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감축 대신 4조 3교대→5조 3교대…기업들 “경영난 6개월 고비”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생산직 근무 체계를 기존 4조 3교대에서 5조 3교대로 전환하기로 하고 노사협의에 들어갔다. 휴무조를 한 개 더 늘리면 인건비를 기존 대비 20% 가량 줄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비상경영 상황 속에서 일자리를 줄이지 않고 나누자는 취지다. 이미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마친 가운데, 이르면 다음달 중 일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에 새로운 근무 체제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전자업계 관계자는 “사무직도 주4일 근무로 축소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업마다 인건비는 줄이면서도 인력조정까진 버텨보기 위해 온갖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초토화가 된 항공업계와 여행업계 고민이 커지고 이다. 최근 국내 최대 여행사 하나투어는 설립 이래 처음 무급휴직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달 1일부터 8월 31일까지 80% 가량 임직원들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도 모두 순환휴업과 휴직 등을 활용해 인건비 절감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 대기업도 ‘일자리 나누기’에서 인력감축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점이다. 버틸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당장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없이 긴축 재정으로 버티고 있지만 사태가 지속될 경우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300명 이상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 120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현황’을 조사한 결과, 경영위기 극복방안으로 △금융자금 조달 등 유동성 확보(22.5%) △휴업·휴직(19.4%) △급여 삭감(17.5%) 등 순으로 응답했다고 밝혔다. 당장 인력 감축을 계획 또는 진행 중이라고 대답한 기업은 8.8%에 불과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이 6개월간 지속될 경우에는 인력 감축을 암시한 응답기업 비중이 32.5%로 3.7배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응답 기업들이 현재 상황이 계속될 경우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기간은 0~2개월 6.6%, 2~4개월 16.7%, 4~6개월 9.2%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1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요건이 완화된 이후에도 대기업들이 여전히 요건 충족을 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설문 결과 휴업·휴직을 시행하고 있지만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대기업 비중은 80.6%에 달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는 ‘지원요건 미충족(72.0%)’이 가장 많았다. 휴업 및 휴직기간 요건이 1개월 이상인데 대기업은 주단위로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편이다. 또 대기업은 ‘매출액 또는 생산량 15%, 재고량 50% 증가’ 요건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밖에 신규채용을 하거나 인원을 줄여 지원금을 반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4.0%)도 나왔다.


이에 대기업들은 고용대란을 막기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으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요건 대폭 완화(37.5%)를 첫 번째로 꼽았다. 최저임금 동결(19.2%)과 긴급융자제도 도입(14.9%) 등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경영위기에도 휴업·휴직을 실시해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대기업에 대해서도 고용유지지원금이 원활히 지급될 수 있도록 지원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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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구조조정 시대, 전문가가 안보인다


    2009년 6월 미국 완성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뉴욕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자 현지 언론들은 ‘20세기 아메리칸 드림의 종언’이라고 했다. 파산 신청 당시 GM의 부채 규모는 1764억달러(당시 환율로 약 200조원)에 달했다. ‘101년 역사’, ‘글로벌 1위’라는 수식어 위에 ‘파산’이라는 오명의 빨간딱지가 덧붙은 순간이었다.


 


무너진 자동차 왕국이 다시 일어서는데는 39일이면 충분했다. 오마바 정부는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미국 월가에서 구조조정으로 잔뼈가 굵은 스티븐 래트너를 GM 구조조정 태스크포스(TF)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다. 정부는 TF 구성부터 구조조정 방안 마련까지 스티븐 래트너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스티븐 래트터는 각 분야 전문가들로 TF를 꾸렸다.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은 정부가 내놨지만, 구조조정은 바로 이 전문가들이 주도했다.


TF의 구조조정은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생산 규모를 연 1700만대에서 1000만대로 줄이고 공장 14곳을 폐쇄했다. 8개에 달하던 브랜드를 4개로 축소했다. 2만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전무후무한 파격적인 구조조정으로 GM은 파산신청 이듬해인 2010년 69억달러의 흑자기업으로 환골탈태했고, 2011년에는 일본 도요타에게 내줬던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를 탈환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한국 경제는 구조조정의 시대로 진입했다. 이미 금호아시아나와 두산중공업 등 굵직한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수술대에 몸을 눕힐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구조조정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수십년간 이어온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방식도 똑같다. 채권단은 기업에 구조조정을 전제로 추가 자금 지원을 약속한다. 기업은 오너의 사재 출연과 자산 매각 등을 담은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한다. 이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돈을 덜 주려는 채권단과 자산 매각을 최소화하려는 기업의 지리한 기싸움이 벌어진다. 한쪽에선 ‘돈 못줘’라고 으름장을 놓고, 다른 한쪽에선 ‘우리 망하면 감당하겠냐’고 협박한다.


국내 구조조정 전문가가 없는 이유를 대자면 끝도 없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부 컨트롤타워 부재다. 그동안 모든 정권은 시장의 경고를 무시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미뤘다. 그러다 걷잡을 수 없이 부실이 커져서야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2015년 5조원의 회계 부정을 터트린 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이다. 이는 ‘내 임기 중에는 안된다’는 정권의 이기심과 고위 공무원들의 보신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채권단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구조조정 기업의 부실을 눈 감아준다. 여기에 표심이 걸린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입김까지 작용한다.




한 국책은행에서 오랜 기간 구조조정 업무를 했던 인사는 "구조조정 전문가를 칼잡이나 저승사자로 부르는데 누가 하고 싶겠냐"라고 했다. 실제 산업은행은 2016년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자 구조조정부문을 구조조정본부로 축소하고 인력도 줄였다. 2017년 담당 부행장이 퇴사한 이후 현재까지 이 자리는 공석이다. 국책은행이 ‘칼잡이’ 이미지만 부각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다 올해 다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자 각 부서로 흩어졌던 ‘예전 칼잡이’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국내 유일 구조조정 전문기업이라 할 수 있는 산업은행마저 이러니 구조조정 전문가가 나올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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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구조조정이 성공적이라고 평가를 받는 것은 기업 회생을 넘어 미국 자동차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근본적인 처방을 내린 것은 정부도 채권단도 아닌 미국 구조조정 전문가들이었다. 기업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큰 고통을 수반한다. 기업은 쪼개지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는다. 그럼에도 환부를 적기에 도려내지 못하면 훗날 더 큰 재앙으로 돌아온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저금리 국면도 장기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구조조정 전문가를 양성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산업군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혈세와 저금리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만 늘어나게 된다. 좀비에게 물린 사람은 좀비가 된다. 좀비기업도 부실을 멀쩡한 기업에 전이시키는 건 마찬가지다.

송기영 금융팀장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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