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황당극'의 주연과 조연들


[태평로] '탈원전 황당극'의 주연과 조연들

조선일보 박은호 논설위원


3년간 '탈원전·친태양광' 구호 난무


   영화 '화씨 9/11'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이 새 다큐멘터리 '인간의 행성'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재생에너지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한 98분짜리 영화다.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 같은 발전(發電) 시설이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나중엔 처치 불가능한 폐기물이 돼 다시 대규모 환경 파괴의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세계 내로라하는 환경단체가 거대 자본과 결탁해 재생에너지를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고, 그들의 앞뒤 다른 언행도 까발렸다. '지구의 날' 야외무대에 오른 유명한 환경운동가가 "100% 태양광 전기로 행사를 치른다"고 했지만, 무대 뒤로 돌아가 확인했더니 겨우 토스터기 한 대 돌릴 수 있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됐을 뿐 디젤 엔진이 돌아가고 있었다는 식이다.


유튜브에 무료 공개된 이 다큐멘터리를 두 달도 안 돼 800만 넘게 시청했다. 그런데 무어 감독이 미국이 아닌 한국 상황을 담았다면 어땠을까. 탈(脫)원전, 친(親)태양광 구호가 지난 3년 난무하면서 상상을 뛰어넘는 일이 여럿 벌어졌다. 좁은 국토에 태양광 놓는다고 매일 축구장 10개 안팎 숲이 베어지고, 저수지를 태양광 패널로 뒤덮으려 하고, 전국에 투기를 방불케 하는 태양광 광풍이 불었다. 부처 장차관 자리를 포함해 주요 에너지 공기업의 요직을 환경단체 인사들이 줄줄이 꿰차고,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은 태양광 사업자로 변신해 "태양광 하면 떼돈 번다" "(정부가) 태양광으로 돈 좀 벌게 해줘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다 비리가 발각돼 구속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인간의 행성 한국판'이 나온다면 탈원전 선봉대를 자처한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 경영진이 주연 후보에서 빠질 리 없다. 한수원의 본령은 원전의 안전한 운영에 있다. 그런데 현 정권이 임명한 사장이 취임해 한수원 이름에서 '원자력'을 떼는 것을 검토하더니, 7000억원 들여 멀쩡하게 보수한 월성원전 1호를 터무니없는 전제 조건을 달아 기어코 폐쇄를 밀어붙였다. '원전 가동률이 40%로 떨어져도 가동이 이익'이라는 외부 기관의 경제성 평가는 '54% 미만이면 가동이 손실'로 바뀌어 한수원 이사회에 보고됐다. 원전 가동이 경제성이 있다는 보고서 원문은 이사회에도 비공개로 했다. 보통 둔갑술이 아니다.


또 다른 주연급이 원자력안전위원회다. 원안위는 월성 1호를 계속 가동해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한수원 보고 등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가동해도 안전하다"고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런데 원안위는 정반대로 "원전을 폐쇄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한수원의 조기 폐쇄 요청을 그대로 들어줬다. 조기 폐쇄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원안위는 안전 문제만 심의한다"고 한다. 한수원은 있지도 않은 경제성 부족을 핑계로 대고 원안위는 폐쇄해야 안전하다는 식이다. 잘 짜인 각본을 보는 것 같다.


국회 요구로 작년 9월 시작된 감사원 감사 과정도 순탄치 않다. 올 2월 국무총리가 감사원장을 불러 단독 회동한 이튿날에 감사원은 감사 기한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정 기한(5개월)을 넘기는데도 이유를 대지 않았다. 4월 총선 직전에는 세 차례 감사위원회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자 원장이 전격적으로 휴가를 떠나고, 휴가 뒤 복귀해서는 감사원 직원들에게 "검은 것을 왜 검다고 말하지 못하느냐"고 개탄하고, 국민에게는 감사 지연을 공개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권 차원의 탈원전 각본이 있다면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다. 감독은 물론 주연과 조연도 낱낱이 드러날 것이다. 감사원만은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9/20200609043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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