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도 몰랐다? 자고 일어나니 사라진 동네육교


    시민들이 35년간 이용하던 동네 육교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담당 시청과 협의조차 없이 진행돼 공무원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길이 30m·높이 4.5m·폭 3m의 대형 육교를 몰래 철거한 범인은 재물손괴 혐의로 이달 초 구속됐다.


지난 5월 16일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의 한 육교가 철거되는 모습. A건설사는 시와 협의없이 육교를 무단 철거했다. /봉정가든 최훈 대표 제공


주민 “집 앞 육교가 없어졌어요”…시청에 신고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 건설사 측은 지난 5월 16일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의 한 육교를 철거했다. A사는 근처에서 1008세대 아파트 단지를 짓고 있었다. 당시 A사 인부 여러 명이 포크레인, 용접기 등을 가져와 육교를 정성 들여 하나씩 분해했다. 용접 과정에서 불꽃이 현란하게 튀자 지나가는 시민이 신기하듯 구경했다. 작업은 16일 밤부터 17일 새벽까지 진행됐다. 월요일이던 18일 오전에 한 시민이 남양주시청에 “주말 동안 집 근처에 있던 육교가 사라졌다. 어찌 된 일이냐”고 전화로 물었다.''




영문을 몰랐던 시청 공무원들은 현장에 나갔고 육교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1985년부터 8차선 도로 위에 있던 육교는 마치 포토샵으로 지운 듯 통째로 사라졌다. 특히 처음부터 육교가 없던 것처럼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A사의 뒷정리는 매우 깔끔했다. 공무원들은 육교 도둑을 A 사로 짐작했다. 이유는 시청과 A사가 육교 철거를 두고 그동안 협의를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6일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의 한 육교가 철거되는 모습. A건설사는 시와 협의없이 육교를 무단 철거했다. /봉정가든 최훈 대표 제공


A 건설사 “괜찮을 줄 알았지…”

A사는 단지 정문에 있는 육교를 철거해 달라 요청했는데 시는 철거 조건으로 신호등·횡단보도 설치 등을 내걸었다. 양 기관이 단지 조성 허가 조건에 교통대책구축을 계약서로 명시했다. 하지만 A사는 입주시기가 다가올 때까지 약속한 교통 대책안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다 단지 입주일인 6월 초가 다가오자 A사는 직접 철거에 나선 것이다. 시가 A사에 물었고 “우리가 했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남양주시는 곧바로 경찰에 재물손괴 혐의로 고발했다. 조광한 시장은 “주민의 안전한 보행권은 뒷전으로 한 채 불법을 자행한 시행사의 오만방자한 행태를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입장 문을 냈다. A사 간부는 경찰 조사에서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달 초 A사 간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A사 관계자는 한 언론인터뷰에서 “입주일이 다가와 어쩔 수 없었다. 내가 강행했다”고 밝혔다. 현장소장은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35년동안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에 있던 한 육교가 지난 5월 16일 사라졌다. 사진은 육교가 있었을때(위 사진)와 철거된 이후(아래 사진) 도로의 모습. /남양주시


남양주시 “강경대응…고철 환수 조치할 것”

A사가 철거한 육교는 만들 당시 1억8000만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시는 고철 덩이를 고물상에 팔 경우 부당 이득금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시는 고철을 환수 조치할 계획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고철로 고물상에 팔 경우 몇백만원 정도 밖에 못 받을 것”이라며 “하지만 세금으로 만들어진 시 재산으로 단돈 1원이라도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도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육교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훈(35) 봉정가든 대표는 “당연히 시와 협의해 철거가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이 매우 황당하다”며 “안전을 위해 설치된 육교가 기업 이익을 위해 진행된 것이 매우 유감이다”고 말했다. 주민 손석(40)씨는 “육교가 사라진 직후 시에서 횡단보도를 만들어 큰 불편은 없었다. 하지만 협의 없이 철거가 이뤄진 것은 매우 잘못된 행동같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6일 남양주시 평내동에서 A 건설사가 육교를 시와 협의없이 철거하고 있다. /봉정가든 최훈 대표 제공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5/20200725004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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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ngi, conpaper E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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