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새 랜드마크로 부상하는 용산 정비창 개발


총 380만 ㎡ 에 공원-아파트 조성… 서울의 새 랜드마크로 뜬다



윤곽 드러나는 용산 개발
정비창에 공공임대 등 8000채 건설… 사업승인 거쳐 2024년 분양 목표
공원 규모 243만㎡→303만㎡ 확장
용산역 인근 부지 개발도 착착 진행




    2일 열린 법원 경매에서 가장 큰 관심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단독주택(대지면적 46m²)에 쏠렸다. 45명의 응찰자가 몰리며 감정가(6억688만6000원)의 2배가량인 12억13892000원에 팔렸다. 서울 주거시설 경매의 평균 낙찰가율이 90%대 중후반임을 고려하면 최근 용산의 부동산 경매는 ‘뜨겁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약 15년 동안 공터로 남아있던 서울 중심부의 금싸라기 땅. 지난달 정부가 용산역 정비창 부지에 총 8000채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용산구 일대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정비창 부지와 더불어 용산의 미군 기지를 공원화하겠다는 계획은 공원 경계가 상당 부분 확정되며 속도를 내고 있고, 용산역 인근의 복합개발사업과 정비사업 등도 진행되고 있다. 개발 부지를 모두 합하면 서울 남산에서 한강까지 이어지고, 전체 면적만 약 380만 m²에 이른다. 여의도 공원(23만 m²)보다 16배 이상 넓고, 뉴욕의 센트럴파크(340만 m²)보다 큰 땅을 탈바꿈시키는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용산 개발의 핵심인 정비창 부지는 서울 내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여겨진다. 과거 서부이촌동 일대와 묶여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에 포함됐다가 사업 추진이 무산돼 약 15년간 공터로 남아있다. 최초 개발계획은 2005년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 의해 수립됐고, 2007년 정식 발표됐다. 그러나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발목을 잡았다. 2013년 사업은 백지화됐고, 이 과정에서 시행사로 선정됐던 ‘드림허브’가 부도를 맞았다.


조용하던 용산이 다시 부상한 것은 2018년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여의도 개발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다. 발표 직후 용산과 여의도 일대의 집값이 단기간 2억 원 이상 급등한 탓에 한 달 만에 박 시장이 직접 “(사업을) 무기한 보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부는 지난달 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 발표 이후 곧바로 정비창 부지와 인근의 13개 정비사업 구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다만 경매의 경우 특례를 적용받아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용산 정비창 부지 인근의 지가상승 기대심리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개발계획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특히 공급이 예정된 8000채의 주택 중 30%를 공공임대로 구성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처음 추진될 당시 자문 역할을 맡았던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서울의 물류·교통 거점으로서 새로운 교두보 역할을 할 정비창 부지에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로또 상품을 선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개발이 추진된다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으로 여론을 달래고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일대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는 용산 공원의 경계도 상당 부분 확정됐다. 단계적으로 올해 국립중앙박물관과 전쟁기념관 등 40만 m² 규모의 부지를 용산 공원으로 편입하고, 최종적으로는 아직 협의를 마치지 않은 방사청 부지 내 경찰청 이전 예정 부지(1만3000m²)까지 포함해 총 60만 m² 이상의 토지를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공원 전체 구역은 243만 m²에서 303만 m²로 넓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미군 장교숙소 부지를 국민에게 개방할 것”이라며 “주민 공청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미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역 인근 다른 부지의 개발도 진행 중이다. 용산철도병원 부지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8월 한국철도공사와 사업협약을 맺고 개발에 나섰다. 서울 용산 혁신지구(국가시범지구) 사업도 추진된다. 용산역 뒤편 용산전자상가 인근 부지를 재개발해 신혼희망타운(120채) 및 청년주택(380채)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추진 중인 개발이 끝나면 용산 일대가 서울을 대표하는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울 광화문과 강남, 여의도 등 중심 업무지구 중간에 위치해 교통과 물류, 인적 교류의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낙후된 철도기지를 개발해 세계적인 관광명소와 정보기술(IT)·벤처 기업들의 터전으로 자리한 뉴욕의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와 비교되기도 한다.

정부는 정비창 부지의 경우 2023년 사업승인을 거쳐 이르면 2024년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고, 용산공원은 2024년 완공을 계획 중이다. 5년 후부터 개발 성과가 조금씩 가시권으로 접어들 예정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 추진 사업의 지연과 현재 추진 중인 정비사업 속도 등을 고려하면 용산의 변화는 최소 10년에서 15년 이후 완성될 것”이라며 “강남이나 광화문을 대체하기는 어렵겠지만 여의도와 도심을 연결하는 시너지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정순구 soon9@donga.com·이새샘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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