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가능한 주거'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톺아보기] '부담 가능한 주거'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진미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부각된 새로운 주거위기인 '부담능력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보편화된 위기가 됐다. 열심히 일해도 집값과 임대료를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 이러한 상황이 경기 사이클의 한 국면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것이 더 문제다. 저소득층 뿐 아니라 중산층도 도시에서 밀려나 더 먼 거리에서 출퇴근하며 교통비를 더 내야 한다. 삶의 질은 떨어지고 도시의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집을 부담가능하게 만드는 해법은 무엇일까? 우선 부담가능한 집을 많이 공급하는 것이다. 영국은 2018년 7월부터 건설업체가 공급하는 주택의 10%를 부담가능한 주거로 짓도록 의무화했다.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아우르는 부담가능한 주거의 분양가와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80% 수준이다. 런던시는 자체적으로 분양가 할인 주택(DSHㆍDiscounted Sale Housing)을 도입해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는 더 많이 할인해 주고 있다.




중산층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도 개발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기에는 소득이 다소 높지만 그렇다고 민간 시장에서 양질의 부담가능한 집을 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공공주택의 천국인 스웨덴도 중산층용 15년 임대주택을 보급하기 시작했으며, 입주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공기 단축과 건축비 25% 절감형 공공주택 혁신 프로그램인 '콤보후스(Kombohus)'도 확대 보급되고 있다. 호주,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일명 밀도 보너스라는 용적률 인센티브 방식을 이용해 민간건설업체에 상향된 용적률에 상응하여 부담가능한 집을 전체 세대수의 5~30%까지 공급토록 하고 있다.


임대료 규제도 차세대 부담 완화 대책으로 확대되고 있다. 독일 베를린은 2020년 1월부터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료를 5년간 ㎡당 9.8유로에 동결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2019년 7월부터 자치구 전역에 임대료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런던시는 월소득의 30% 수준의 생활 임대료(living rent)를 2018년부터 도입해 최소 5년간 임대기간을 보장하고 있으며, 스페인도 임대기간 보장을 5년으로 연장했다.


국가들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다양한 시도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고부담 주택시장을 더 이상 제어하기 어려우며, 부담능력 위기가 아직 전반전에 불과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우리는 지금 절대적인 주택 부족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상대적인 결핍, 즉 부담가능한 주거의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공급 확대가 해법이되 어떤 주택이 공급돼야 하는지가 정책 어젠다에서 보다 더 중요해져야 할 때이다. 소득 양극화에 대한 주거 해법도 필요하다. 많은 국가에서 시도하고 있는 중산층용 부담가능한 주거의 공급은 '사라진 중간'(missing middle)을 되살리는 차원이다. 이 용어는 2010년 다니엘 패로렉(Daniel Parolek)이 저층 단독주택과 고층 아파트 사이에서 언젠가부터 사라진 중층 주거를 일컫는데서 비롯되었으나, 중산층의 감소와 중간에 해당하는 주거 옵션의 부재를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형의 부담가능한 주거는 공공분양과 공공임대이라 할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것에 비해 분양주택은 '중간'이 없는 고가 민간주택 일색이다. 공공분양주택이 신혼희망타운의 일환으로 공급되고는 있지만 부담가능한 중간자적 역할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부담가능한 주거를 더 많이 더 많은 옵션으로 공급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며, 조만간 시행 예정인 전월세 상한제 역시 부담가능한 임대료 부담을 실현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진미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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