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합발전 지난해 30社중 18社 적자


정부가 키운다는 열병합발전…민간사업자 4706억 적자만 쌓여


탈원전·신재생 확대 위한

징검다리역할 열병합발전

지난해 30社중 18社 적자


탄소배출 적은 친환경 불구

고질적인 낮은 전력단가에

발전소땅 종부세 부담까지

발전사업자 갈수록 경영난



고사위기 열병합발전 


     정부가 탈원전과 함께 신재생에너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에너지 전환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열병합발전(CHP)` 사업자들은 최근 몇 년 새 수천억 원의 누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 각국은 열병합발전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은 독일 베를린 인근에 위치한 열병합발전소 모습.


CHP 사업자들의 발전원가가 전력도매 단가보다 높은 구조적인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데다가 발전소에 부과되는 부동산 관련 세금 등 추가 부담까지 떠안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올 들어 분산형 전원 확대 및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CHP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집단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거대 열병합사업자인 GS파워와 한국지역난방공사를 제외한 전국 30개 사업자 가운데 무려 60%에 달하는 18곳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0곳의 실적을 모두 합하면 순손실은 481억원이다. 최근 5년간 누적 손실액은 4706억원에 달한다. 무려 11개 기업이 5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 중이며, 3년 연속 순손실 기업도 13곳이다. 지난해에는 거대사업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까지 적자를 냈다.


심각한 규제에 발목 잡혀

당초 열병합발전은 석탄발전의 환경 문제와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대규모 중앙집권식 전력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열병합발전이 수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우선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CHP 사업자들은 연료 단가가 높은 LNG로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 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는 한국전력에 판매하는데, 전력도매단가(SMP)로 가격 정산을 받는다. SMP가 발전 원가보다 낮을 경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SMP는 2011년 9월 발생한 대정전 이후 정부가 전력 공급설비를 늘리면서 하락하는 추세다.


불합리한 조세 제도는 열병합발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와 민간 집단에너지사업자는 동일하게 집단에너지사업법에 따라 발전소를 건설한다. 하지만 민간 집단에너지사업용 토지에 대해서만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및 산업단지 내 집단에너지사업자의 토지는 공공적 성격을 인정받아 재산세 분리과세(0.2%)를 적용받는데, 민간 집단에너지사업자의 토지는 별도합산 과세대상(0.2~0.4%)으로 분류돼 추가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또 종합부동산세도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비과세인 반면에 민간 집단에너지사업자는 공시지가 80억원 초과분에 대해 과세 적용을 받는다.




수도권 인근에 위치한 대다수 민간 사업자들은 가뜩이나 악화일로인 경영환경에 종합부동산세 부담까지 짊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기준 민간 사업자들의 추가 부담 재산세 및 종부세는 20개 민간사업자 기준 약 37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CHP 사업자들은 고사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전환 등의 정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염물질 적은 `분산형 전원`

기존 발전소가 연료를 태워서 얻은 열로 전기를 생산한다면 CHP는 전기 생산을 위해 증기터빈을 돌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난방에 활용한다. 예를 들어 100의 연료를 투입한다면 전기 42와 열 38을 생산해 효율은 80%에 달한다. 일반 발전소의 효율이 약 50%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에서 월등한 효과를 갖고 있다.


CHP의 또 다른 장점은 전기가 필요한 지역 인근에 지을 수 있는 `분산형 전원`이라는 점이다. 석탄발전소와 원전을 도심에서 먼 곳에 지은 후 송전탑을 통해 도심에 전력을 공급하는 중앙집권형 시스템에서는 지역별 전력자립도 불균형이 심각하고, 송전탑 건설 등 비용 구조도 천문학적이다.


석탄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충청남도와 경상북도의 전력자립도는 각각 235.2%와 180.1%에 달하지만 발전소가 부족한 경기도는 59.8%, 충청북도는 6%에 불과하다. 내륙에 위치해 있으면서 인구가 밀집해 있는 서울과 대전은 각각 3.9%와 1.8%로 대부분의 전기를 외부에서 끌어다 쓰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장거리 송전망 건설은 10㎞ 건설에 약 1000억원이 투입되는 고비용 사업에 속한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송전·변전·배전설비 건설에만 쓴 돈이 6조2129억원에 달할 정도다. 송전망 건설에는 경과지 선정에서 완공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데, 통상 10㎞ 건설에 1년 이상 소요된다. 송배전 설비가 들어서는 지역주민들과의 극심한 갈등도 변수다.


전력 손실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가 공개한 `전력수송 중 전력손실량 및 손실액`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개년간 송배전 과정에서 발생한 전력손실 비용이 약 8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열병합발전의 장점을 인정해 올해 `제5차 집단에너지공급기본계획`을 토대로 2023년까지 2018년 대비 약 31% 증가한 408만호에 CHP 중심의 지역난방을 확대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지역별 전력자급률 제고를 위해 수도권, 대도시 인근에 CHP 설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규제와 세금에 대한 인식의 전환부터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원호섭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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