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문재인 당선 이끈 50대… 이번 총선의 선택은


     ‘세대 전쟁’으로 치러진 지난 두 차례 대선의 승부처는 모두 50대였다. 20~40대는 연속으로 문재인 후보, 60대 이상은 박근혜 후보에 이어 홍준표 후보에게 쏠렸다. 하지만 50대는 박근혜 후보에서 문재인 후보로 표심(票心)이 달라졌고, 이들이 선택한 후보가 모두 승리했다. 20~40대와 60대 이상 사이에서 50대가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한 것이다.

 

 

 

50대는 2012년 대선 때에는 투표율이 82%로 가장 높았다. 몸이 아프거나 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빼고 웬만하면 투표장에 나온 셈이다.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63%가 박근혜 후보를 찍어서 문재인 후보 득표율(27%)을 압도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개국(開國)공신이던 50대는 2015년 초부터 급격히 민심이 돌아섰다. 당시 한국갤럽 조사에서 50대는 국정 부정 평가(50%)가 긍정 평가(43%)를 앞질렀다. 평소엔 안정 추구 성향을 보이다가 ‘비선 국정 농단 의혹’ ‘정윤회 문건 유출 파동’ 등 잇따른 청와대발(發)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잠재해 있던 386세대 정서가 표출되어 ‘도로 386’으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때부터 2017년 대선은 50대가 장·노년층 대열에서 이탈해 2050세대와 6070세대 대결로 이뤄질 가능성이 엿보였다.

 

 


박근혜 정부 개국공신서 문재인 지지로

결국 탄핵 정국 이후 치러진 2017년 5월 대선에선 진보 성향의 20~40대와 함께 50대가 선택한 문재인 후보가 승리했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50대는 문재인 후보 득표율이 37%였고 홍준표 후보 27%, 안철수 후보 25% 등이었다. 이후 50대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 가을까지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50% 이상을 기록하며 부정 평가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그해 12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50대는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30%대로 급락하고 부정 평가가 50% 이상으로 치솟았다.

문 대통령의 응원군이던 50대가 다시 변심(變心)한 이유는 민생·경제 문제로 집중돼 있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50대는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보수 정치권과 멀어졌지만, 먹고사는 문제 해결 능력과 관련해 진보 정치권에서도 마음이 돌아섰다”고 했다. 각 조사에서도 ‘정부가 경제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50대에서 모든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부모 부양과 자녀 뒷바라지에 노후 준비까지 50대의 다양한 고충을 정부가 함께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의 탄생에 기여했던 50대가 돌아선 배경으로는 지난해 ‘조국 사태’의 영향도 컸다. 지난해 9월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임명한 것’에 대해 30대(51%)와 40대(57%)는 다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50대(58%)는 60대 이상(70%)과 함께 부정 평가가 과반수를 차지했다. 20대는 긍정 평가가 30%, 부정 평가가 43%였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50대의 반여(反與) 정서 상승은 선거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스윙 보터(swing voter·부동층)’의 표심 이동이란 의미에서 관심을 끌었다. 진보 성향이 강한 30·40대와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 등 양쪽의 핵심 지지층은 지지 정당을 쉽게 바꾸지 않아서, 선거 승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 여야의 ‘집토끼’ 계층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50대는 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이 오락가락했다. 조일상 메트릭스 대표는 “50대는 각 정당이 지지 기반을 넓힐 수 있는 핵심 계층”이라며 “이번 총선도 50대가 어디로 쏠리느냐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 문화일보·엠브레인은 총선의 핵심 승부처인 50대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타깃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선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부동산 대책, 탈원전 정책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해 50대의 대다수가 불만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50대의 72%가 ‘정책 기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65%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고, 탈원전 정책 역시 과반수인 57%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386 정치인 퇴진론 찬성이 73%

 

 

 


