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때 하락세 재연..."은마 5억, 잠실5단지 4억"


은마 5억, 잠실5단지 4억… 금융위기 때만큼 떨어졌다

강남 재건축 하락세 가팔라져
보유세 부담 다주택자들 양도세 중과前 호가 낮춰 내놔
양천·영등포구 등 다른지역 확산

 

 

    정부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발(發) 경기 침체 속에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이후에는 '실망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재건축 규제를 강화해 온 여권 성향으로 볼 때 당분간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아서다. 보유세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다(多)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重課) 유예 기간인 6월 말까지 집을 팔기 위해 호가를 수억원 낮춘 급매물을 내놓는 현상도 속출하고 있다. 투자 성격이 강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매주 수천만원씩 떨어지는 가운데, 양천구·영등포구 등 서울 다른 지역으로 하락세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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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급락… 2008년 금융위기 낙폭 근접
24일 서울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11층)가 18억7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고점(23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5억원 가까이 떨어진 가격이다. 이달 들어 20억원 아래로 매물이 나오기 시작해 총선 직전 19억5000만원까지 내려갔고, 이번 주에 호가(呼價)가 한 차례 더 하락한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6월 말까지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나온 동일한 가격 매물이 두 개 더 있다"며 "대출이 안 되는 데다 집값이 떨어지는 분위기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도 매주 수천만원씩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전용면적 82㎡의 최저 호가가 지난 10일 20억5000만원에서 17일 20억2000만원으로, 24일에는 19억6000만원까지 하락했다. 매물이 팔리지 않자 조급해진 집주인들이 앞다퉈 가격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연말 최고가(24억원)보다는 4억원 넘게 떨어졌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낙폭에 빠르게 근접해가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은마 전용 84㎡ 가격은 4월 12억2000만원에서 12월 8억7000만원으로 28.7% 하락했다. 올해는 4개월 만에 20.4% 떨어졌다. 잠실주공5단지 역시 전용 82㎡ 기준 18.3% 하락해 2008년 하락률(23.3%)을 거의 따라잡았다. 당시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2012년까지 긴 조정 과정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영등포·양천까지 하락 확산
이번 주 들어 서울 집값 하락세는 강남에 이어 영등포구 등지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의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 집값 변동률은 지난해 6월 셋째 주 이후 44주 만에 처음으로 상승을 멈추며 보합(0%)을 기록했다.

 


강남3구가 5주째 하락한 데 이어 양천구·강동구·영등포구까지 마이너스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지역은 그동안 대규모 신축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며 가격을 방어해 왔지만, 코로나에 따른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로 하락 전환한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집값은 결국 강남권 가격 추이를 따라가기 때문에 서울 외곽과 수도권 등으로 하락세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집값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실물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 생계를 위해 집을 내놓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다"며 "최소한 올 연말까지는 집값이 반등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하락 장기화 여부나 하락 폭은 하반기 상황을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나오는 급매는 양도세 혜택을 받으려는 절세(節稅) 목적이 많아 코로나로 인한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하반기에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경우 약보합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고 했다.
성유진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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