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40년만 5·18 기밀문건 추가공개..."기획 폭동?"


1980년 5·18민주화운동 전후 美국무부 기밀문건 추가공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美대사 “인질같은 상황 몰릴것” 중재 거부


“(주한 미국) 대사가 이런 지저분한 상황에서 조정 역할을 맡는 것은 대사관을 어느 한쪽이나 양쪽의 인질(hostage)로 몰아가게 할 것이다.”


미국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과 학생들의 중재 요청을 거부한 이유가 미 국무부 기밀 문건으로 새롭게 드러났다.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민주화운동 8일 뒤인 26일 국무부에 보낸 논평에서다. 15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통해 공개된 43건의 미 국무부 기밀 문건은 과거 공개 당시 삭제된 일부 내용을 복원한 것이다. 이날 공개된 문건에는 5·18 당시 발포 명령의 주체나 지휘체계 등 진상 규명의 핵심 대목들은 빠졌다.


5·18민주화운동 전후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미국 국무부의 기밀 문건 43건이 15일 추가로 공개됐다. 총 143쪽 분량의 문건에는 주한 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한 당시 상황들이 담겨 있다. 다만 5·18 당시 발포 명령자 등은 포함돼 있지 않아 정부는 진상 규명을 위한 추가 문건을 요청할 방침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베트남처럼 공산화 우려” 계엄령 통제 정당화

이날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5·18 하루 전날인 1980년 5월 17일 최광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난 글라이스틴 대사는 계엄령 확대 대신 개헌을 통해 한국 정치 발전 계획을 짤 것을 조언했다. 하지만 최 비서실장은 “군 당국이 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유화적인 대응(soft tactics)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면서 “최규하 대통령이 계엄령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충격적인 미 국무부 5.18 문건, 여기에는 5.18이 기획 폭동으로 기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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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글라이스틴 대사는 5·18 당일에는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이 사령관은 글라이스틴 대사에게 “휴교령과 계엄령으로 통제하지 않으면 베트남처럼 한국도 공산화될까 두렵다”며 계엄령 확대를 정당화했다. 그러면서 “시위를 통제하기 위해 비무장지대(DMZ)에서 병력을 빼면 북한의 공격 위험이 커진다는 주장이 대통령에게 (계엄령 확대를) 설득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1980년 5월 21일 보낸 전문에선 “5·18 시위대는 미국이 군부에 대한 지원과 관련이 있고,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외부인들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은 미래에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집총 자세의 이들은 누구인가?  전경이 아니었다.  그때는 아직 시위 진압을 전담하는 전경 부대가 없었던 시대였으며, 또 전경이 M-1 총으로 무장하지도 않았다.  이런 5.18무장단체를 군인으로 혼동한 것도 인식론적 혼동이었으며, 저렇게 불순세력이 전경 복장으로 위장한 것을 민주화운동과 동일시한 것도 인식론적 오류였을 것이다./5·18 진상규명 연구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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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위주로 구성됐다던 광주 시민군의 모습/5·18 진상규명 연구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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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턱스’ 전두환… 권력욕 명백”

문건에는 12·12사태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당시 보안사령관)이 미국에 지원을 요청한 정황도 담겼다. 1979년 12월 14일 글라이스틴 대사를 만난 전 전 대통령은 12·12사태를 사전 계획했다는 점을 숨기고 “나는 개인적 야심이 없고 최규하 대통령의 자유화 정책을 지지한다”며 미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글라이스틴 대사는 본국에 보낸 보고에서 12·12사태를 ‘영턱스(Young Turks·1908년 터키에서 군사혁명을 일으킨 젊은 장교들)’의 치밀한 계획에 따른 쿠데타로 규정하고 “군사 반란 동기 중 하나가 권력에 대한 욕망인 점은 명백하다”고 적었다. 이어 “군사 반란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도움을 주길 원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며 “수개월 내 매우 까다로운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1980년 2월 문건에는 당시 28세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음 총선(11대 총선)에 출마하길 희망한다”며 당시 전 전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의 출마를 촉구했다고 적기도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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