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관악, 서부선 호재에 들썩들썩


서부선 호재에 들썩이는 은평·관악… "경전철이라고 무시하지마"


     서울 은평구 새절역에서 관악구 서울대입구까지 이어지는 ‘서부선 경전철’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자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터져나오고 있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부선 경전철 민자적격성 조사 통과 소식이 나오자 은평구와 서대문구, 관악구 등 노선이 통과하는 지역에서 매물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반면, 매물은 자취를 감추는 분위기다.


서부선 경전철은 서울 은평구 새절역(6호선)에서 관악구 서울대입구역(2호선)까지 총 연장 16.15km, 16개 정거장으로 건설된다. 기존 1·2·6·7·9호선 등 5개 간선 도시철도로 환승할 수 있다. 2000년대 초 노선을 계획한지 20년 만에 통과한 것으로 오는 2023년 공사에 착수해 2028년 개통하는 것이 목표다. 총 사업비는 1조 6191억원이다.


서부선이 주목받는 것은 서울 강남·북을 연결하는 최초의 경전철로, 지하철 1·2·6·7·9호선과도 환승할 수 있다보니 강남 및 도심 접근성이 떨어졌던 은평구와 관악구 등의 교통여건이 개선될 수 있어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부선 경전철이 개통되면 새절역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걸리는 최단 시간이 현행 36분(1회 환승)에서 22분(직통)으로 단축된다.또 서울대입구역에서 노량진역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23분에서 7분으로, 서울대입구역에서 장승배기역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22분에서 6분으로 짧아진다.


교통망은 주민 생활 여건 개선과 지역 개발, 집값 상승에 두루 영향을 미치다 보니 부동산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역업계에 따르면 서부선 경전철 시작점인 은평구 새절역 일대 주요아파트는 서부선 개통 호재가 선(先)반영되며 매물 품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평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 소장은 "서부선 경전철 개통 소식이 알려지면서 매수 문의가 폭주하고 있는데, 정작 물건이 없는 상황"이라며 "앞서 매물로 나온 아파트들도 이미 다 소화됐다"고 말했다.


상당수 단지는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주춤했던 상반기에 이미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상 이달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 3차 아파트 전용면적 84.59㎡(13층)이 7억8000만원에 거래 신고되며 역대 최고 거래액을 기록했다.




백련산힐스테이트 4차의 경우 전용면적 84.98㎡(11층)짜리가 지난 3월 역대 최고가인 9억원에 거래됐다. 백련산 SK뷰 아이파크의 전용 84.9㎡(21층)의 분양권은 지난 2월 역대 최고가인 10억원에 거래됐다. 새절역과는 도보로 10여분 거리이지만, 새절역 주변 아파트단지가 적다보니 인근 아파트단지들이 서부선 경전철 수혜단지로 꼽히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에서는 서부선 경전철 예정 노선 주변에 관악벽산블루밍아파트, 관악드림타운, 관악동부센트레빌아파트 등이 있다. 이 중 단지규모가 가장 큰 관악드림타운(3544가구)은 지은지 18년이 지나 시세가 그리 오르지 않던 곳인데, 서부선 경전철 민자적격성 조사 결과 발표 시점이 임박하면서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실제 ‘관악드림타운’아파트의 전용85㎡짜리 매매거래액은 한때 5억원대 중반까지 실거래가가 내려갔지만, 작년 12월 6억6600만원(1층)~7억2000만원(12층·21층)에 거래되며 반등하더니 올해 3월 동일면적 23층짜리가 역대 최고가인 8억원에 거래됐다. 이달엔 7억8000만원(17층) 등 7억원 후반대에 손바뀜이 잇따르는 중이다.


봉천동 ‘관악벽산블루밍’의 경우 전용면적 102㎡짜리의 매매가는 이달 7억8700만원(4층), 7억9000만원(18층)으로 7억원 후반대였지만, 지금은 9억원에 나와있다. 민자적격성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 22일 호가를 높였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서부선 경전철 개통 확정 소식 하루만에 매물을 거두고 가격도 올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관심이 높아진 것은 온라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플랫폼 호갱노노를 보면 관약벽산블루밍 아파트의 지난 20일 일일 방문자 수는 237명이었는데, 발표 당일인 22일에는 836명이 찾았다.


서부선 경전철 개통 시 지나는 연희동, 신촌동 등이 있는 서대문구 지역 일대 아파트에서도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명지대역(가칭)과 도보 5분 거리인 ‘DMC래미안클라시스’, 도보 10분 거리인 '연희파크푸르지오' 등이 주목 받는 곳이다. 다만 이 지역은 도심 및 주요 업무지역으로의 접근성이 이미 은평구, 관악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다 보니 시장 분위기에도 미묘한 온도 차는 있어 보였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새 규제 영향으로 당분간 거래 위축 분위기를 타겠지만, 교통 여건이 개선되는 호재는 결국 집값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다만 개통 목표 시점까지 8년이 남은 만큼 사업 추진 과정의 변동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서부선 경전철 사업이 주변 수혜 지역의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해당 노선이 지나는 지역 안에서도 기존에 교통 여건이 좋지 않았던 지역의 집값 상승이 더 부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앞선 우이 경전철, 용인 경전철 사업의 경우 핵심노선이 업무지구 및 서울도심과 연계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던 반면, 서부선 경전철의 경우 금융허브인 여의도와 강남 접근성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다만 착공 및 개통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긴 호흡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허지윤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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