현 정부의 주축이자 동년배인 ‘386 정치인’에게 걸었던 50대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엠브레인의 50대 타깃 여론조사에선 ‘386세대 정치인 퇴진론’에 대한 공감도가 73%에 달했다. ‘386세대 퇴진론’에 대한 공감은 정치 성향이나 지역 등과 상관없이 50대의 모든 계층에서 높았다. 50대가 현 정부의 정책과 정치의 변화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선 50대도 다른 연령층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대응에 대해 긍정 평가가 높았다. 한국갤럽의 3월 10~12일 조사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전체 연령층 평균 58%였다. 연령별로는 20대(57%), 30대(62%), 40대(73%) 등과 함께 50대(58%)도 긍정 평가가 과반수를 차지했다. 60대 이상에서만 47%로 절반 미만에 그쳤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 지지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갤럽의 3월 24~26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전체 평균 55%였고,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직전인 1월 말 조사의 41%에 비해 14%포인트나 올랐다. 50대에서도 이 기간 동안 문 대통령 지지율이 42%에서 53%로 상승폭이 컸다. 50대는 40대(72%), 30대(64%) 등과 함께 문 대통령 국정에 대한 긍정 평가가 과반수에 달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가 조국 전 장관 사건 재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과 아울러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 탈원전 논란 등도 잠재우는 ‘이슈의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로써 총선 판세가 야당에 불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오기 이전인 지난 2월 11~13일 갤럽 조사에서 총선에 대한 기대를 묻는 질문에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의 다수 당선’과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의 다수 당선’이 43% 대 45%로 ‘정부 견제론’이 다소 높았다. 하지만 3월 24~26일 갤럽의 동일한 조사에선 46% 대 40%로 ‘정부 지원론’이 6%포인트 우세한 결과를 보이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 지원론과 견제론 45% 대 46%

50대에서도 ‘정부 지원론’과 ‘정부 견제론’이 40% 대 47%에서 45% 대 46%로 좁혀졌다. 갤럽의 3월 24~26일 조사에서 50대가 현재 지지하는 정당은 더불어민주당(36%)이 미래통합당(23%)보다 높았고 열린민주당과 정의당이 각각 5%, 국민의당 3%, 무당층 21% 등이었다. 50대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선출을 위해 투표할 정당으로는 미래한국당 26%, 더불어시민당 21%, 열린민주당 14%, 정의당 9%, 국민의당 6% 등이었다.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등 여당의 위성 정당에 대한 지지율 합이 35%로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전담 정당인 미래한국당(21%)에 비해 더 높았다. 현재로선 4·15 총선에서 50대의 표심이 여당 쪽으로 다소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자료에 따르면, 현재 4400만명가량에 달하는 4월 총선의 전체 유권자 중에서 50대가 866만명(19.7%)으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가장 비중이 높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4월 총선 관심도’를 물은 갤럽 조사에선 전체 유권자 평균치가 76%였고, 연령별로는 50대에서 84%로 가장 높았다. 전체 유권자에서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이들의 총선 관심도 역시 높기 때문에 50대 표심이 선거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50대가 진보 성향이 강한 30·40대와 비슷한 투표 성향을 보일 경우 여당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된다”며 “하지만 50대가 60대 이상과 연합하고 여기에 얼마 전부터 보수 성향이 강화되고 있는 20대까지 가세한다면 야당이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3월 24~28일 중앙일보·입소스의 수도권과 대구, 충청 등 지역구 10곳의 총선 후보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는 7곳에서 50대의 선택을 받은 후보가 1위 를 차지했다. 50대가 총선 지역구 판세를 가르는 ‘표심 바로미터’ 기능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진영 논리가 강하지 않은 50대는 공약이나 정책을 보고 실용적으로 움직이는 유권자가 많다”고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지금의 50대는 과거 선거에서도 이슈에 따라 여야에 대한 지지를 바꿔왔던 세대”라며 “50대의 ‘갈대 표심’은 보수와 진보 성향이 섞여 있는 독특한 특성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과거 386세대였던 50대는 나이가 들면서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 색채가 강해졌지만,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기억으로 진보 색채도 남아 있어서 표의 향방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홍영림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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