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석탄 보관장’....대기오염물질 절반으로


실내 ‘석탄 보관장’ 만들어 2025년까지 대기오염물질 절반으로 줄인다


환경부, 통합환경허가 시스템 구축

전국 5대 발전자회사 대상, 설비 교체 등 방지시설 개선

석탄 반입부터 보관처리까지

오염물질 배출과정 통합관리


     “석탄을 저장하고 발전기로 옮기는 전 과정을 실내 시설로 바꿀 겁니다. 석탄이 외부에 노출될 일이 없어지는 거죠.”


1일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 해안가의 석탄 보관장에서 상탄기가 석탄을 끌어올려 레일에 올린 뒤 발전기로 옮기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보관장은 물론이고 이동 과정이 모두 실외에 노출된 상태였다. 곳곳에 방진벽을 세우고 탄이 날리는 걸 막기 위해 경화제를 살포하지만 날림먼지를 완전히 막을 순 없었다.


충남 태안군에 있는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에서 1일 외부 보관장에 쌓인 석탄을 상탄기로 실어 나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외부에 노출된 석탄은 방진벽을 두르고 경화제를 뿌려도 날림먼지가 발생한다. 이곳은 통합환경허가를 통해 2024년까지 132만 t의 석탄을 보관하는 실내 보관장을 만들 방침이다. 태안=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소 측은 조만간 실내 석탄 보관장을 만들 계획이다. 상탄기와 레일을 거치는 이동 과정도 실내에서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발전소 측은 환경부의 통합환경허가를 받으면서 이런 계획을 구체화했다.




통합환경허가는 대기와 수질, 폐기물 등 분야별로 분산된 환경 인허가를 하나로 통합해 중복 행정은 줄이고 오염물질 배출은 최소화한 제도다. 환경부는 최근 한국전력 5대 발전자회사의 통합환경허가를 마무리했다. 5대 발전사에는 전국 석탄발전 60기 중 57기가 집중돼 있다. 이 발전사들이 통합환경허가를 이행하게 되면 2025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2019년(16만3000t) 대비 45%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5대 발전사 오염물질 절반가량 감축

우리나라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 가운데 발전소에서 나오는 배출량이 13%를 차지한다. LNG발전소 등에서도 미세먼지가 나오지만 대부분(83%)은 석탄발전소에서 나온다. 전국의 사업장이 5만여 개인 걸 감안하면 발전소는 단위 사업장 중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셈이다. 석탄발전소 관리를 강화하면 오염물질 저감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전문가들과 워킹그룹을 만들어 2018년부터 발전시설의 오염물질 저감 방안을 검토했다. 석탄 반입부터 보관과 운반, 연료 연소, 탈수, 폐수 처리 등 20개 공정을 들여다보고 각각 시설에서 오염물질을 가장 적게 배출하는 조건으로 통합허가 검토를 진행했다. 그 결과 발전사들은 2024년까지 4조6000억 원을 들여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로 했다.


5대 발전사가 오염물질 저감 방식 중 가장 공을 들이는 건 대기오염 방지시설 개선 작업이다. 발전사들은 환경부와의 논의 끝에 황산화물(SOx)이나 질소산화물(NOx) 같은 오염물질 흡수시설, 먼지 집진기 등을 최신 설비로 교체하거나 추가하기로 했다. 5대 발전사는 이 대기오염 방지시설 개선에 5년간 3조2000억 원을 들인다. 발전사마다 배출시설과 배출구만 수백 개에 달해 설계와 시공에 각각 1년씩 걸리는 방대한 작업이다.


날림먼지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는 야외 석탄 보관장을 실내로 옮기는 방안을 택했다. 석탄은 쌓아두기만 해도 자연 발화되거나 이산화탄소 등의 가스가 나올 수 있다. 날림먼지와 안전사고를 동시에 방지하기 위해 1조3000억 원을 들여 가스측정기와 불꽃·연기감지기, 상·하탄기 등의 설비를 갖춘 옥내저탄장을 짓기로 했다. 발전연료를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거나, 발전에 사용하고 배출하는 폐수를 정화해 다시 사용하는 방식도 도입한다. 악취와 소음 등에 대한 저감대책도 마련했다.


오염물질, 빈틈없이 관리한다

통합환경관리제도는 2017년부터 시행됐다. 수질·대기·폐기물 등의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사업장 1340여 곳에 대해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환경부가 직접 허가를 내고 관리한다. 이 사업장들은 대부분 규모가 커서 지자체가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이들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전체 사업장 배출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통합환경허가는 환경부와 전문가, 사업주가 사업장마다 입지와 공정, 주변 환경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 진행한다. 기존에는 굴뚝이나 폐수 방류구 같은 ‘배출구’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만 관리했다면, 통합허가는 전 공정을 따지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 덕에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오염물질 배출도 막을 수 있다. 비산먼지를 줄이려고 야외 석탄 보관장을 옥내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업장 입장에서도 통합환경관리제도는 오염물질을 줄일 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업무 전체의 효율성을 점검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미 통합환경관리제도를 실시 중인 유럽연합(EU)에선 이 제도를 통해 폐기물 발생량을 4분의 1로 줄이고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태안발전본부 측은 “환경 이슈는 늘 신경 쓰는 분야”라며 “이번 통합환경허가에 따라 시설을 개선하면 LNG발전 수준으로 미세먼지 배출을 줄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통합환경허가는 사업장별로 검토와 조율 과정이 길어 허가를 받는 데만 수개월씩 걸린다. 그래서 업종별로 유예기간이 있다. 환경부는 올해까지 발전·증기·폐기물처리업, 내년에 철강과 비철 유기화학업종의 허가를 진행하는 등 2024년까지 모든 사업장의 통합허가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워터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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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환경관리제도 ::

환경부가 수질 및 대기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사업장의 시설을 통합해 허가 및 관리하는 제도. 오염물질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지방환경청이 따로 관리하던 걸 통합하면서 지역 및 업종 특성에 따른 맞춤형 관리가 가능하고, 공정 전 과정을 관리해 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태안=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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