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의 없이 의장 바꿔치기했다” 조성진 교수


[단독]전 한수원 이사회 의장 조성진 교수 “내 동의 없이 의장 바꿔치기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측이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했던 이사회의 의장(議長)을 회의를 며칠 앞두고 갑작스럽게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체 전 의장은 월성 1호기 폐쇄에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던 조성진 경성대 교수로 한수원 측이 조 교수가 의장직을 계속 맡을 경우 안건을 표결에 부치지 않을 것을 우려해 급하게 교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한수원 정관 등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 교체가 필요할 때는 의장 유고 시나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본인의 동의를 구해야만 가능한데 한수원 이사회 의장 교체 과정에서는 이런 절차가 생략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경주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photo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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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이사회 의장은 회의를 진행하고 발언 순서를 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월성 1호기 폐쇄 등의 주요 안건을 표결에 부치지 않고 추후 연기하는 것도 의장의 역할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 관계자들은 “이런 의장 교체는 심각한 절차상 위반이며 추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성 1호기 폐쇄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는 감사원 역시 관련자들을 불러 이 문제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선임 조성진 교수가 임시 이사회 의회 주간조선이 한수원 안팎의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약 일주일 전인 2018년 6월 7일까지 한수원 이사회 의장은 조성진 경성대 교수였다. 외부에는 조성진 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2018년 6월 7일 한수원 정관에 따라 임시 이사회 의장직에 올라 한 차례 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조 이사는 원전 폐쇄를 결정한 6월 15일 회의에서는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의장직에서 밀려났다. 한수원 내부규정과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은 이사를 맡은 지 가장 오래된 최선임 비상임이사가 맡도록 되어 있고, 6월 15일 이사회 당시 한수원 3명의 비상임이사 중 조성진 교수가 최선임이었다. 하지만 6월 15일 이사회 의장은 다른 비상임이사인 이상직 이사로 갑자기 바뀌었다.

 


조 이사는 앞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때도 이사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던 적이 있다. 이런 전력 때문에 한수원 노조 등에서는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를 강행하려는 산업부 내지 한수원 사장 아니면 그 윗선에서 조 이사가 한수원 이사회 의장직에 오르지 못하도록 손을 써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산업부 내부 사정에 밝은 전 공기업 사장은 “이사회 의장을 산자부의 사전승인 없이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관례대로 이사회 의장을 맡기로 한 사람이 사의를 표명해야 다른 사람이 의장이 되는데 현재까지 조성진 이사가 의장직을 거절했단 얘기는 못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변은 지난 4월 “조성진 이사가 적법한 의장 직무대행 권한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권한 없는 다른 비상임이사가 의장직을 수행해 의결을 주재했기 때문에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이상직 이사는 기재부 장관의 임명을 통해 정식 발령이 나서 임명된 것”이라며 “5월 9일부터 6월 11일까지 의장직에 공백이 발생해 조성진 이사가 직무대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성진 이사가 선임이자 연장자인데 왜 이상직 이사가 의장이 됐냐”는 질문에는 “외부에서 발령이 그렇게 났다”고만 했다.

지난 7월 29일 최재형 감사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photo 이덕훈 조선일보 기자

“아무 통지 없이 의장직서 밀어낼 수 있나”

조성진 이사는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한 5일 뒤인 2018년 6월 20일 이사직에서 사퇴했다. 지난 7월 27일에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과 전휘수 당시 한수원 기술부사장을 업무상배임죄와 특별배임죄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최근 감사원은 이상직 이사가 갑작스럽게 의장이 된 과정과 관련해 조성진 교수를 한 차례 불러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는 주간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2016년부터 이사를 맡으면서 이사회 회의에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경주에 있는데 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면 화상으로라도 반드시 참석했다”며 “짐작되는 이유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결격 사유도 없는 나를 아무런 통지 없이 의장직에서 밀어낼 수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 교수와의 일문일답.

 


- 6월 7일까지 의장직을 맡았는데 6월 15일 이사회에서 의장이 바뀌었다. 그동안 이런 보도가 없었는데. “(의장직을) 맡았었지. 어떤 사람들이 안 맡았다고 하느냐? 내가 최선임이사였고 당연히 내가 맡는 거지. 2016년 이사 맡고 나서부터 단 한 번도 회의에 불참한 적이 없었다. 경주에 있는데 서울에서 열리면 화상으로라도 다 참석했다. 경주 본사에서 열리면 당연히 갔고. 결격 사유가 없지. 내가 짐작 가는 건 신고리 5·6호기 때 반대표 던졌다는 것 외에는 없다. 회의에 무조건 다 참석했으니까. 의도된 바가 그게 아닌가.”

- 6·15 회의록 위·변조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거기 중요한 포인트들이 있다. (조성진 이사는 6월 15일 이사회에서 월성 1호기를 폐쇄하고 새로 발전소를 지으려면 3조원가량이 든다고 주장한 바 있다.) ‘3조원? 그게 뭐 어떻게 3조원이냐.’ 나한테 이러는 사람들도 있는데 감가상각 감안한 거고 다시 지으려면 그거보다 더 든다. 이사가 회의에서 3조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국회에 제출한 회의록에) 3조원이라고 안 썼으면 쫓아와서 (회의록 내용을 바꾸니까) 다시 서명해 달라고 하고 그래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었다).”



- 왜 의장을 바꿨다고 생각하나. “만약에 내가 의장을 했으면 (조기폐쇄에 대해) 좀 더 있다가 보자 했겠지. 진행을 스톱시켜버리는 거다. 공기업 이사회 의장이 그런 거 아닌가? 그럴까봐 나한테 안 맡긴 거다.”

- 그날 있었던 표결에 대해서 다시 설명해 달라. “정상적인 표결이 아니다. 11 대 1이 어떻게 정상 표결인가. 미리 짜고 친 거다. 이렇게 중요한 건을 그냥 거수기 한 거고. 삼척동자라 해도 다 아는 것 아닌가. 원자력 전공한 사람이 나밖에 없고. 전공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 더 하고 싶은 말은 없나. “(한수원 이사회에서) 내가 한 발언이 회의록에 잘 녹아 있다, 함축돼 있다고 하는데 회의록이 무슨 시집(詩集)인가? 나는 이 사람들 목소리도 이제 듣기가 싫다.”
배용진 기자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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