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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특산 개나리의 한 종(種), 장수만리화

20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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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만리화 (물푸레나무과) 학명 Forsythia densiflora

서울역 앞 고가공원 녹색보행로에 장수만리화가 피었다는 봄꽃 소식을 뉴스로 전해 들었습니다. 이제 한창 서울에 개나리 꽃망울이 부풀기 시작하는데 장수만리화가 활짝 피었다고 하니 코로나19로 움츠러들고 있는 썰렁한 시기에도 꽃을 피우는 봄꽃들이 참으로 반가워지고 보고 싶었습니다.

기상관측 이래 올해의 1월 기온이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봄은 어느 해보다도 일찍 찾아왔는데 ‘코로나19’ 엄습으로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회가 온통 꽁꽁 얼어붙는 묘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사회 활동이 위축되고 경제 활동이 심각한 제한을 받게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참담한 상황에 당황한 위정자들도 불안한 국민을 위로하고자 희망적 염원이 담긴 낙관론과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말이 끝나자마자 사태가 더욱 악화하니 오히려 그 말이 더욱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치 삼국지의 적벽대전에서 대패하고 쫓기는 조조가 겨우 위험지대를 피했다 싶어 터뜨리는 웃음과 자찬이 오히려 불안감을 고조시켰던 상황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조조의 큰 웃음이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조자룡, 장비, 관운장이 조조 진영을 덮쳐 혼쭐을 빼놓은 사태를 연상하게 된 것입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올봄은 참으로 잔인한 봄이 되고 말았습니다. 흙먼지만 일고 꽃도 없는 이역의 흉노(匈奴) 땅에서 봄을 맞이하는 왕소군(王昭君)의 심사나, 곳곳에서 봄꽃은 자작자작 피고 있으나 찾아가 즐길 수 없는 작금의 꽃쟁이 처지가 다를 게 무엇이겠습니까? 지자체의 모든 봄꽃 축제 행사가 중단되었습니다. 서울의 여의도, 송파 벚꽃 축제, 응봉산 개나리 축제, 강화 진달래 축제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외출과 모임을 자제해야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 격리로 세상은 점점 더 꽁꽁 묶여가고 있습니다.

답답한 와중에 서울에 장수만리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에 보아두었던 성남시 은행동의 장수만리화를 찾아 혼자서 집을 나섰습니다. 목적지에 이르니 먼발치에서도 노란 꽃 무더기가 보였습니다. 샛노란 꽃잎이 몽실몽실 엉겨 붙은 탐스럽고 고운 꽃 더미였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꽃 무더기가 황량한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썰렁한 시기에 희망과 풍요를 상징하는 한국 특산 개나리의 한 종(種)인 장수만리화를 만나니 눈물겹게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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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나리와 닮았으나 줄기가 곧게 서고, 꽃이 풍성하게 달리는 장수만리화

장수만리화는 개나리의 일종입니다. 개나리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소중한 한국 특산식물입니다. 한국에 자생하는 개나리 속(屬)으로는 개나리, 산개나리, 만리화, 장수만리화 등 4종이 있습니다. 그런데 개나리는 학계의 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생지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 개나리 특성이 꺾꽂이나 휘묻이로 쉽게 번식이 가능하여 자생지가 아닌 곳에서도 쉽게 구하여 증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산개나리와 달리 주로 인가 근처에서 자생한 탓에 농경지와 개발지의 확장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개나리 자생지가 멸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자생지는 식물이 저절로 나서 수 대에 걸쳐 자라고 있는 곳으로서 그곳의 식물이 정본(正本)이 되며 원산지를 증명합니다. 그러나 개나리는 아직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아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등록되어 있음에도 그 표준을 정할 수가 없는 식물이 되었습니다. 일본의 왕벚나무가 그 자생지를 찾지 못해 일본 원산 여부를 둘러싸고 학계에 논쟁거리가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개나리 자생지는 반드시 확인되어야 할 우리 식물학계의 과제입니다.

개나리 꽃말은 희망, 기대, 깊은 정, 달성이라 합니다. 개나리는 예로부터 마을 주변이나 집의 울타리를 대신해 많이 심어왔습니다. 우리 농촌의 봄 풍경을 대표하는 꽃 중의 하나였습니다. 국내에 자생하는 개나리, 산개나리, 만리화, 장수만리화 등을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두고 관찰하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개나리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입니다. 가느다란 줄기가 여러 대가 모여 나며 가지도 많이 갈라져 빽빽하게 자라며 가지가 활처럼 휘어져 아래로 축축 처집니다. 잎겨드랑이에 노란색 꽃이 1~3개씩 달리며 꽃잎은 통꽃으로 중간부터 4개로 갈라지고 잎은 끝이 뾰족한 긴 타원형입니다. 줄기와 가지 속은 비어 있습니다.

산개나리는 북한산, 관악산, 수원 화산, 전북 임실 등지에서 자생합니다. 개나리와 달리 가지가 곧추서며 꽃은 듬성듬성 성글게 핍니다. 잎 뒷면 잎맥에 장수만리화처럼 털이 있는 것도 개나리와 다른 점입니다.

만리화는 강원도와 경남지역의 석회암 지대나 암석 지대에 주로 자랍니다. 몇 개의 줄기가 올라와 포기를 이루지만 개나리처럼 가지가 늘어지지 않습니다. 잔가지가 많고 맹아력이 강합니다. 잎에 윤기가 있고 모양은 둥근 장타원형입니다. 꽃 이파리는 장수만리화보다 짧고, 줄기 속은 흰색의 계단식 칸막이가 있습니다.

장수만리화는 황해도 장수산에서 처음 발견된 식물로서 꽃이 개나리보다 훨씬 일찍 핍니다. 가지가 나무처럼 꼿꼿이 곧추서서 자라는 것이 특징이며 꽃도 다닥다닥 많이 달리며 꽃잎이 길고 비틀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잎은 만리화와 달리 윤기가 없고 훨씬 둥글고 넓으며 줄기와 가지 속은 꽉 차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처음으로 경기도 연천에서 군락이 발견되었습니다. 꽃이 일찍 피고 탐스러워 정원수로 많이 심고 있습니다. 공원 등에 아직 개나리꽃이 피기도 전에 줄기가 곧게 서서 개나리 같은 꽃이 탐스럽게 피어있으면 장수만리화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들 모두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소중한 우리의 고유자산입니다. 서울에 계신 분들은 서울역 녹색보행로의 장수만리화도 한번 찾아보고 기억해 뒀다가 지금 한창 꽃망울이 터지려는 개나리꽃이 피면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남부지방에는 지금 한창 개나리꽃이 피고 있습니다. 우리 농촌 고유의 초가집과 어울려 울타리를 대신했던 이른 봄의 전령사였습니다. 한 번 더 유심히 살펴보고 귀히 여겨주며 코로나19에 움츠리고 답답했던 올해의 봄 기분을 달래보았으면 합니다.

(2020. 3월 장수만리화를 보며)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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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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