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이 관례가 돼 버린 리모델링 사업..."왜"


입찰이 필요한가요… 관례가 돼 버린 리모델링 수의계약 '우려'


    "어차피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다르게 무조건 수의계약이니까요. 한 번 유찰된 건 당연한 수순이에요. 두 번째도 빨리 유찰한 다음에 시공사 선정해야죠."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서울 광진구 자양동 우성1차아파트. /김연정 객원기자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울 한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은 최근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조합이 공고한 시공사 입찰에서 아무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아 한 차례 유찰된 직후였는데, 걱정하기는커녕 유찰이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이나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반포1단지 3주구 재건축 등에서 혈전을 방불케 하는 시공사 선정이 벌어진 과정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리모델링에서 경쟁입찰로 시공사가 선정된 경우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시공사가 정해졌다. 서울 강남구 청담건영, 서초구 잠원 롯데캐슬갤럭시 1차, 경기 성남시 분당구 느티마을3·4단지 등 상당수 단지가 2회 유찰 후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정했다.


리모델링에서 유찰이 잦은 이유로 먼저 건설사들이 소극적이라는 점이 꼽힌다. 눈치싸움을 하다 수주에 성공하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입찰을 포기해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려 한다는 것. 재건축·재개발보다 사업비가 적어 무리를 하면서까지 경쟁을 펼치지는 않는 셈이다.


조합 입장에서도 수의계약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건설사끼리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면 홍보비가 많이 지출되고 결국 사업비가 비싸질 가능성이 있다. 수주전이 과열될 경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을 받고, 사업 속도만 늦어질 위험도 있다. 또 여러 갈등을 줄이는 데에는 수의계약이 낫다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의계약이 관례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경쟁입찰의 핵심은 공격적이고 다양한 안들 속에서 최상의 조건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인데, 수의계약이 관례로 굳어지면 평면의 다양성이나 시공의 품질, 공기, 공사비 등 모든 부분에서 조합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리모델링 시장이 확대되려면 건설사끼리의 경쟁도 필요한데, 수의계약으로 굳어져 특정 건설사만 시장에 참여하다 보면 전체적인 시장의 발전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장한평역 지점장은 "전문적이지 못한 조합이 수의계약을 체결한 경우 건설사에 이리저리 끌려다녀 공사비가 최초 계약보다 자꾸 늘어날 수 있다"면서 "수의계약이 관례로 굳어지면 시공사 선정 과정이 불투명해지고, 특정 조합 세력과 건설사가 유착하는 비리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했다.

고성민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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