국정부로서는 충격이었다.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6.8%) 이후 최저 성장률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분기, -3.28%)보다 낙폭이 더 컸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통상 2분기 연속 역성장은 경기침체 단계로 해석한다.


감소폭이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OECD가 내놓은 -0.8%를 올해 연말까지 달성하려면 3분기와 4분기 연속 1.8%~2.0% 성장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세계적으로 재확산 추세에 있고 주요 선진국 성장 후퇴가 하반기에도 예상되는 것을 감안할때 하반기 경기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경제성장을 이끄는 큰 요소는 소비, 수출(생산), 투자, 고용 등 총 4가지다. 하지만 경기동향 지표를 살펴보면 하반기 눈에 띄는 반등 포인트는 쉽게 찾기 어렵다.




먼저 민간소비는 재난지원금 효과 2분기 반짝 오른 이후 하반기 상승 모멘텀이 없다. 정부소비도 상반기(1~6월)에만 316조원을 지출하며 전체 예산의 60% 가까이 쏟아부어 하반기 여력이 부족해 보인다.


경제성장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수출은 하반기에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 확실해 보인다. OECD도 수출성장 전망치를 -2.6%에서 -5.7%로 대폭 낮췄다. GDP 대비 경상수지도 3.0%에서 2.2%로 하향조정했다. 그만큼 세계 무역시장이 어렵다는 얘기다.



코엔 OECD 경제검토과장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화상 브리핑에서 "9월 중순 발표할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8월 수출실적과 G20국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재고해 재전망할 예정"이라고 했다. 관세청이 발표한 8월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수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3.6% 감소했고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은 12.7% 줄었다.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투자'다. OECD도 지난 6월 전망에 비해 이 부문은 -0.7%에서 2.9%로 대폭 상향했다. 많은 시중 유동자금이 기업투자로 이어지리라는 기대감이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한국판 뉴딜 펀드 조성 등 투자 분위기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하반기 경기 반등론은 지표에 근거한 것보다 희망론을 담은 낙관론에 가깝다"며 "과감한 투자와 생산·소비 활동이 일어날 수 있는 경제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종현 기자 ajh@newdaily.co.kr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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