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수치로 돌아보는 4·15 총선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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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수치로 돌아보는 4·15 총선

2020.04.27

코로나19 사태로 산책이나 특별한 약속 외에는 ‘방콕’하고 지내며 4월 15일에 치른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벌써 열흘 넘게 지나고 있습니다. 선거를 마친 다음 날 아침 투표 결과를 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푸념하며 보내온 친구의 카톡에서 ‘사법부, 행정부, 지방 자치단체는 물론 언론까지도 장악한 진보 세력이 이제 입법부까지 보수 세력을 압도하며 석권했고, 40대 이하 젊은 층들이 감상적으로 좌경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우려된다.’는 내용을 읽으며,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한 답답한 마음과 함께 국민 정서가 흐트러지고 있다는 우려도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방콕하는 김에 정치에 대한 아마추어로 선거에 대한 공부를 겸해 나름 재미있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선거 결과에 관한 통계를 일부 살펴보았습니다.

21대 국회의 의석수는 지역구 253석에 비례대표 47석으로 300석입니다. 뉴스로 보도되는 당선자들의 분포를 색깔로 나타낸 지도에서 영남 지역과 함께 전북과 강원의 아주 일부 지역의 붉은색(야당)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국이 파란색(여당)으로 깔려 있는 것을 보고,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향방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선거에는 기호 1번인 더불어민주당과 기호 2번인 미래통합당을 비롯해 민생당,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 정의당, 우리공화당, 민중당, 한국경제당, 국민의당, 친박신당, 열린민주당, 코리아, 가자! 평화인권당, 가자 환경당, 국가혁명 배당금당, 국민새정당, 국민참여신당, 기독자유통일당, 깨어있는시만연대당, 남북통일당, 노동당, 녹색당, 대한당, 대한민국당, 미래당, 미래민주당, 새누리당, 여성의당, 우리당, 자유당, 새벽당, 자영업당, 충청의미래당, 통일민주당, 한국복지당, 홍익당 등 무려 37개 정당이 참여했습니다. 정당명들을 보며 이렇게 많은 정당들이 난립하는 이유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헛웃음이 절로 나오며, 우리 사회에 선거에 대한 진정한 상식이 정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http://www.nec.go.kr)의 자료에 따르면 이번 총선의 선거인 수는 43,994,247명이고, 투표자 수는 29,126,396명으로 투표율은 66.2%였습니다. 지역별 투표율은 충남이 62.4%로 가장 낮았고, 울산시가 68.6%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선거인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인 경기도의 투표율은 1,100만 명이 넘는 선거인에서 719만 명 넘게 투표에 참가해 65.0%였고, 그 다음으로 선거인 수가 많은 서울시에서는 840만 명이 넘는 선거인단에서 577만 여명이 참여해 68.1%의 투표율을 보였습니다. 제일 작은 지역구인 세종특별자치시에서는 선거인 수 263,388만 명 중 180,395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68.5%였습니다.

정당별 의석수 현황을 살펴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63명으로 위성정당(?)으로 불리는 비례당인 더불어시민당의 17명을 합쳐 180명으로 과반수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당선자 84명에 비례당인 미래한국당 19명을 포함해 103석을 차지했으며, 그 뒤를 이어 정의당 6명(당선자 1명 + 비례대표 5명),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이 비례대표 각 3명 그리고 무소속 당선자는 5명입니다. 무소속을 제외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에 후보를 내세운 37개 정당에서 7개 정당에서만 당선자가 배출된 것입니다.

비례대표를 내세운 35개 정당 중 비례대표 확보의 마지노선인 득표율 3%를 넘긴 당은 미래한국당(33.84%)과 더불어시민당(33.35%)을 비롯해 정의당(9.67%), 국민의당(6.79%), 열린민주당(5.42%) 등 5개 정당뿐이었습니다. 득표율 1%를 넘긴 당은 민생당(2.71%), 기독자유통일당(1.83%) 그리고 민중당(1.05%) 등 3개 정당뿐이었고, 득표율 1%를 넘기지 못한 27개 정당 중 득표율이 0.1%에도 미치지 못한 정당이 15개나 됩니다.

득표율이 0.03% 이하인 정당의 수도 6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0.03%의 득표율은 선거에 참여한 2,900만 명이 넘는 선거인 수에서 겨우 1만 표 내외의 표를 얻은 것입니다. 이런 결과를 보며 왜 이렇게 많은 정당들이 만들어져 선거에 참여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역구 의석수 253석을 제외한 비례대표 47석은 어떻게 배분되는 것일까요. 비례대표 선정 방법이 궁금해 자료를 조사해 보았더니, 예전에는 비례대표를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배분했는데, 그 방법이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개편되어 예전대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해 분배하는 병립형 17석, 좀 복잡한 수식을 이용해 배분하는 연동형 30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실례로 33.35%의 득표율을 보인 더불어시민당의 경우 비례석의 배분에서 병립형의 의석 배분 수는 17석 X 0.33(33.35%) ≒ 5.6석으로 6석이 배분됩니다. 연동형 30석 배분의 계산에서는 우선 의석수 300석에서 무소속 당선자 5명을 제외한 295명에 대상으로 득표율에 따른 인원을 계산하면 약 9.7명(295명 X 0.33 ≒ 9.7명)입니다. 그리고 유효 득표수의 3% 이하를 획득한 정당은 연동비례에서 컷오프 되기 때문에 3% 이상 득표를 한 정당들의 유효 득표율을 모두 더하면 90%(0.9) 정도가 되기 때문에 득표율에 따른 9.7명에 유효 득표율을 적용하면 9.7명∻0.9(90%) ≒ 10.8명으로 11석이 배분됩니다. 그래서 더불어시민당의 비례석 배분 수가 병립형 6석과 연동형 11석을 합쳐 17석이 되는 것입니다. 좀 복잡한 계산 방식이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찡해지기도 합니다.

선거 결과는 우리 국민이 선택한 것입니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알렉시드 드 토크빌의 말을 떠올리며, 이제 선거에 대한 유언비어는 자제하고 승리와 패배를 인정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뜻대로 안됐다고 속상해하는 것은 내 욕심이고, 결과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우리 모두의 욕심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보다 무서운 것은 서민이 먹고사는 문제’라는 말도 있습니다. 너무 교과서적이고 상식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번 총선을 계기로 시대착오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코로나19 사태로 가라앉고 있는 민생경제를 되살리고, 미래 사회에서 주역을 담당하게 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으며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나라의 기틀을 바로 세우는 데 국회가 앞장서 나설 것을 제안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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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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