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버틴 섬진강 제방..."4대강 사업에서 빠져서?"


[만물상] 못 버틴 섬진강 제방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말이 아니지 속은, 그러나 하늘이 그런 걸 내가 뭐라고는 못 하겠고, 몸만 나왔어요." 


그제 저녁 TV 뉴스에 나온 섬진강변 외이마을 노인은 범람한 강물 위에 지붕만 둥둥 뜬 동네 풍경을 가리키면서 겉보기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연에 순응하려는 어르신의 마음가짐이 찡했다. 화면엔 소들이 머리만 간신히 물 위로 내놓고 축사 안에서 버둥대는 모습이 비쳤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남원시 금지면의 섬진강 제방이 터져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 

영·호남 모두 폭우가 온 것은 같은데 낙동강·영산강은 버텼고 섬진강 제방은 무너졌다. 그러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섬진강은 4대강 사업에서 빠져서 그런 것'이라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충분히 그런 말이 나올 상황이라 생각한다. 4대강 사업은 강바닥 준설로 물그릇을 키워 가뭄에 대비하고, 제방을 보강해 홍수를 견디고, 보(洑)를 쌓은 후 수문을 달아 물 흐름을 통제하는 세 가지가 목적이다.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은 4대강 사업에 포함됐지만 섬진강은 제외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본부장을 맡은 심명필 인하대 명예교수는 "지역에선 4대강 사업에 끼워달라는 얘기가 많았지만 환경 단체 등에서 반대했고, 풍광이 훌륭한 섬진강은 있는 모습 그대로 보전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문화일보가 2017년 5월 재해 연보를 분석해 4대강 완공 이전(2006~2012년)과 이후(2013~15년)의 자연재해 피해 규모를 비교해 보도한 일이 있다. 

그 결과 연간 사망·실종자는 사업 이전 30.3명에서 이후 2명으로 줄었고, 이재민은 연평균 2만6000명에서 4000명으로 감소했다. 자연재해에 따른 침수(浸水) 면적은 357분의 1로 급감했다. 문화일보는 전문가를 인용해 "4대강 사업 후 피해가 준 것은 확실히 맞는다"고 했다.


유실된 섬진강 제방/ytn


유실된 섬진강 제방/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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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감사원은 현 정부 출범 후 시행한 역대 4번째 감사에서 4대강 사업에 든 총비용은 31조, 편익은 6조6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특기할 것은 홍수 예방 편익을 '0원'으로 잡은 점이다. '사업 완공 후 비가 적게 내려 홍수 피해가 줄었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감사원 역사에 기록될 만큼 기가 막히게 비틀어 갖다 맞춘 설명이었다. 그때 분석을 맡았던 전문가들도 최근 10여 년 사이 수해 의연금 모금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는 것은 인정할 것이다. 4대강 사업에는 그늘도 있고 양지도 있다. 두 측면을 모두 보고 균형 있게 얘기해야 공정한 판단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0/20200810000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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